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독후감, 독서

순비기꽃

꿈꾸는 세상살이 2016. 7. 4. 21:01

 


순비기꽃

 

신동규/ 계간문예/ 2010.05.25/ 318

 

신동규 : 1940년 장흥 출생,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격동기에 빨치산의 근거지였던 유치 산골에서 자랐고, 커서는 장흥댐 수몰지구로 실향민이 되었다. 1998신동아1천만 원 논픽션에 당선되었고, 1999년 문예연구에 중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해양문학상, 농민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운명에 관하여,흰까마귀산,순비기꽃이있고, 장편소설에그리고 다시는 고향에 갈 수 없으리가 있다.

 

저자는 문학의 국제적 필요성에 따라가이드 김,나는 뉴질랜드로 간다,연가를 실었고, 국내 여행소설로불타는 낙산사,난파선,점봉이,오색의 추억을 실었다. 그리고 인생의 운명에 대하여순비기꽃,무익조, 등단작인 운명에 관하여를 실었다.

저자가 자신의 고향과 군 시절을 보냈던 속초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문학의 소재를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런 소재 역시 본인이 좀 더 심각하게 혹은 그 무엇인가를 갈망하던 소재로부터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애타게 찾던 소망이나 그리움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나는 소설에 대하여 잘 모르지만 이순비기꽃이라는 책을 보면서 작가의 일관된 사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무엇인가를 잡고 싶은데 마치 마음속의 소망인양 손에 잡히지 않고 그저 눈앞에서 왔다가는 그런 허상인 것처럼도 생각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과정에서도 독자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나는 이렇지만 세상의 다른 사람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각성일 수도 있고, 아니면 주어진 운명은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 편한 마음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은 물리적 현상적 배려나 선의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덮여있는 도리적인 의무일 지도 모른다.

소설은 장편보다 단편이 더 어렵다고들 한다. 짧은 호흡 속에 저자의 의중을 빠뜨리지 않고 표현하면서 독자에게는 교육적 혹은 암시적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흥미위주의 심심풀이 소설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사상적으로 또는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소설도 있다. 저자가 강렬하면서도 노골적인 전달을 하는 것은 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무엇인가 답답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것이 흥부전과 같은 형제 혹은 가족 간의 화목일 수도 있고, 춘향전처럼 숭고한 사랑의 인간애일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박씨전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해내는 것일 수도 있고, 홍길동전처럼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이상주의의 실현을 모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저자의순비기꽃이라는 소설집은 인간의 깊은 내면을 건드려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여겨진다. 저자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든지 혹은 그에 버금가는 유명한 상을 받을 정도로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음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모름지기 이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기에, 펜을 칼보다 더 강하게 하는 역할이 바로 작가의 노력이기에 말이다.

 

이 책은 저자로부터 2010614일에 받았으니 벌써 만 6년이 지났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지금껏 읽지 못했던 것은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면 이렇게 이틀 정도에 읽을 수 있는 것을 그토록 미뤄두었던 것에 염치가 없다. 그러나 이제라도 완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비록 저자의 온전한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 나름대로 저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약간의 공감이라도 생긴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 내가 저자의 입장이 되어 아픈 추억의 고향 유치와 수몰 지역의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통하여 저자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상처를 감싸는 마음을 갖는 것 만으로도 저자에 대한 독자의 도리가 아닌가 여겨진다.

이 소설책을 통하여 평소 알고 지내던 작가에 대하여 조금은 그 내면을 알 수 있어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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