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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

꿈꾸는 세상살이 2015. 11. 3. 21:04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

 

 

박래군/ 컴퍼니클/ 2014.04.10/ 294쪽

박래군 : 인권운동가로 재단법인 인권재단이 세운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의 소장으로 있다. 인권운동을 하면서 비폭력 불복종운동을 신념으로 삼고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감옥에 다녀왔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권리를 되찾는 일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인권을 회복하는 일에 고민하고 있다.

 

 

저자 박래군의은 동생은 분신자살하였다. 조금 지난 뒤에 조성만이 투신자살하였다. 그리고 최덕수가 분신자살하였다. 국가가 국민을 잡아다 고문하고 죽이는 일도 많이 일어났던 것이다. 오송회사건이 그렇고 부림사태가 그렇다.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렇고 군 의문사가 그렇다. 이처럼 주변에서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말을 해도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몸으로 표현하고 떠나는 사람을 보았다. 그래서 그들의 못다 한 말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들의 말을 대변해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인권운동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사회는 인권운동가가 필요하다. 그만큼 서로 대화가 안 되고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말이다. 하루 속히 인권운동가가 필요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평택에서는 주민들이 가꿔놓은 일터 즉 삶의 터전인 농토에 미군기지가 들어선다고 하였을 때 주민을 도와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였다. 이 대추리 사건은 주민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이런 저런 정부의 정책에 밀려 집단 이주한 후, 다시 또 한 번의 강제 집단 이주에 이어 세 번째 터전을 마련한 곳에서, 다시 아시아 미군기지의 건설을 위해 물러나라고 하니 이에 격분한 주민들이 들고 일어선 사건이었다. 대승적 차원에서 보면 정부가 하는 일이니 참고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내막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표현할 수 있으나, 정작 대추리 주민들은 그런 정부의 결정에 따를 수 없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정부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가꿔 놓은 터전을 다시 정부의 정책에 의해 나가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대승적 차원이라 하더라도 그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용산사건과 쌍용차해고근로자 또한 마찬가지다. 농성 중인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 그러는지 잘 살피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이 전혀 취할 수 없는 상황을 억지로 그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우기는 것은 공권력의 남용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결코 그 이하가 아니다.

사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농성중인 사람들이 잘못 한 것인지 아니면 그를 저지하는 사람들이 잘못 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방 편향된 보도만을 듣는 일반 국민들은 오로지 정부의 발표에 의해 농성중인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잘못한 것으로 믿고 만다. 이것 역시 언론의 책임인 동시에 언론의 위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잘 찾으려면 제대로 된 사건의 내막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일반 보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양심이 있어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간첩 사건을 발표하는 정부는 그런 면에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특성상 그렇게 따르지 않는 사람은 무조건 공산당이요 쉽게 말해서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면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된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가장 슬픈 기억은 한국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강압이 묻혀서도 안 되고 그것을 빙자하여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매도하여서도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에서 살아왔다. 그러니 기득권을 제외한 약자는 항상 빨갱이라는 이름 아래 기를 죽이고 살아야 했다. 실제적인 빨갱이가 자신은 빨갱이가 아니며,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정의로운 사람을 빨갱이라고 말하면 그 정의로운 사람이 빨갱이가 되는 세상에서 살아온 것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물을지 모르나, 언론의 힘이 얼마나 큰지 정부의 정책 지시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그렇게 속아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정의로운 사람이 빨갱이가 되거나 진실 된 사람이 거짓과 위선인 사람으로 둔갑되게 되는 것이다.

김구가 그렇고 장준하가 그랬다. 반면에 친일파는 친일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립군을 돕는 일을 하였다고 어거지를 쓰기도 한다. 이 일에는 전남방적을 창업한 김용주가 그렇고 받아주지 않자 혈서를 쓰면서 충성을 맹세한 대가로 일본군 육사에 입학한 박정희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이 어떤 면에서 독립군을 도왔다거나 일본을 비방하고 무찌르는데 앞장섰었다고 거짓으로 한 일화를 만들어내서 선전하면 그만이다. 또 일부는 그것을 인용하여 재생산하고 확대하여 퍼트리면 된다. 이것이 바로 물타기 작전이고 일부 미화작전이며, 거짓으로 빠져나가려는 천하 역적의 무리배가 되는 것이다.

