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고 싶은 순간들
전중식/ 쿰란출판사/ 2005.02.11/ 255쪽
전중식 : 1953년 광주시 태생, 농부의 아들로 미션스쿨인 숭일중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 교육학과를 마치고 조약도 약산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하워드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광주 양림교회를 시작으로 전도사부터 서울 성덕교회 영락교회를 거쳐 현재는 전주의 산돌교회를 섬기고 있다. 저서로『사람들의 침묵 돌들의 합창』,『무엇을 보십니까』등이 있다.
전주에 있는 산돌교회 전중식 목사가 쓴 책이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나는 첫 권과 두 번째 책을 읽었고 이번에 세 번째 책을 읽어보았다.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나는 교회의 40년사를 쓰기 위하여 여러모로 걱정을 하고 자료를 모으던 중 지인이 나를 측은이 여겨 교회 관련 책을 몇 권 주면서 읽으라고 하였던 것 중에 이 책도 들어 있었다. 다행이 발행 연도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찮게 발간 순서대로 읽었던 것 같다. 덧붙여서 안 돌려주어도 좋은데 그 중 어느 책은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나는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전화를 해서 그 책이 어떤 책인지 물어보아야겠다. 책을 빌려주면서 당부한 그 말을 지키지 못했으니 정말 큰 잘못을 한 것이다. 더구나 다 읽고 나니 그 분이 쓴 수필편지가 한 꼭지를 차지하고 실린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더욱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은 지난번 읽었던 두 권의 책에 비하여 좀 더 인간적인 면이 강했다. 앞에 읽었던 책들은 내 감정으로 볼 때 목회자의 신분으로서 강한 사명감 같은 것을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는데, 이 책은 그런 것보다는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수필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강한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요구하는 것을 떠나서 그냥 읽으면서 신앙인의 자세를 느껴도 되는 그런 책이다.
물론 읽는 사람이 강조하여 얻어낼 것을 연구한다면 그 또한 강한 신앙인의 삶을 요구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일 뿐이며, 비기독교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정도다. 활자체도 좀 딱딱하고 글자의 줄 간격도 좁아서 바쁘게 내려간 느낌도 든다. 전체적으로는 책의 활자 면이 어둡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한 주제 즉 한 꼭지를 한 장 즉 두 면에 넣으려는 생각이 지배한 듯하다. 다시 말하면 전체적인 페이지도 고려하면서, 한 주제의 원고가 두 면을 넘어가기도 그렇고 세 면을 만들기에는 부족한 그런 길이였기에 그랬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을 시간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고 가볍게 읽었다. 내용으로 보면 재미가 있고, 좀 더 비판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일을 신앙적으로 풀어낸 글이다. 저자가 목사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보면 신앙인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평상시 설교를 하던 중 미처 다 못한 내용을 이렇게 글자를 빌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주하고 이야기하기 곤란한 것은 서로 대면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익명성도 한 몫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어제,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내가 보낸 답신이었지만, 나보다 직급이 훨씬 높은 사람이었기에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답장이 온 것이다. 그것도 이제는 국내 경영자의 자리를 벗어나 미국 지사의 자리로 옮기기로 결정 난 상태에서 말이다. 바쁜 와중에 보내준 답신은 고마웠지만,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보고 주변 사람에게 빛과 소금이 되라는 당부였다.
이 짧은 한 문장이 나를 참으로 망설이게 하였다. 내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이분의 말대로 그런 그릇은 못 되니 내 주변의 적은 사람들에게만이라도 빛과 소금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얼마나 내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했기에 나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주라고 하였을까 하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당장 답신을 하지 못하고, 훗날 내가 조금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 후에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 다음에 답신을 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면에서 내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였단 말인가 혹은 내가 어떤 면에서 그렇게 보였단 말인가 하고 따질 수가 없을 것이며, 얼마나 못 났으면 주변의 사람들에게라도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였느냐고 묻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책도 바로 그런 내용으로 가득하다. 어떤 때는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항상 세상이 빛과 소금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 작은 일에서도 커다란 일에서도 항상 주님만 바라보고 그것은 바로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하는 것이니 그것이 바로 주님이 걸어가신 길이요 십자가의 길인 것인데, 신앙인이 이런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어렵게 해석하면 어렵겠지만 쉽게 해석하면 아주 쉬운 책이다. 교회 유치부 어린이의 작은 행동 하나에서부터 노부 권사의 사려 깊은 행동까지 모두 아우르는 일상 속의 내용이다. 내 삶의 전부이고 우리 가족 행동의 전부를 논하고 있다. 아니 신앙인으로서 삶 자체를 논하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가볍지만 신앙인의 권면이 그렇듯이 영적으로는 가벼이 볼 수 없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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