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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아줌마 제대로 바람났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6. 2. 1. 07:57

 

 

천상 아줌마 제대로 바람났다

 

한미숙/ 더클/ 2014.10.15/ 272쪽

 

한미숙 : 20년 동안 주부로만 살아오다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 사람. 심각한 결벽증이 있어 자신을 집안에 가두어두었으나, 독서클럽과 시낭송, 영어와 일어공부, 글쓰기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바꾼 사람이다. 글쓰기를 통하여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다시 느끼면서 향후 계속하여 변모하는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있다.

 

책의 제목을 보면 얼핏 사생활이 많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어찌 생각해보면 무슨 바람일까, 아이의 희망일까 아니면 가족의 소망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하면 작가 한미숙의 생에 있어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결벽증, 그리고 시집에서 겪은 내리 딸 셋의 어머니가 마지막 아들을 낳았을 때의 상황, 복잡하고 부산한 삶에서 자신을 잃고 엄마로 아줌마로 살아가다가 드디어 자신을 발견한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하였던 것처럼 전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특출 나게 작가로 성공할 기미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에 결혼 후에 평범한 주부로 살아간 것은 아닐까. 그러나 천상 주부에서 잠깐 외도를 한 탓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삶에 있어서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 도전이 어떤 도전일지 어떤 사람이 어떤 과제를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작 당사자도 모른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희망과 소망에 따라 자신의 선택이 달라지고 결정되는 것이다. 작가 한미숙 역시 그랬다. 처음에는 영어공부와 일어공부를 하였고, 독서를 통하여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시낭송까지, 아예 글쓰기까지 도전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의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네 아이의 엄마로써, 한 남자의 아내로써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느끼기에는 큰 변화임과 동시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남들은 다 잘하지만 나에게는 높은 산을 넘는 기분, 그것은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어느 골짜기를 통하여 가야만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그것은 도저히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지도를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우물 건너 모퉁이를 도는 골목집과 나무 사이로 난 샛길을 찾아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찾아낸 자신의 새로운 과제 역시 이런 소로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커다란 벽 즉 결벽증이라는 산을 넘고 드디어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 책이 다른 독자에게 주는 가치로 베스트셀러로 기억되는 아주 훌륭한 책이라서 가지는 성취감이 아니라, 자신이 도저히 넘볼 수 없었던 산을 정상까지 오른 것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참맛이 아닐까. 각자는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도전을 그리고 성취감을 맛본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완주에 대한 성취감이 있을 것이고, 선수는 기록 단축에 관한 성취감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어느 누구의 성취감이 더 위대하고 값진 것인지는 따질 수도 없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성취감이 나에게는 가장 값진 선물이기 때문이다.

 

주부로서 열심히 살던 여인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사회생활을 한 것부터 새로운 도전이면서 신선한 바람이었다. 그런 여인이 드디어 완벽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 앞으로 닥칠 인생에 대하여 자신의 꿈을 키우는 목적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 꿈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직 부족하고 미흡할지 몰라도 자신의 꿈은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그 꿈을 찾아 노력하는 것 역시 소중하고 훌륭한 것이다. 거기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또한 어떠할 것인가. 나는 한 사람의 작가 탄생을 축하하며, 남은 인생에서 새로운 꿈을 찾아 완벽하게 이루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