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독후감, 독서

한울타리

꿈꾸는 세상살이 2016. 3. 4. 17:06

 

 

한울타리 17집

 

한국편지가족협회 전북지회/ / 북메니저/ 2015.11.06/ 261쪽

 

이 책은 한국편지가족협회 전북지회에서 발간하는 편지 모음집이다. 회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보낸 편지를 묶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초기에는 매년 발행하다가 근래들어 격년으로 발행하였다. 아마도 편지쓰기에 대한 인식이 점차 식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들은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편지쓰기를 가르치고 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혹은 감사해야 할 곳에 편지를 쓰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작업에 속한다.

하지만 이처럼 편지를 공개하는 경우 자칫하면 가식에 얽메이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제 삼자가 보기에 격려하며 지원하는 글을 남기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쓰는 편지가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은 자꾸만 메말라가는 사회에서 한 줄기 비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단비가 되어 대지를 적실 때 생물에 활기가 띠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가식적인 편지라 하더라도 전혀 마음에 없는 내용을 쓸 수는 없다. 평소에 느끼는 감정이 있고 그것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에 상대를 정하여 편지를 쓰기 때문이다. 한때 고속도로에서 과속하는 차량에 대해 함정단속을 한다고 하여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남 모르게 숨어서 단속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예 내놓고 단속을 한다고 경고를 하더라도 그것이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하는 좋은 결과를 낳기에 긍정적인 평가도 얻고 있는 것과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번에 나온 책도 다 읽을 것을 하는 후회가 들었다. 지난번에는 다 읽지 못하고 겉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 속에는 마음으로부터 쓴 편지가 있고, 편지를 써서 책을 내기에 부족한 글을 모아야 하는 강박관념에서 쓴 편지도 엿보였다. 그러나 그런 편지라 하더라도 자신의 속 마음을 전혀 얹지 않은 것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손편지를 쓰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싣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방에 대한 좋은 감정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 자체도 좋은 것이다.

나는 올해 읽은 이 책에서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의 편지도 발견하였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생각하는 감정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남을 배려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반성해본다. 평소 그 사람이 하던 일은 전부 가식이었다는 생각마저 해본다. 그 사람은 내면적으로 그렇게 큰 아픔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겉으로는 건강한척, 기쁜 척, 밝은 척, 친절하게 대했던 것이 기억난다. 남에게 도울 것을 찾아 살피고, 자신의 어려움은 뒤로한 채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 그러기에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더욱 미안한 느낌을 가진다.

책에 실린 회원들을 보면서, 회원의 간부 명단을 보면서 내가 아는 사람들이 많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편지가족협회에 소속된 것을 본 것이다. 이런 책을 내는 데에도 글쓰기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손 편지를 쓰는 일에 매우 제한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주고받는 문자를 통하여 바쁜 소식을 전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느리게 전달되는 편지를 쓰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을까.

손으로 편지를 쓰는 것은 핸드폰으로 주고받는 문자에 비해 아름다운 면을 포함하고 있다. 한참을 생각하여 쓴 후 다시 고쳐 쓰는 것은 그 사람의 깊은 곳 속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을 모아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말로 하기 어려운 단어를 모아 다듬고 가꾸어 삶의 활력소로 만든다. 사람이 빵으로만 살 수 없는 것이니, 마음을 가꾸는 말을 내뿜는 것으로 사회를 정화시킨다. 최소한 편지를 쓰는 시간만큼은 조용히 앉아 나를 돌아본다.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를 회생시키고 아름다운 사회를 가꾸는데 필요한 단비가 된다. 한 마디로 손으로 쓴 편지는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단비다. 오늘 대지를 흠뻑 적신 단비는 얼었던 땅을 녹이고 개구리를 깨워 봄을 재촉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생명의 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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