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발견
최광현/ 부키/ 2014.12.19/ 287쪽
최광현 : 한세대학교 대학원을 거치고 독일의 본대학교에서 가족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본대학병원에서 가족치료사로 일하다가 귀국하였고, 한세대학교 상담대학원 가족상담학과 주임교수이면서 트라우마 가족치료 연구소장으로 있다. 저서로『가족의 두 얼굴』,『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가족세우기 치료』,『인형치료』등이 있다.
한 마디로 심리학치료에 대한 책이다. 요즘 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간 내면의 병이 주목받고 있는 때에 자주 접하는 내용 중 하나다. 흔히 미술치료 음악치료 하면서 심리치료의 문을 열더니 이제는 향기치료, 독서치료도 생겨났다. 그런데 이런 치료에 치료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치료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통하여 증세가 호전되고 나아졌지만 어디까지나 치료는 아니고 결과가 좋아졌다는 것뿐이기 때문이란다.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학술적인 근거에 의해 붙여진 현상이다. 다시 말하면 치료는 반드시 의학을 공부한 사람에게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의학과 양의학의 구분에서도 나타난다. 한의사는 양의사들이 사용하는 심전도검사기계나 초음파검사기계, MRI검사기계와 같은 장비들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런 기계들이 처음부터 양의사들의 치료를 돕기 위하여 개발된 장비이기 때문에 그런 장비를 사용할 자격이 없는 한의사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럴 자격이라는 것은 장비의 사용 방법과 그런 측정 데이터를 놓고 해석하는 것이 바로 양의들이 주장하는 학술적 이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의사들은 그런 공부를 하지 않아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런 의술적 장비라 하더라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들이 고지되었다. 아직 내가 법적으로 언제부터 어떻게라는 것을 확인하지 못해서 확실하게 말은 못하는 형편이지만 아무튼 한의사도 그런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장비를 만드는 사람이 그 측정치를 해석하는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한의사가 이미 일반화된 장비의 측정치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며 일반인조차 그런 데이터를 오해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것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병원에서는 이런 심리치료를 한다. 그것은 의사들이 정식으로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열심히 외우고 공부하며 실습하여 얻은 결과로 받은 전리품인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하나의 학술의 범위에 들어가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외국의 심리치료와 비교하여 아직 부족한 면이 많이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우리나라 심리치료가 선진 외국에 비하여 늦게 도입되었고, 우리 국민들도 그런 측면에서는 멀리 있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이런 증상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책으로 만들 정도로 많은 연구와 치료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런 종류의 치료가 많은 것이 확실하다. 그것은 외적인 병 즉 신체적 물리적 병이 치료되거나 아예 병에 걸리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내적인 즉 마음의 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제 이렇게 다른 의미의 병 즉 새로운 질병의 발견이야말로 의사들의 할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의사는 점점 그 수가 많아진 것에 반하여 할 일이 적어져서 마침내 대접받지 못할 직업에 속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아직까지는 일반인에게는 심리치료가 아주 좋은 치료가 되기는 한다. 그것은 현재 우리가 앓고 있는 내면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앓고 있는 감기가 다른 사람의 팔다리가 없는 불편보다 크다는 우리 속담처럼, 현재 내가 앓고 있는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심리치료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한 번에 아주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좀 더 세부적으로 알고 싶은 욕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치료 과정을 설명하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야 이런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말이다. 그것도 만약에 전문적인 치료사 즉 심리학을 전공한 양의사들의 몫이라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또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할 말은 없다. 우리는 언제나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 양의사들의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아야 하는 숙명이라면 말이다.
내 해석이 너무 비약하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각 증상을 느끼고 조금씩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개선되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이 많이 나와야 하는 것이며, 이런 책들이 많이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요즘 전 국민의 부동산중개사화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모든 국민이 병을 알고 대처하는 기본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의사들이 그렇게 쉽게 병을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고, 또 병을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되는 것이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충분한 임상 실험을 한 자만이 즉 양의 전문의만이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양의사들의 주장일 뿐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난번 의료대란이 일어났을 때 많은 국민들은 의사나 약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았었다. 정말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누가 고치든 누구든 안 아프며 살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을 악용하여 질서를 어지럽히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의사들은 그런 일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를 묻고 그 방법이 지극히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아예 확실한 방법과 확실한 자격이 아니면 의료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단언하는 이유다. 물론 내용적으로는 공감한다. 그러나 개인이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조차 막는 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흡연을 두고 마약을 투약하는 습관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부는 약물중독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금연을 하겠다고 하면 반드시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치료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런 내용 자체가 바로 심리치료의 일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 스스로 판단하고 나 스스로 처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 다짐 아니겠는가 말이다.
가족치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어떤 증상이며 내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대다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설사 모르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치료하기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 혼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유형의 책이 좀 더 많이 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거기에는 반드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양의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은 책을 냈으면 좋겠다. 어디까지나 자신만이 경험한 유형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그런 환경 또한 누구에게나 똑 같은 것은 아니기에 말이다.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임상실험을 통한 결과를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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