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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꿈꾸는 세상살이 2016. 7. 8. 17:49

 

 

 

경제학 콘서트

 

팀 하포드/ 김명철 역/ 웅진씽크빅/ 2006.02.27/ 347쪽

 

팀 하포드 : 경제전문지『파이낸셜타임스』에서 경제담당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세계은행의 국제금융공사에서 수석 경제학자들의 집필 자문을 맡고 있으며, 경제학 칼럼을 쓰고 있다. 최신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독자의 고민거리를 명쾌하게 해설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김명철 : 한양대학교와 미네소타대학에서 공부하였고, 현재는 경제관련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에『최고의 하루』,『티셔츠 경제학』,『리더십의 명장 알렉산더』,『CEO의 조건』등이 있다.

 

대형 수퍼마켓에 가보았다. 깨끗하게 씻은 무 두 개를 묶어 3,000원에 판다. 이 가격은 전통시장에서 한 개에 1,000원씩 하던 것에 비하면 조금은 비싼 편이다. 한 개에 1,500원하는 셈이니 대략 절반 가량이 비싼 가격이지만, 그것도 두 개를 하나로 묶어 판다고 하니 하나는 강매에 속하는 셈이다. 사실 50%가 비싸면 정말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이지만, 두 개를 한꺼번에 판다면 전통시장에 비해 두 배의 가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무 하나는 다 먹지도 못하니, 냉장고에 넣었다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골병들고 바람 들어 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대형 마트가 전통시장에 비해 비싼 것일까.

지금까지 나는 산지에서 직송하는 대형 마트는 시세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리 주문하여 매입한 때문에 비쌀 수도 있고 혹은 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또 그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판단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수입 과일 혹은 수입산 기능성 열매를 많이 만날 수 있다. 그 효능을 보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효능 정도면 우리나라 기능성 열매도 빠지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안다. 물론 그와 절대적으로 비교하여 같은 성분이라든지 특별히 더 좋은 성분이라든지 하는 것은 찾기 어렵더라도 그에 버금가게 좋은 성분이나 효능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수입 과일이나 수입산 기능성 열매를 거론할 때는 마치 세상에서 이 보다 더 좋은 열매는 없는 것처럼 선전한다. 여기서도 그렇게 더 좋은 열매가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증상에 굳이 그 열매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 특정 열매로 인한 부작용 즉 기능성 부작용과 경제적 부작용 그리고 정서적 부작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열심히 선전하는 것을 보면 가지고 있던 믿음도 부정적인 생각으로 바뀌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누군가는 이미 수입했고, 그것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들고 일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경제논리로 앞서가는 사람들은 미리 이것을 수입하여 저장한 후에 이렇게 매스컴을 통하여 이슈를 만든 뒤 한바탕 매진 행진을 펼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수입산에 눈독을 들인다. 또 다시 다른 한 건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논리가 대형 마트에서는 일어나지 않을까. 대형 마트는 진정 소비자를 위해서 산지 직송으로 거래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다. 그들은 경제적 수입을 위하여 대형 마트를 차렸고, 거기에 적합한 많은 물품을 저장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이때 어느 특정 품목이 팔리지 않으면 잘 팔리는 품목을 덜 팔면서라도 안 팔리는 품목을 팔고자 하는 경제 논리가 발동한다. 잘 팔리는 품목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도 잘 팔릴 것이기 때문에 조금 시간을 늦춘다고 해도 결코 손해날 일은 없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은 잘 안 팔리는 품목을 팔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기업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다.

이런 전략 속에서 무 한 개의 값을 조금 비싸게 만들어 놓는다. 그러면 무가 비싸서 못 사겠다고 하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이때 잘 안 팔리는 품목을 평소보다 약간 싸게 기입하여 원가에 세일하는 것처럼 만든다. 그러면 소비자는 내가 사고자 하는 품목 즉 무는 생각보다 비싸서 살 수 없지만 평소에는 비싸서 사지 못했던 수입산 특정 품목은 오늘따라 세일을 하니 나는 오랜만에 수입산 품목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판매 전략인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수입산 열매나 과일은 안 먹어도 살 수 있지만 무는 안 먹으면 못 산다. 물론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어쨌든 무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며칠 후 혹은 특정 수입산 품목이 잘 팔리고 나면 무는 다음날이라도 바로 원래 가격으로 환원하여 판매하면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무를 조금 비싸게 눈에 띌 정도로 높은 가격으로 적었다고 해서 굳이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런 소비자들까지도 철저하게 계산된 고도의 상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갑자기 비싸진 무를 보고도 오늘은 왜 이렇게 비싸? 하면서 그냥 바로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살 사람은 비싸도 살 것이고, 안 급한 사람은 돌아설 것이지만 며칠 후에는 다시 환원된 가격으로 발걸음을 돌렸던 소비자를 다시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이 다른 대형 마트나 전통시장으로 소비자를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하는 매장 주인은 없다. 그 소비자는 무가 먹고 싶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는 이것을 팔지 못하면 다른 것을 팔아서라도 전체적인 매출 금액을 맞추면 된다. 오늘은 반드시 이것을 팔아야 한다는 품목은 지극히 드물다. 그러나 전통 시장은 오늘 반드시 이것을 팔아야 하는 품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이 가격이 높으면 안 팔리게 되고 그러면 재고로 남아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상인들도 알고 있다. 그러니 굳이 비싼 가격을 불렀다가 재고 비용을 감당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전통 시장의 특성이다.

