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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꿈꾸는 세상살이 2016. 1. 27. 07:47

 

 

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최경화/ 모요사/ 2015.11.25/ 343쪽

 

최경화 : 대원외고를 졸업하였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였다. 이후 이화여대에서 미술사를 공부하였다. 스페인, 포르투갈, 미술관, 그림, 바느질 등에 관심을 보이며 포르투갈에서 살고 있다. 저서로『스페인 미술관 산책』이 있으며, 역서로『미켈란젤로』,『카라바조』,『그림보다 액자가 좋다』,『세상에서 가장 큰 중국책』등이 있다.

 

저자가 말하듯 포르투갈의 역사, 문화, 여행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우리가 아는 포르투갈은 유럽의 어느 한 나라쯤이 고작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우리 남한의 면적과 비슷하며 인구 또한 1천만 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매우 커다란 존재로 다가온다. 왜 일까. 그것은 아마도 역사 속에서 강한 나라로 자리 잡은 것 때문일 것이다.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같은 나라였지만 항상 있어왔던 전쟁으로 인하여 두 나라가 갈라졌다. 거기에는 스페인의 꼼수가 있었고, 포르투갈은 미리 염려하였지만 전쟁에서 패한 나라로 힘이 없어 어쩔 수없이 받아들인 것이 그만 굳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한 때는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여러 열강들과 어깨를 겨루던 민족이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과 맞서 아프리카를 양분하려다 실패하고 내분으로 힘을 잃으면서 속국이 독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지배하던 나라 포르투갈을 칭찬하고 우러러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무렵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가 현재까지 전하고 있다는 데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가는 곳마다 유적지이며 가는 곳마다 문화가 있는 곳이다. 벌써 500년 전에 지었던 건물이 현재도 존재하는가 하면 그런 모습을 간직하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국민들이 부러운 것이다. 비록 국민소득이 적어 경제적으로는 100위권 밖이고, 인구로는 80위권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축구계의 전설‘에우제비오’와 현재도 진행형인‘호날두’가 있어 친근감이 드는 나라이기도 하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책『유럽을 그리다』에서는 작가가 화가로 그림을 그려 설명하던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사진을 찍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른 점이 있다. 내용에서도 전자는 작가의 감성을 그대로 적어놓았는데, 후자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포르투갈 사람들의 마음 일부도 전해지는 것 같은 비교가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책의 제목처럼 시간이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실 유럽에서는 국경이 있으나 그리 심한 거부감도 없고 국경 통과에 대한 강한 보안조치도 없다. 그저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오가며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곳임을 느낀다. 그래서 포르투갈 사람들도 자신의 부족한 것을 탓하지 않으며 그냥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축구나 어떤 국가적인 행사를 보면 역시 그 나라의 전통이 있고 문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포르투갈 역시 한 때 어려웠던 시절에 축구로 민심을 다졌었고, 이제는 그것이 생활이 되어 축구 강국이 되었다. 무엇이든지 자꾸 반복하면서 생활화하면 그것이 곧 문화가 되는 것이 진리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어떤 행동이 후에 내 후손들이 찾아 즐길 문화가 된다면 어찌 함부로 행동할 수 있을까. 조심하고 조심할 일이다.

 

우리에게 요즘 유행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카페’다. 그런데 포르투갈에서는 이 카페가 바로 커피의 이름이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에스프레소’가 바로 그 커피다. 어쩌다 커피가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 되었을까. 그러나 우리의 카페가 포르투갈의 커피에서 유래되었는지는 좀 더 알아봐야 한다. 어쩌면 동명이인이 존재하듯이 서로 같은 듯하면서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포르투갈의 커피가 우리나라의 거피 마시는 곳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고유명사를 마치 대명사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이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듯한 느낌도 들고, 고전적인 감동을 받는 나라이기도 하며, 성경에 나오는 많은 유적들이 있어 정겨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폴란드와 함께 어느 큰 나라의 한 지방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이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포르투갈이다. 이처럼 빈약한 환경 탓에 외부로 눈을 돌리고 거친 바다를 건너 오지를 탐험하면서 개척한 나라가 바로 포르투갈이다. 숱한 전쟁을 치르면서 다듬어지고 강해진 나라가 바로 포르투갈이다. 그러면서도 소박하고 옛 것을 잘 간직하는 나라가 바로 포르투갈이다. 우리도 이런 포르투갈을 배워야 할 것이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가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쓴 책이기에 더욱 확실한 믿음이 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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