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만들기
이토 히로시/ 지비고 번역/ 메멘토/ 2015.12.07/ 216쪽
이토 히로시 : 1979년 일본의 가가와현 마루가메시에서 출생, 교토대학 농학연구과 삼림과학과 석사 졸업. 월급은 월세를 내고 남는 돈은 일하면서 얻은 스트레스 해소용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데 다 썼다. 먹고 살기 위하여 일 하는데 결국은 일 때문에 죽게 생겼다고 판단해 아직 젊은 나이에 사직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조용히 작지만 스스로 벌어먹고 살자는 의미로 숙박, 여행, 제빵, 웨딩, 목수 등 생업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저서로『고향을 만들다(공저)』가 있고,『작은 장사를 시작하는 방법』을 감수하였다.
지비원 :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사회학을,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출판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으며, 역서에『컬렉티브하우스』,『고르스제너레이션 심리학』,『원자력 프로파간다』가 있다.
책의 제목이 생소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생업은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뜻으로 말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한 것은 똑 같지만 그것을 주업으로 하여 전적으로 매달리는 직업은 아니며,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없으면 하지 않는 그래서 그 하나 만으로 목숨을 거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생업을 하는 사람은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로 많은 수입을 걷어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나의 노년에 어떤 생업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런 생활을 하기에는 현재의 삶의 방식을 탈피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미래의 환경은 다양하게 변하고 현재의 직업은 고정 불변의 안식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면 시도해볼만한 일임은 틀림없다.
저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를 하기 위해 지원했던 소니, NEC 등 일본 내 유명 회사들은 그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저자는 살아있으나 그들 회사는 없어지고 말았다. 그때 입사를 거절해 준 회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만한 일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생업이 필요한 이유다. 또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주거비와 교통비, 의상비 등 지출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남는 것이 없다면 이는 결국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런 지출을 줄일 수만 있다면 굳이 많이 벌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소위 잘 나가는 직장에서 받은 돈으로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면 남는 것은 별로 없다. 건강적으로나 인생을 즐기는 취미로도 남는 장사는 아니다. 산술적으로 최소한 10년 이상은 빈털터리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생업으로 집을 짓고, 생업으로 자동차가 필요 없는 삶을 살면 어떻게 될까. 사실 따지고 보면 스스로 집을 짓는 동안은 자재비만 있으면 되고, 집을 짓는 기간은 대략 2년 정도 걸릴 것이다. 그러면 지어진 집을 사는 것과 비교하여 8년이라는 시간이 남게 된다. 이러한 8년은 그 동안은 먹고 노는 것 외에 하나도 벌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런 논리가 생업의 기초 이론이다.
도시에서 회식을 하려면 우선 밥을 먹고 2차로 술을 마시고, 3차로 입가심을 하고 노래방까지 간다면 비용은 대략 1인당 7만원이며, 거기다 대리 운전까지 혹은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면 10만원은 소요된다. 거기다 다음날 후유증은 어떤가. 그러나 이것을 생업으로 해결한다면, 장소가 넓은 곳을 가진 친구와 합세하여 요리 재료를 사서, 각자가 잘하는 요리를 담당하고 술은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며, 잠은 넓은 거실에서 잔다. 이렇게 자면 호텔을 찾지 않고도 서로가 어떤 부담감이나 전혀 스스럼없이 잘도 잔다. 그러면 1인당 4만원 이내에서 가능한 일이다. 거기다가 집 주인의 청소 및 전기료를 더한다 해도 숙박비 포함 5만원이면 해결되는 것이다. 몸도 피곤하지 않고 재충전이라는 과제도 풀면서 만족하다는 평도 듣는다. 물론 여기에는 생업이 가능한 몇 명의 동업자가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굳이 밥은 폼 나는 곳에서 먹어야 하고 술은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마셔야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관이니 생각하기 나름이다. 위는 저자인 일본의 평범한 젊은 직장인 청년의 기준이다.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슈퍼컴퓨터인 알파고는 세기의 바둑 천재 이세돌을 가볍게 이기고 말았다. 이것은 앞으로 바둑 스승을 컴퓨터로 정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사고를 낳게 한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의 직업은 영원불멸이 없으며, 시대에 따라 스스로 그러나 쉽게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느 한 직장에서 한 가지 일로 먹고 살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의미 없을 줄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예전의 자급자족하던 시대와 뭐가 다를까, 이것이 바로 생업의 시발점이다.
그러면, 적게 벌어도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되지만, 그렇다면 없어서 못 쓰는 사람은 슬프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자포자기를 하거나 사회에 대하여 불신을 낳고, 스스로도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 그렇다면 반대로, 적게 쓰면 적게 벌어도 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여기에는 사람마다의 가치관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각자 본인의 몫이다. 생업을 하여, 적게 벌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사람이 선택하는 삶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차피 도시에 살면서 아등바등 해도 남는 것이 없다면 결론은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업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나서는 것도 하나의 인생을 사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물론 현재 자신의 생활 범위 내에서도 생업은 가능하지만, 초기에 그런 생업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에 속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어려우면 통한다고, 스스로 불편하고 스스로 불만을 느낄 때 비로소 생업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편해서 발명을 하듯 말이다.
저자 이토 히로시가 말하는 생업 10개조
1. 생업을 하면 자기 생활이 충실해진다.
2. 손님을 서비스에 의존하게 만들지 않는다.
3.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힘으로 생활해가는 사람을 늘린다.
4. 생업은 혼자서 시작할 수 있다.
5. 집세 등 고정비용에 쫓기지 않는다.
6.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이 친해질 수 있다.
7. 전업으로 하지 않고,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을 실현할 수 있다.
8. 실감을 갖게 된다.
9. 애써서 매출을 늘리지 않는다.
10.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만든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하다가 죽는 것은 다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였는가가 매우 중요하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일을 하면서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보람을 느끼고 죽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자신의 일 즉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대하여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하여 일한다면 죽을 때 후회할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더라도 좀 더 잘할 것을 하면서 아쉬워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 수단 즉 노동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말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이야기하는 생업 역시 따지고 보면 노동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노동과 분리하여 말하는 것은 자신이 즐겁게 일하는 가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 반드시 돈이 많이 들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삶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생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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