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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

꿈꾸는 세상살이 2015. 11. 5. 17:08

 

 

쿠션

조신영/ 비전과 리더십/ 2008.10.30/ 269쪽

 

이 책은 직장인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적합한 내용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책은 아주 많이 있다. 이 저자의 책인『경청』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다. 『경청』은 남의 말을 잘 들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것을 빠른 시간에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으니 남의 말을 잘 들으면 좀 더 빠르고 정확한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남을 이해하여 남의 도움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론적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보다 남들이 도움을 주면서 나는 좀 더 여유있게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빠르고 정확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세상 사는 사람들의 기본이 아닌가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책『쿠션』은 위의 경청과는 조금 다르게 자기 내면의 자아완성도를 높이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드라마에서『허준』이라는 것을 보았을 때, 허준은 항상 남에게 좋은 일만 하다가 정작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과거 시험에 낙방하고 만다. 그런데 허준은 과거에의 낙방은 고사하고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사람이 제 시간에 과장에 도착하지 못하여 입장하지도 못하고 만다. 그러니 시험에 낙방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왜 허준은 항상 시험을 보러 가는 도중에 어려운 사람을 만나고, 그러다가 정작 자신의 시험은 낙방하고 마는가. 그것은 허준이 지닌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물론 허준이 실제로도 그런 성격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기에 당대 최고의 의학서적인『동의보감』을 집필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사회생활 즉 자신의 가족과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못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쿠션 역시 허준의 행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일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욕심만 차려서 하는 것보다, 한 발 물러나서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여러 사람에게 좋을 것을 찾아서 하는 행동이 그렇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바로 내가 행할 쿠션인 것이다. 본디 쿠션은 한 물체에 어떤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그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반감되거나 혹은 아주 약하게 작용하여 무리한 변형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한 쿠션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이 되며,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이 될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사람을 배려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내가 이 책을 받아 읽기 시작한 후 두 시간 만에 읽어냈다. 문체가 쉽고 내용 또한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와 비슷한 유형의 책들을 벌써 여러 권 읽었기에 마음으로도 부담이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첫 장을 여는 순간 주인공인 한바로가 어쩌면 나와 이렇게 비슷하게 생겼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것은 성씨가 마침 나와 같은 한씨였기에 그랬을 것이고, 성격 또한 오래 참는 다거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옳고 그름만 생각하여 남에게 마음에 상처 주는 말부터 튀어 나오는 것이 그랬을 것이다. 물론 나는 여러 번 생각하고 옳은 판단을 하였으며, 누가 보더라도 내 말이 틀린 말이 아니며, 나의 행동은 나 개인보다 여러 사람을 위하여 더 좋은 방법임을 부인하지 않는 조건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것은 내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이 우선 당장 그 사람에게 듣기 거북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친절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을 고마워한다. 대신 도움을 주면서도 윽박지르고 나무라면 사사건건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별로 호감을 갖지 못한다. 이것은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가르칠 때에도 듣기 좋게 기분 좋게 해야 하는 것이라면 나무라는 것은 물어 더욱 무엇하겠는가.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맨 마지막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것은 여느 책처럼 이렇게 하면 자신의 내면을 수양할 수 있고, 그러면 사회에서 허준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적인 표현 때문이었다. 책의 주인공인 한바로가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내면을 다스리는 방법을 전수받았을 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구절이 없었다면 나는 이 책에 대하여 대단한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이 장면에 의해 이 책 역시 다른 책과 같이 자기계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만약 이 책이 그런 교과서적인 가르침이 없었다면 아마도 좋은 인생의 지침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내고 그에 맞는 해답까지 주면 그것은 정답 하나만이 존재하는 산수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필자가 원하는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 혹은 각양각색의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들에게 하늘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에 각기 다른 감정으로 대답하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어떤 아이는 하늘을 구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어떤 아이는 비가 사는 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무지개가 사는 고향이라든지, 하느님이 사는 대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의 답이 존재할 때 우리는 좋은 질문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이 책이 자신의 내면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측면을 상상한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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