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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와 나

꿈꾸는 세상살이 2016. 4. 19. 22:01

해녀와 나

 

준초이/ 남해의 봄날/ 2014.11.30/ 219쪽

 

준초이 : 본명은 최명준이다. 일본 도쿄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미국의 뉴욕에서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1988년 한국으로 돌아와 이제 막 생성된 광고사진 분야에 뛰어들어 국내 최고의 광고사진 작가 반열에 올랐다. 2005년 촬영하러 갔다가 우연히 해녀를 만난 후 제주도 우도에 1년을 살면서 해녀에 대한 전문적인 사진을 찍었다. 그간 40년간의 작가 생활보다 현지에서 직접 섞여 생활하는 중에 참여하면서 찍어야 제대로 된 작품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이 섰던 게 바로 이 책이다. 저서에『메이드 바이 준초이』가 있다.

 

우리가 사진으로 혹은 방송에서 보는 해녀에 관한 사진을 담은 책이다. 그리고 사진첩이면서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일기 형식의 기억을 적어 놓았다. 거기에 보면 그냥 앉아서 기다리다가 해녀의 행동을 찍은 사진하고 자신이 직접 해녀복을 입고 따라다니면서 찍은 사진하고는 다를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그것은 사진을 기다리는 것보다 일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 작가 자신이 서울의 생활에서 제주도 우도에 둥지를 틀고 1년간 생활한 경험담이기도 하다. 물론 주말이나 물질을 못하는 계절에는 가끔씩 이탈하여 도시에 나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주 생활근거지는 우도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 작품집에 대하여 시인 고은이 발문을 하였는데, ‘진짜배기 사진은 혼을 빼어 자신의 생명을 길어낸다. 준초이의 제주 해녀 연작들은 그런 혼들의 결집이자 혼들의 방생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저자 역시 내용의 중간 중간에 이런 말들을 내뱉곤 한다. 자신이 많은 사진 컷을 찍었지만 나중에 보니 혼신을 다한 그러면서도 녹아들어 직접 함께하면서 찍은 것들이 더 좋은 작품으로 생각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출을 보기 위하여 이른 새벽 산에 오른다. 그러나 사진작가는 해맞이 사진을 찍기 위하여 전날 밤에 산에 오른 후 아침을 맞는다.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뜬 한참 후까지 많은 사진을 찍고 찍은 것 중에서 좋은 것을 고른다. 이것이 바로 사진작가의 고뇌이면서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런 정신이 없으면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가 생각하는 해맞이 작품은 그보다 산 정상에 움막을 짓고 살면서 매일 아침 일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래야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매일 해 뜨는 시각이 다르고 매일 해 뜨는 순간의 자연이 다른데 어찌 하루를 기다렸다가 찍은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 아무리 혼을 담아 찍은 한 장의 사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눈을 헤집고 힘겹게 올라 세 시간을 기다렸다가 어렵게 찍은 일출이라 해도 그것이 진정 원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것을 독자에서 기꺼이 내보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마치 도공이 어렵게 얻은 도자기를 자신이 원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던져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얼마 전 티브이에서 해녀에 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점차 사라져가는 해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명맥을 잇지 못할 것이라는 것과 함께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 한편, 인근에서 보고 자란 젊은 아낙이 이제 40이 넘은 나이에 초보 해녀의 길을 자처한 것도 잊지 않고 보여주었다.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것일 게다. 그런 참에 이런 책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었다. 내용 또한 사진첩이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책을 펼쳐 든 순간 내용이 심상찮은 것을 느꼈다. 책장은 쉽게 넘겨지지 않았고, 그리 두텁지도 않은 책을 읽는데 그것도 절반 이상이 사진인 것을 두고 이틀이나 걸렸다. 마음이 짠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제주 해녀들의 언어가 들어있고 해녀의 숨길이 녹아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녀의 숨비 소리를 들으면서 깊은 호흡을 하고, 해녀가 건져온 소라를 보면서 나도 몰래 손에 힘을 주느라 그랬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혼을 담은 사진에 나도 모르게 혼을 담아 읽는 책이지 싶다. 저자는 1년을 통해 얻은 것이지만 나는 이틀에 걸쳐 얻어가려니 아마도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 1년의 생활을 농축하여 생활하려니 힘이 들었을 것이다. 성경에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고 하였는데, 저자의 1년이 나에게 이틀이 된 셈이다. 저자가 지난 8년간 해녀를 찾아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었으나, 그것도 모자라 드디어 아예 우도에 둥지를 튼 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일출 사진을 찍은 작가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순간 순간 힘겹게 얻은 8년간의 작품보다 1년의 혼을 담은 사진이 더 마음에 든다는 얘기다.

 

 사진을 특히 그림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그런 작품성에 대한 해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은 아마도 작가와 나의 마음이 서로 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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