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뭔데
전우익/ 현암사/ 2002.04.30/ 140쪽
전우익 : 1925년 경북 봉화 태생, 자연을 스승 삼아 순응하며 사는 농사꾼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린 사람에게도 하대를 하지 않는 겸손함이 있다. 중국의 도원명과 김용준의『근원수필』을 좋아한다. 저서로『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가 있다.
저자의 세 번째 책이다. 나이 팔십을 넘겨서도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주변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의 제목을 보면『사람이 뭔데』이다. 이는 사람이 사람을 위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경종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을 사람이 편리하도록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것이 틀렸고, 자연은 자연을 그대로 보전할 때 그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돌려 말하면 사람은 우주의 주인이 아니라 한 부분 혹은 한 점에 지나지 않는 것을 역설한다. 그래서 자연을 훼손하거나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고치지 말라고 말한다. 자연에 군림하지 말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니 자연 속에서 한 부분을 빌려 쓰고 가야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람의 본성을 찾아야 하고, 사람의 존재 가치가 단연 우세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앞에 쓴 두 권의 책을 오래 전에 읽었는데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좀 더 자연적인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넓게 이해하면 인성을 가르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 사람의 존엄에 비해 자존감이나 자신감을 너무 강조하는 세상인데, 이 책은 그와 다른 면을 일깨운다. 사람이 제 아무리 잘 났어도 자연만 못하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나무는 1,000년을 사는 나무가 있는데 사람은 기껏해야 100년인 삶이다. 나무는 30m까지 자라는데 사람은 커야 2m 남짓이다. 사람은 잘 배우고 잘 먹고 살아도 항상 아파서 병원에 다니는데 나무는 흙과 물 그리고 태양만 있으면 아프지 않고 잘도 자란다. 나무는 학교에 가지 않고 별도로 공부도 하지 않지만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보다 더 평안하고 위엄을 지닌다. 자연이 가꾼 천종산삼은 값이 비싼데 비해 새와 바람에 의해 퍼진 지종산삼은 이보다 덜 귀하게 여기며, 더하여 사람이 심고 가꾼 인종산삼은 값이 훨씬 덜하다. 무엇하나 사람이 자연에 우월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은 모든 것을 사람 위주로 사용하려고 한다. 이것이 저자의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사람이 뭔데』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리고 있다. 실제로 편지를 보냈는지는 모르겠다. 전작에 비교하면 이 책 역시 지인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모아 그리고 약간의 추임새를 더하여 책으로 낸 것이다. 앞의 두 권에서 느끼지 못했던 진한 향수와 사람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가 지목하는 도연명이나 김용준의『근원수필』에 대한 간접 독서도 흥미를 돋운다. 독서에 이어 또 다른 독서 욕구를 유발시키는 것이다. 중간에 사진이 몇 컷 나오는데, 사실 사진에 대한 설명은 없다.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책의 내용과 사진의 어떤 밀착성은 떨어지는 듯하다. 딱히 내용에서 사진에 맞는 구절이나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빌리면 사진은 편집자가 저자를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하나씩 찍은 것 중에서 골라 놓은 듯하다. 원래 저자가 의도하여 이런 사진을 찍고 어느 부분에 넣을 것인지를 지목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본 내용과 사진의 부조화가 엿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몇 가지 부조화 역시 책의 내용에 의하면 아주 좋은 연출처럼 느껴진다. 어차피 사람은 자연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며, 제 아무리 발버둥쳐 노력해본들 자연의 발뒤꿈치나 따라가겠는가 말이다.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을 강조한 듯 이해하고 싶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쓰면서 한없이 낮고 낮은 자신을 아니 사람을 인식한 듯하다.
인문학,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저자 전우익(이미 작고하셨지만)에게는 별도의 인문학 강좌가 필요 없다. 저자는 이것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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