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최철한/ 라의눈/ 2015.03.11/ 253쪽
최철한 : 서울대화학과를 다니다가 병을 얻었고, 그 병을 낫기 위하여 노력한 것이 결국은 한의였다. 그래서 다시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였고 본초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모든 병의 근원이 먹는 것에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약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본초기』가 있고 번역서로『동의보감』이 있다.
동의보감과 천기누설에는 없는 위대한 생태음식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글자 그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적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기생하는 암에 특효약이 되며 능선에 사는 식물은 몸속의 풍을 몰아낸다는 것이다. 또 고산지대에 사는식물은 산소를 공급해 암을 예방하며 새싹과 봄나물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그런가 하면 씨가 많은 과일은 술로 인한 독소를 소변과 땀으로 배출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말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말은 아니다. 누구든 한의학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한 번쯤 들었을법한 구절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건강을 위한 정보가 넘쳐난다. 예전에 바이블로 여겼던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본초강목, 황제내경, 등이 그렇고, 여러 매체를 통하여 일반인에게 직접 전달하는 내용들이 그러하다. 이들 역시 건강과 의약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도 있고, 일반인들이 아무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와 장소가 제한되면 그러기 위한 환경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냥 알고 있는 상식으로만 통하며 남이 하는 일에 대하여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가 늘 먹는 식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 한국의 실정에 맞는 약초에 관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니 우리가 약초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우리 일상에서 식재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간혹 민방약으로 간간히 들어왔던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약식동원이라고 말한다. 즉 약과 음식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낳는 다고 하는 말이다. 우리 집 텃밭에 있는 상추가 어떻고 가지와 오이는 어떤가, 혹은 수박이 어떻고 토마토가 어떤가를 설명하면서 이런 것들이 모두 우리 몸을 구성하는 영양소가 되는 것과 함께 우리 몸을 다스리는 약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약식동원이다. 즉 신토불이 음식이 약식동원이며 제철에 나는 음식이 약식동원인 셈이다.
이런 사실을 따져보면 인삼을 미국에 가서 심었더니 우리 인삼보다 훨씬 영양소가 적고 약효가 적었다는 것이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고려인삼이 유명하고 한국에서 난 약초가 좋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난 인삼은 한국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조건에 따라 생명력을 전수하여 온 것이기에 그런 성분을 우리 몸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때 우리 몸도 고려 인삼이 사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는데, 인삼도 그런 조건에서 자랐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을 이기는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철에 자란 식물은 제철이 아닌 기간에 인공 시설에서 자란 식물에 비해 좀 더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으며, 화학적 기호로 똑 같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몸에 들어와서는 각기 다르게 작용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같은 비타민C라 하더라도 좀 더 흡수가 잘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차이가 발생하며, 흡수된 비타민C라 하더라도 체내 유기물 혹은 효소들과 잘 적응하여 임무를 완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차이가 발생한다. 그렇지 못한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우리 몸에 들어왔으나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그냥 배출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신토불이의 일종이다.
이 책은 본 서양의학 전공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그들은 이런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냥 지어낸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책은 영양학, 조리학, 식품학, 성분학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그 식품이 가진 성질과 효능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이다. 이런 것은 사람들이 신봉하는 과학적 수치로 나타나는 보고서나 논문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약초들을 사용하였을 때와 일반 다른 약초를 사용하였을 때의 차이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이를 두고 서양의학에서는 전혀 근거가 없고 서로 연관성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들도 왜 연관성이 없는지 혹은 왜 근거가 없는지는 밝혀내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그 외에 다른 영향을 줄 요소를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아니라고 주장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양의 보다 한의 쪽에 더 관심을 가진다. 산에 가서 계곡물을 떠 마시면 시원한데, 가지고 간 페트병의 물을 마시면 시원하지가 않다. 그것은 계곡물은 산이 가지는 차가운 성질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폭포로 내려오는 동안 물의 분자가 서로 흩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양의에서는 똑 같은 물 분자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이 가지는 물 분자구조는 어떻고 전자렌지에 넣고 돌린 물은 구조가 어떻다고 말한다. 또 사랑한다고 말한 물의 구조는 어떻고 악마라고 말한 물의 구조는 어떻다고 말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양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들이며 오로지 한의학 혹은 대체의학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남대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는 우리가 볼 때에 회귀본능이 있는 어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연어는 어릴 적에 자신이 태어났던 곳의 환경을 잘 기억하고 있음은 물론이며, 그런 환경에서 자라고 종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길들여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그런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면역력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연어를 강제로 다른 강 혹은 다른 나라의 호수에서 번식하도록 하였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수의 치어가 성장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문가지다. 물론 그 이후에 살아남은 소수의 연어가 다시 그런 환경에서 면역력을 갖추게 되었다면 이미 답은 나온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연어를 강제로 다른 강으로 분산하여 산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전국의 모든 강에서 연어가 산란을 한다면 머지않아 세계의 모든 연어들이 성체가 되면 우리 대한민국의 강으로 몰려올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동식물은 자신의 환경에 맞게 살아가므로 우리는 우리 환경에 맞는 식재료를 먹어야 하며, 그런 약초를 약으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강한 약성이 있는 식재료를 발견하였다면 그런 식재료를 약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약식동원을 믿는다면 모든 병은 음식으로 고칠 수 있다는 말도 믿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좀 더 많은 분량을 싣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환경에서 우리가 앓는 질병은 참으로 무수히 많다. 그런데 그런 모든 질병에 대한 약초를 다 수록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두고두고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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