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말이 그렇구나!
성기지/ 디지털사이버/ 2004.01.10/ 206쪽
성기지 : 1962년 경남 창녕출생, 한글학회 연구원 및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으로 있다. 바른말 쓰기와 한글 맞춤법 상담을 하고, 교통방송 및 국군방송 등에서 우리말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우리말 바로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우리글 바로잡기 연습』,『맞춤법 사슬을 풀어 주는 27개의 열쇠』,『생활 속의 맞춤법 이야기』,『고치고 더한 생활 속의 맞춤법 이야기』등이 있다.
이 책은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에 대하여 바로 잡는 형식으로 엮여있다. 그러나 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단어나 말에 대하여 바로 잡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일반적으로 많이 틀리고 있는 것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말이라고 해서 다 옳은 말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다 옳은 말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맞는 말이 이겠지만 생활의 편리 혹은 어떤 특정 그룹의 소속감을 주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늘여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른 말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항상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요즘 길거리의 간판은 하루가 멀다하고 외국어 간판이 생겨나며, 어떤 때에는 국적도 모를 단어를 활용하여 간판을 만드는 경우도 본다. 특히 개인 통신의 발달로 인하여 각자가 휴대하고 있는 전화기를 활용한 언어는 더욱 많은 변화가 있다. 어떤 말은 그런대로 내용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설명을 듣지 않고는 전혀 해석할 수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이들은 이런 단어에 민감하며 혹시 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오해받을까봐 더욱 강렬한 단어를 사용하고 심지어 말도 안 되는 단어를 만들어 퍼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은 이 들이 성인이 되어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잊혀지는 단어가 되고 만다. 사회는 그런 단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학생보다 나이가 많고 사회경험도 많아 그들의 주도하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득권에 대한 보수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항상 그렇게 빠르게 변하고 일시에 왔다갔다 하는 것은 아니니 기득권 세력이 이러한 단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그런 느림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러다가는 우리 모국어거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도 없으며, 후손에게 가르쳐줄 말의 정확한 근거를 알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각종 방송에서는 정확한 우리말 사용에 대하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듣다보면 아직도 갈 길이 바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르쳐야 할 것은 많은 데 하루에 한두 마디씩 그렇게 가르쳐서는 언제 어떻게 다 가르칠 것인지 조급해져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는 듯이 태평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럴 때면 내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 된 것인지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 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더라도 잘 돌아가고 있다. 나중에 우리말이 없어지고 우리글이 없어지더라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우리말과 글이 없어도 잘 돌아갈 것이다. 마치 이런 것을 미리 예측이라도 하고 있다는 듯이 사람들은 태평으로 살아간다. 정말 그들이 세상을 초월한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저자의 서문에 어떤 여고생이 톡톡 튀는 인터넷 언어로 사랑 이야기를 소설화 시켰다고 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많은 호응을 받았고 급기야 어느 대학에서는 이 여고생을 특례 입학시키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나도 한 때는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 궁금해져서 일부러 찾아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한두 페이지를 넘기고는 덮어버렸다. 아직 사회의 이해에 대한 부족과 실제 사회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사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변형된 언어를 사용하여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자기 대학에 입학시킨다는 것은 대학도 인기몰이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우리말을 순화하고 우리글을 잘 보전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것도 자라나는 청소년이 아직 세상의 쓴맛 단맛을 다 보지 못한 학생이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잘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물론 그 학생이 그렇게 쓰는 것은 자유이며, 그것이 나쁘다는 것도 틀렸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선은 지켜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바이다.
해마다 한글날이 오면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글과 우리말을 사랑하자고. 그러나 정작 그 날이 지나면 자신도 한글 사랑과 우리말 사랑을 게을리하고 있다. 생활의 편리함 때문이라는 간단한 논리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편하자고 하다가는 우리의 고유한 맛과 멋마저 사라져버릴 것이 뻔한 대도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많이 아쉽고 조금은 분개하는 마음마저 든다.
지난 한글날에 다독왕 선발대회를 하였던 기억이 난다. 우선 바른 활자로 된 책을 많이 읽고 바른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 자신이 우리글과 우리말을 사랑하고 보전하겠다는 다짐이 더 급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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