물론 전통 시장 내에서도 슈퍼마켓이나 여러 가지 품목을 놓고 파는 곳은 사정이 다르다. 오늘 팔지 못하면 내일 팔면 되기 때문에 굳이 할인이라든지 특별히 저렴한 가격으로 오늘 모두 팔아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형 마트에서 취하는 전략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대형 마트는 소비자를 찾아다니면서 오늘 이것을 팔아달라고 애걸하는 행태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대형 마트는 자기들의 철저히 계산된 판매 전략에 의해 소비자를 이리저리 휘둘러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대형 마트의 전략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나는 한 개인이지만 대형 마트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즉 내가 상상 할 수 없는 기발한 방법으로 나를 속이고 있다는 말이다. 비록 나를 속이지는 않아도 최소한 내가 정당한 판단을 할 수 없도록 시야를 가리고, 계산을 못 하도록 어려운 단위를 적용하며, 포장재와 덤으로 주는 여러 물품 등으로 절대 비교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상대 비교가 필요한 품목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가 원하는 품목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조금 비싼 물건이라도 그냥 오늘은 이 물건 밖에 없는가 보다 하고 샀다가, 다른 저렴한 물건을 만나더라도 가격에서 별 차이가 없으니 오늘은 그냥 가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건강관련 보험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험회사들은 원래 기업의 목적인 이윤창출을 위하여 소비자 즉 보험 가입자에게 유리한 보험을 팔지 않는다. 아니 원래부터 그런 보험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특정 가입자를 위하여 상대 가입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전략은 구사할 수 있다. 말하자면 미끼 보험을 만들어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그와 별개로 비싸면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보험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보험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보험료를 낸 것에 비해 많은 보험금을 타 갈 수 있는 사람 즉 위험인자를 보유한 사람에게는 비싼 보험료를 징수하고 건강에 자신이 있어 별로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적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대신 보험금을 지불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많은 인심을 쓰는 척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가 이익을 보는 구조로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모든 경제 이슈가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다국적 기업으로 유명하며, 저개발국가 즉 후진국에서 낮은 임금을 주면서 노동을 착취하는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그렇게 인권을 짓밟고 저임금을 지불하는 나이키에 대하여 불매운동을 하며, 최소한 선진국에서만이라도 나이키 제품을 사지 말자고 부추긴다.

그러나 나이키가 이런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후진국에서 자국 기업을 철수시킨다면 정답이 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카메룬이나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에서는 나이키 같은 기업이 철수한다면 그나마 먹지 못하고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다. 나이키가 혹사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이키가 아니면 그나마 그 정도의 인권도 챙기지 못할 나라이기에 그것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된다는 것이다.

인권유린이나 저임금은 선진국 개념에서 볼 때에 그렇다는 얘기지 정작 그런 후진국에서는 그것이 바로 더 나은 삶을 약속하는 파랑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모든 후진국에 나이키가 공장을 차리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파악하여 그렇게 해도 이해하며 잘 흡수할 수 있는 나라에만 진출하는 것이다. 국민성 그리고 그들의 상황 판단력, 지식적 이해력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경제논리는 어느 한 사람의 의견이나 추측에 의해 결정될 그런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의거 서로 협의하는 적당한 선에서 결정될 일이다.

 

내가 높은 관세를 부여하면서 수입을 억제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내가 파는 물건에 대하여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입을 억제할 것이다. 이것은 혼자서 자급자족할 수 없는 나라에서는 치명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따라서 수입과 수출은 적정한 선에서 상호 개방되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따라는 관세 역시 일률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계산한 적당한 선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논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결정되어지지 않는다. 나는 개인이지만 기업은 단체이면서 시장은 복합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기업의 혹은 시장의 이익에 반하여 지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시장의 원리를 알고 기업의 생리를 안다면 그래도 왜 그러는지 알고 속는 것이니 마음은 편할 것이다.

 

경제학 콘서트!

그것은 그렇게 말처럼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터득한 후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아니면 나는 영원한 기업의 좋은 먹이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이 기업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가습기 소독약 사건은 다국적 기업인 옥시의 불공한 관행 즉 소비자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한 결과이다.

또한 폭스바겐의 공식 연비 조작사건에서처럼 미국에서는 거액의 배상으로 여론을 무마하려 하면서도 그보다 못사는 나라인 한국에서는 단 한 푼의 보상금도 줄 수 없다는 자세 역시 경제학의 콘서트의 정석이다. 물론 견디다가 더 이상 어쩌지 못 할 때가 되면 다만 몇 푼의 보상금으로 협상을 질질 끌면서 시간을 벌려 할 것이다. 그리고 마치 선심 쓰듯 작은 이벤트를 만들어 여론을 몰아갈 것이다.

이렇듯 기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을 알면 기업에 맞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을 모른다면 기업의 이익에 다음하여 소비자의 권익이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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