박정희가 독립군을 도왔다는 말은 박정희가 군사쿠테타를 일으킨 후, 일부 맹목적 충성자가 그를 미화시키는 과정에서 박정희 띄우기를 한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만들어낸 거짓말을 다시 확대 재생산하여 국민에 무료로 파급시키면 일은 끝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낸 가짜 역사는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그 당시 사람들이 모두 죽은 후에 마치 살아있는 진짜 역사처럼 후손들이 배우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박정희 정권과 이명박 정권 그리고 박근혜에 들어서는 더 심화되고 있다. 아니 심각하게 왜곡되기까지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2015년 11월 3일에 강행한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5일 하겠다고 하더니 국민들이 매일 국정화 반대 촛불집회를 열고 반대하니까, 하루라도 빨리 이런 국론을 통일시켜야 국가가 안정된다는 궤변으로 앞당긴 것이다. 더 이상 두고 보다가는 잘못하면 국정화반대가 전 국민의 이슈로 번질까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박정희가 저지른 일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 상황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구국의 결단이었다는 점을 부각시켜서 친일이나 공산당원이었던 사실을 숨기고 싶은 개인적 욕심에서 나타난 발로다. 국가의 역사를 개인 집안사의 역사로 만들고 싶은 과욕이 부른 비극이다. 역사는 승자의 펜으로 쓰여진다고 하는 말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친북 성향이 짙다고 국민을 호도하지만 그 교과서 역시 정부의 검열을 거쳐 펴 낸 것이며, 순수하게 정부 주도하에 펴낸 국정교과서는 민간이 검열을 받아 펴낸 교과서보다 더 많은 수준으로 김일성을 설명하고 사진도 박정희보다 김일성을 더 많이 게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도자들은 입만 열만 현재의 역사 교과서는 좌편향되었고 집필진은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거짓말하면 그만이다. 그것을 받아서 포장하고 정말 그런 것처럼 방송에서 연일 매시간 떠들어대면 국민들은 그 말에 세뇌되어 그렇게 믿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까지도 김대중은 빨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것은 박정희가 김대중과 대통령 선거에서 직접 맞닥트렸을 때에 만들어 낸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던 박정희의 말을 믿으며 김대중을 빨갱이로 몰아갔다. 그리고 억지로 맞춘 재판에서 그를 사형선고까지 내리고 말았다. 그러기를 벌써 여러 차례 당한 김대중이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일부 세력들은 실체도 없고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끝없는 색깔논쟁으로 일관하였다. 그러나 2015년 그 당시 많은 것을 알고 있던 김종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김대중이 박정희와 대통령 선거에 나설 즈음에는 김대중의 인기가 워낙 높았기에 패배 위기를 느낀 박정희 일당이 당시 김대중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그를 빨갱이로 몰아갔던 것임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조차 국민의 뇌리에 각인되기 전에 곧바로 묻히고 말았다. 현재 기득권은 박정희 일당인데 어찌 그런 말을 국민에게 흘릴 수 있는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2015년 11월 2일 인터넷 다음에 떴던 기사를 편집한 말이다.

이런 일들이 바로 박래군을 인권운동가, 노동운동가, 학생운동가로 내 몬 것이다. 지금도 이런 일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은 정말 후진국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암울한 면이 깊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가 말로는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시대는 중세 봉건주의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경찰국가, 군대국가, 통제국가 모두는 억압과 무력에 의한 국가의 상징이다. 내가 지금 하는 말도 어떤 꼬투리를 잡힐지 모르면 불안해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우리가 행복한 나라에 살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을 통감한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42.6명이 자살하여 1년에 15,556명이 스스로 죽는 나라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부의 편중과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국민들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법 기준에 따라 불평등과 좌절을 먼저 배우게 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민주주의의 선택은 다수의 원칙이라는 미명으로 원칙이 아닌 것을 원칙으로 만들어가는 세상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나타나고 또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들마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고무줄 잣대에 따라 밀려가기는 마찬가지다. 불법을 해놓고도 아니다 하면 그만인 세상, 없는 것도 있다고 하면 있는 세상, 극소수의 요구에 의한 것이지만 말로만 여러 사람이 원한다고 하면 그만인 세상, 여기에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저자 박래군은 이제 인권운동을 그만 해야 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미 자신은 더 이상 인권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체력적으로도 그렇지만 사실 변하는 시대에 변하는 방법으로 인권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권운동을 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은 바로 젊은 세대들임을 느낀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얻어낸 세상을 자신들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박래군과 같은 세대는 자신들이 얻어낸 세상을 후손들이 살아가기 때문에 그 당위성과 필요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후손들은 그냥 얻어진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인권운동의 필요성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더욱 인권운동의 부재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그러기에 새 술에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이제 인권운동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세대교체는 항상 일어나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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