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그리다
배종훈/ 꿈의 지도/ 2015.12.25/ 245쪽
배종훈 : 여행과 삶의 이야기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서양화가로,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중학교 교사이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불교와 명상에 관한 신문 삽화도 그리고 있다. 저서로『행복한 명상카툰』,『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등이 있다.
유럽 여행을 하고 그 내용을 더듬어 그림으로 그린 책이다. 저자는 여러 차례 여행을 한 이력이 있어 대체로 알고 있지만 세부적인 지리와 역사에 대하여 좀 더 정확하게 알고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주 여행을 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든 여행을 자주 가는 것은 참으로 복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하는 직업이 직업인만큼 그것을 이해해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조금은 비교가 된다. 나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 아니면 그렇게 할 수가 없는가 하는 생각들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
저자의 이번 여행은 혼자서 하는 여행이었지만 1차 목적지인 파리로 가는 도중에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젊은 여인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추운 겨울의 파리가 눈이 오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비가 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기후이며, 마침 그 날도 비가 내렸다. 비행기는 연착을 하였고, 비행기에서 만난 여인의 짐은 중간 경유지인 중국에서 하루 늦게 운송됨으로써 여행 일정에 커다란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저자가 자동차를 렌트하면서 자연스럽게 합류하여 동일한 코스로 여행을 하게 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어쩌면 저자의 연출 즉 허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글은 반드시 사실이 아니어도 그냥 읽는 재미가 따라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이라고 해도 별 문제는 없다. 내가 궁금한 것은 두 사람의 사이가 어떻게 발전하느냐가 아니라 유럽에 대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실이 어떤가를 알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두 사람의 관계까지 알아야 할 필요도 없지만 설사 안다고 해도 더 이상 어떻게 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니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닌 것이다.
여행은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둘이 하는 것도 좋다. 너무 많은 인원이면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단 둘이서 하는 여행은 대체로 의견이 다르다 하더라도 맞춰지는 게 상식이다. 서로 이해하지 않으면 반드시 낭패가 따르는 것은 누구나 짐작하는 바와 같다. 그래서 어려운 일도 같이 해결하고 쉬운 일도 같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있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동행을 하였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배려하는 정신으로 이어졌다. 조금은 나보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서로의 여행을 편하고 즐겁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보고 느낀 감정이 더 좋았을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그린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더 잘 담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즐거운 여행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전시회를 간다거나 그림을 사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책의 그림에는 별로 관심을 주지 못했다. 내가 보는 것은 글로써, 내용에 담긴 유럽을 이해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글자가 없어서 유럽을 이해하는 데는 부족하기가 턱이 없다. 작가가 원하는 곳을 보고 미술교사가 느끼는 감정을 적은 것이니, 내가 찾는 자료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내가 원하는 여행 그리고 내가 원하는 독서를 하는 의미에서는 나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서적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책을 읽다보면 다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이 시원하다는 것이다. 또, 한 권을 더 읽었다는 감정도 있다. 그렇게 그렇게 읽어 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시 다른 책을 찾고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과 함께 빌려온 책은 주로 유럽의 여행에 관한 책들이다. 한꺼번에 이런 목적을 두고 책을 빌려온 것도 드문 경우에 속한다.
이렇게 여행에 관한 책을 보다보니 나도 언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지배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해외여행에 대하여 자유롭지는 않다. 일본과 중국 등 가장 가까운 나라와 유럽의 몇 나라를 다녀온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고 있다. 이리저리 시간을 맞추고 비용을 계산하다보니 참으로 쉽지 않은 결정임을 느낀다. 누군가 말하기를 여행은 그 비용에 비하여 얻는 것이 더 많은 참으로 좋은 행동이라고 말이다.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게 해외여행인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만약 나도 직업이 그런 것과 관련이 있다면 좀 더 많은 기회를 갖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가져본다.
앞으로 계속하여 읽어야 할 답사에 관한 책이라 이 책『유럽을 그리다』와 함께 사뭇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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