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독후감, 독서

고독이 아름다울 때

꿈꾸는 세상살이 2016. 7. 4. 18:00

 

 

고독이 아름다울 때

양순금/ 이랑과이삭/ 2016.06.20/ 167쪽

양순금 : 1949년 남원 출생, 2007년 문예연구에 시로 등단, 국제해운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여러 문인협회에 가담하여 활동 중이다.

 

회원들이 모은 옥고를 책으로 엮고, 그 책을 보내왔을 때에 나는 비록 무명이지만 작가로서의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게 귀하게 받은 책을 속히 읽지 못하고 그냥 차일피일 미룰 때면 참으로 야속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것은 내가 책을 내 본 경험에 비추어, 한 권을 세상에 내 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따르며 보이지 않는 노고는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받는 순간, 또 하나의 빚을 지게 된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받고나서 곧바로 읽기 시작하였다. 물론 내가 속한 장르가 아닌 시 부문이라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면서 읽었다. 어떤 시는 앞 구절부터 두 번 혹은 처음부터 다시 읽기도 하였다. 마치 내가 작가가 되어 그 기분을 느끼려는 듯이 말이다.

 

저자는 평소 점잖으신 분이시다. 그러나 어떤 행사든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는 열정도 보이신다. 그것도 집안에 우환이 있어 몸이 성치 않으신 노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말이다. 그런 저자를 보면서 항상 대단하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던 차였다. 그런데 이렇게 작품집까지 내시다니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내용은 6부로 나누어 제1부에서는 그 숲속, 눈물의 향기, 꿈을 깬 벽시계, 불협화음, 바람, 무심상사고, 사랑이란 이름의 아버지, 산다는 것은, 여우비, 운일암 반일암, 순금 동음이의어, 하늘 그림, 유년 어느 날, 위봉 폭포로

그리고 제2부는 삶이 연습이었다면, 화장, 목련꽃, 연화미소, 가을 산에 올라, 좋은 아침, 사랑과 이별의 등식, 고독이 아름다울 때, 그 안에 그는 없다, 성난 파도, 바닷가에서, 쭈구러진 양푼, 하얀 접시꽃, 녹색과 적색 사이이며,

제3부에서는 내 마음, 꺼지지 않는 등불, 그녀가 보고 싶으면, 진짜 이름, 유자, 잡동사니들, 구두 한 켤레, 고사목, 모닝콜, 낡은 의자, 명절날에, 황혼 아래 서서, 애기괭이밥 꽃, 작은 나가 있다.

또 제4부에는 호국원 가는 길, 환청, 고향의 추억 - 봄, 밀물과 썰물, 어찌 알았을까, 정월 보름날, 기도 말씀, 너의 고향, 동생을 먼저 보내고, 소낙비 소리, 며느리밑씻개, 갈대숲, 민들레꽃, 물방울들의 시위가

그리고 제5부에 은행나무, 저 개새끼, 파도 소리, 사랑이란, 여운, 시란, 그땐 몰랐다, 아로마테라피, 6시 내 고향, 종이컵 사연, 치과에서, 웃음바이러스, 어제 그리고 오늘이 있고

마지막으로 제6부에 딸기밭에서, 애먼 소리, 시집가던 날, 걸레를 빨다가, 선견지명, 수선화, 깜부기, 겨울 내장산, 까불까 말까, 그들의 삶, 단풍꽃, 당부 말씀, 돌감나무로 이어진다. 저자는 불교도로서 불교적 사상에 대한 것도 가끔 풍긴다.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먼저 간 동생에 대하여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원래 천성이 여리고 곱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며,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음을 느낀다. 그런 때에도 저자는 허허로이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인상 깊은 시는‘깜부기’로 세상을 살면서 남에게 빚보증을 서지 마라던 선친의 유언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어찌어찌하다 보니 깜부기병에 걸리지 않고 그냥 저냥 잘 살아왔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우리 집안을 이야기 하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조금은 지난 과거에 우리 집에서도 도장을 마을 이장에게 맡기고 있었기에 모든 마을 사람들이 줄줄이 엮여 빚잔치를 하는 일이 있었다. 그 뒤로 어떤 일이 있어도 빚보증은 서지 마라는 엄명이 있었다.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나는 내 아이들에게도 일러두었다. 만약 누군가가 빚보증을 서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멀어지는 길이라고. 절대로 형제 남매간에도 빚보증은 서지 말 것이며, 차라리 어느 정도 일어날 정도의 경제적 도움을 주고 만약 그것으로 해결이 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처음부터 덮어두라고 말이다.

저자는 이처럼 생활 속에서 삶의 일부로 시를 써왔다.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을 간호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를 썼다. 그럼에도 못 다한 효도에 대하여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진정한 효는 해도 해도 부족하여 서운하기만 한 것일 게다. 이런 마음으로 쓴 시라면 정말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시가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다. 저자의 노고에 숙연해진다. 작가의 길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하여 염치가 없어지기도 한다.

 

‘고독이 아름다울 때’고독을 느끼는 감정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고독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작가라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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