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
김주환/ 위즈덤하우스/ 2015.10.13/ 255쪽
김주환 :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의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기호학을 사사하였으며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되어 미술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다. TV의 프로를 진행하기도 하고 TV에서 특강도 하였다. 저서로『구조방정식 모형으로 논문쓰기』,『디지털 미디어의 이해』,『그릿』등이 있으며, 역서로『스피치의 정석』,『드라이브』등이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어려운 책이다. 우선 책의 제목을 보면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생소하면서, 회복하는데 필요한 탄력성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은 조금 다른 의미로 회복을 하기 위하여 어떤 탄력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지적하는 말이다. 즉 회복하기 위한 내적 에너지가 어떤가 하는 말이다.
회복이란 원래 있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어떤 때는 잃었다가 찾는 것일 수도 있으며, 없어졌다가 다시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에 계속되다가 잠시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이제는 원래 있던 방향으로 되돌리는 것이 바로 회복이다. 그런 회복의 과정에서 얼마나 빨리 얼마나 완벽하게 돌아가느냐는 어느 정도 차이로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느냐 하는 것을 말한다. 즉 회복탄력성이 좋거나 많으면 완벽하게 바로 회복될 수 있고, 혹시 실패를 하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PART1의 초기에 나오는 사례들이 독자로 하여금 조금은 느슨하게 만든다. 아니 더 심하게 말해 지루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사례가 끝나면 본격적인 내용이 나오는데 조금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책들은 정독을 하여도 부담감이 없이 읽을 수 있지만, 이 책은 정독을 하여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확인하고 읽기를 반복하게 만든다. 물론 심리학이라는 부분이 일반인에게 생소하거나 전혀 느끼지 못하는 분야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조금은 쉽게 설명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들을 한다. 사실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환경에서 연습하고 도전하며 익히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부모로부터 혹은 교사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일 수도 있다. 만약 이런 회복탄력성을 인위적으로 주입하고 체감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회복탄력성은 그런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으로는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자신이 느끼고 스스로 판단하여 실행할 때에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리 부모나 교사들이 공부를 하라고 말해도 효과가 없는 것과 같다. 정말로 회복탄력성은 스스로 터득하고 축적시키는 방법이 가장 좋으며 가장 빠른 길인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이것을 자존감과도 연결시킨다. 스스로 존재감을 가지고 그것에 맞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더라도 쉽게 해결하거나 이를 지혜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항상 주어진 일 혹은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사람은 예전에 풀었던 문제와 다른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그만 답을 적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즉 인생의 목적이나 삶의 목적을 알고 실천하는 것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인도의 인사말에‘나마스테’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당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신에게 경배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당신을 존중하고 나보다 당신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말이다. 이 말을 우리의 고유 단어와 비교하면‘홍익인간’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는 나 개인보다 우리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더불어 사는 사람 즉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나의 어려움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자신의 내면세계를 정화시키고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언뜻 생각하면 그렇게 하다가는 남에게 뒤처지고 얕보일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결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자신의 행복감도 더 많이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자존감이 강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결론이다.
유대인식 교육방법에 토론이 있다. 이는 우리의 주입식 교육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인생의 목표 혹은 삶의 목적을 깨달아 나가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기에 각자는 자기 만족도가 높으며,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어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 많아지며, 그로인해 행복감을 더 느끼게 된다. 결국 이런 행복감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여러 논문에서 발표되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요약하면 인간의 본질을 연구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 즉 인성이 좋은 사람이 빨리 더 많은 것을 획득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사람들은 감사할 줄 알고 배려하며, 이해하고, 인내한다.
또 그런 사람은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파악할 수 있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그러나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쉽게 완수하며, 자아만족도가 높고, 성취감이 많아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서양의 문물을 높이 보는 경향이 있다.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서양의 영향을 받은 것이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방식이 우리에게 다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좀 더 오랜 시간동안 연구하고 실험을 통해 개선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지만,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그저 결과만 받아들이기에 그렇다. 우리도 남들처럼 시행착오에 소요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본질을 이해하였더라면 아마도 서양의 기술에 더해 더 좋은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서양의 문물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결과 그들이 겪고 있는 부작용까지도 여과 없이 흡수하고 있다.
이런 즈음에 심리적인 면에서 우리를 바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유구한 역사에 빛나는 전통을 바탕으로 국민적 자존감을 드높이고, 스스로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나를 바로 알고 나의 목표를 바로 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모든 문제 역시 정체성과 자존감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인문학을 포함한 심리학 부류의 이런 책들이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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