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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웃긴 여자

꿈꾸는 세상살이 2016. 2. 4. 07:38

 

 

대통령을 웃긴 여자

 

김태은/ 더클/ 2015.10.01/ 250쪽

 

김태은 : 1994년 KBS에 입사한 21년차 아나운서다. 뉴스광장, 아침마당 전북, 김태은 가요뱅크, 경제 가마솥, 주말 9시 뉴스 등을 진행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99년 우수봉사방송인 지도자상, 2006년 전북 아나운서연합회 아나운서 대상 등을 수상하면서 성실한 방송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대통령을 웃긴 여자다. 정말 이런 제목만 보면 꼭 이런 제목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어차피 책이 에세이라면 그도 별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활동 혹은 생활 일부 중에서 한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 그리 잘못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제목을 처음 본 순간 강한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개인적으로 지인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라 다 읽고 가져다주려고 끝까지 읽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개인의 에세이인 만큼 문제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하여 내가 그런 생각을 하였던 것이 어쩌면 그렇게 못나 보일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것은 내가 쓴 책의 제목을 놓고 다른 독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라는 소위 잘 나가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서 또 다른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나운서에 대한 성향을 잘 모르고 있으며, 안다 해도 방송에 비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차제에 이런 책을 통하여 비록 특정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방송인에 대하여 혹은 방송에 대하여 일부나마 알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책에 대하여 저자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 책을 출판한 곳이 도서출판 더클이다. 더클은 다른 출판사에 비해 신설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많은 책을 출판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클에서 나온 책은 상당수 읽어 보았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편집을 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장의 쉼표 내지 표현법에서 문장을 짧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고, 단어는 쉬운 것을 골라 쓰는 것도 특색이다. 그런데 모두가 하나같은 것은 문체가 다 똑같다는 것이다. 마치 한 사람이 여러 권의 책을 낸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편집자가 의도적으로 편집을 하였다거나 아니면 저자가 표현한 것을 편집자가 다듬은 것이란 추측을 해본다.

물론 이런 것이 책을 읽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클에서 나온 책이 모두 이런 형식으로 쓰였다고 하면, 앞으로 더클의 책은 언제 어디서 보더라도 금방 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장은 짧게 가면서 신문의 소제목처럼 조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때는 앞뒤 문장에서 쉼표가 아닌 마침표를 찍어야 할 곳이 더러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쉼표의 전후 문장에서 대구가 잘 맞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내용으로 돌아와서, 저자가 말하는 아나운서가 대통령을 웃긴 것은 고 노무현대통령의 만찬에서 사회를 보았을 때의 일이다. 자칫 지루하기 쉬운 식사 시간을 달래기 위하여 위트를 사용하였던 것이고 이에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웃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그 사회가 재미있었다고 특별히 언급을 하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은 대통령과 같이 식사를 하기도 쉽지 않지만, 거기다가 사회를 보기도 쉽지 않지만, 또한 어려운 자리라서 유머를 사용하기도 쉽지 않지만 저자는 그런 것을 잘 조화롭게 이어갔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아마도 천성이 타고 나야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부단한 노력으로 분위기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것을 긍정적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때 저자는 노무현대통령과 또 당시 분위기 모든 것이 잘 어우러졌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으로 복 받은 사람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책의 말미에 가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을 적었다. 그것은 책을 쓰다 보니 분량이 모자라서 아마도 그렇게 더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저자의 개인적인 것이며 느낌이니 어차피 에세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이것 역시 수필이 포함하는 범주다. 아나운서는 화장을 하지 않고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새롭지 않지만, 양복을 입는 것을 보고 정장을 하였다고 말하는 것은 어딘지 좀 씁쓸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 옷을 입지 않고 다른 나라 옷을 입었는데 그것을 두고 정장을 입었다고 하니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아나운서가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우리 일상 도처에 젖어 있음이 안타깝다. 책 내용이 우리 말 사랑 우리 글 사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