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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세상을 바꾸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6. 2. 10. 06:19

 

 

기술로 세상을 바꾸다

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칼러커뮤니케이션즈/ 2015.12.09/ 257쪽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주관하여 매년 발행하고 있는 책으로 벌써 아홉 권 째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원 빈약국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세계 속에 우뚝 선 공업 선진국으로 인정받기까지 그 역할을 담당했던 기술 인력에 대한 묶음이다. 아직 기술 혹은 공업에 대한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공업 강국 혹은 기술 한국은 더디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누가 알아주지 않는 음지에서 노력한 이들을 찾아 드러내고 향후 공업 한국을 이어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만들어졌는데 지난해 즉 2015년으로 9권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우연찮게 보았지만 벌써부터 이런 책에 대한 갈망이 많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소개하고 있어서 너무나 짧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기술인이 한 기업을 경영하면서 겪은 애환과 그렇게 되기까지의 한 인생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책을 낸 처음 목적이 기술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므로 대체로 소개 형식을 띠고 있으며, 대학 진학 위주로 너도나도 학문 개발에만 매달리는 세파에서 이런 사람들이 없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을 안다. 또한 그렇게 노력한 대학 입학 후에 다시 새로운 직업 혹은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너무나 큰 손실임을 알기에 처음부터 진로 선택을 잘 하라는 조언으로 제공하는 것임도 잘 안다. 그렇지만 나 같은 공업도 혹은 기계를 전공한 사람들이 마음을 다잡고 각오를 새기기에는 약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미 기술인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현실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부여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책은 적극 권장하여 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더불어 학교에서 진학 상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과정을 겪어야만 우리나라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나라,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만족을 느끼고 온 국민이 행복해지는 나라, 이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결코 선진국으로 갈 수가 없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 그런데 그것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마침내 이루어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자기 행복이 아니겠는가.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바로 나라가 행복해지고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이리라.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즉 입지전적인 인물들은 한결같이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에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것보다는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는 하나의 집념을 불태우면서 자기 의도대로 되지 않고 주변의 환경에 따라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 경제적인 것은 물론 신용과 가족들 간의 문제까지 포함하여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것이 모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비록 규모는 작고 결과는 적을지라도 이러한 노력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공업 선진국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공업은 겉으로 나타나는 결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곳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기초 기술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시계 산업이며, 덴마크의 낙농업, 네델란드의 화훼, 일본의 열처리 기술하는 것들이 모두 이런 예이다. 우리에게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기업들이 세계 대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걸치고 힘을 겨룰 때, 그리고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듯이 세계 속에 우뚝 설 때에 비로소 기술 한국이 성립되고 공업 선진국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다.

며칠 전 대만에서 강도 6.4의 지진이 일어났다. 아파트가 통째로 무너지고, 조사 결과 기둥에서 식용유통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알지만, 대만 정부에서는 분명한 부실시공이라고 판단하여 시공업체에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무너진 건물 중에 초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 업체는 우리나라의 유수의 핸드폰 완성품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핸드폰을 만드는 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부품 업체는 이미 상당량의 재고가 있어서 납품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며, 핸드폰 만드는 업체 역시 완성품 재고가 있어서 시중에 핸드폰을 판매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부품 업체가 정상으로 가동되기 까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3주 정도가 걸릴 수도 있다. 만약 이런 문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면 핸드폰 판매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에 속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성공한 작은 기업들을 묶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아직 남들이 입사하기 꺼려하는 작은 기업, 아직은 작업복에 기름을 묻혀야 하는 굴뚝 산업, 아직은 급여가 적어 선뜻 지원하지 않는 기업들 중에 이렇게 꼭 필요한 기업들이 숨어있다. 만약 이들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공업 선진국 타이틀은 한낱 허울에 불과하다. 위의 예처럼 다른 나라에서 모든 부품을 수입하여 제조하는 것이라면, 만약 그 부품 업체가 지금 당장 부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치 산유국에서 우리나라에 원유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아무리 훌륭한 정유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훌륭한 화학 인재가 있다 해도 그것은 아무 쓸모없는 것들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필요한 것은 찾아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주역이 바로 국가가 될 수도 있고, 대학이 될 수도 있고, 학생 스스로도 될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 부모들이 아니 기성세대 모든 국민들이 무엇이 진정으로 나와 나라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