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김동진/ 서해문집/ 2015.11.01 개정 1판/ 285쪽
김동진 :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세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탐사보도팀, 도쿄특파원, 외교안보부를 거쳐 현재는 국제부에 근무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3회 수상하였고, 제10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하였다. 앞으로 역사, 정치, 경제, 정보기술 등에 걸쳐 10여 권의 책을 내는 꿈을 가지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보듯이 1923년 즉 일제의 통치하에 있을 때에 경성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록하고 있다. 책의 주인공인 ‘의열단’은 1919년11월 만주 지린성(길림성)에서 조직된 항일 비밀결사단체이다. 정의로운 일을 맹렬히 실행한다는 뜻에서 따온 말로 의열단이라 하였다. 약산 김원봉을 단장으로 하면서, 주로 중국의 상하이와 프랑스 조계지역에서 활약하였다. 식민통치를 당하던 당시의 조선이 독립을 하려면 암살과 파괴, 테러를 통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는 취지에서 나서게 되었다. 물론 온건파는 조금 더 시간을 지켜보자는 사람도 있었으며, 외세파는 미국 등의 세력을 힙 입어 일을 도모하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적으로나 혹은 외세 의존적으로나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직접 거사를 치라는 쪽을 택하게 되었다.
의열단의 주 목적지는 조선 총독부, 동양척식회사, 매일신보사, 각 경찰서 등이었으며, 이들의 활동 가운데 이루어진 것은 박재혁에 의해 부산경찰서 폭파 사건, 최수봉에 의한 밀양경찰서 폭탄투척 사건, 김익상에 의한 조선총독부 폭탄 투척 사건, 김익상과 이종암 그리고 오성륜에 의한 상하이 황푸탄 의거, 김상옥에 의한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과 삼판통 사건, 효제동 의거, 2차 암살 파괴 계획, 김지섭에 의한 도쿄 이중교 폭탄 투척 사건, 나석주에 의한 동양척식주식회사 식산은행 폭탄 투척 사건 등이 있다.
이 단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활동하던 사람들이다. 일부는 모진 고문을 못 이기고 발설하는 바람에 동지들이 고난을 겪기도 하였지만 하나같이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싸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족과 친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섰으며, 자신은 죽어서라도 비밀을 지켜 동지들과 단체의 과업을 이룬다는 비장한 각오로 뭉쳐있었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김상옥을 주로 다루었으며, 후반에서는 일본 경찰의 간부였던 조선인 황옥 경보(현 계급으로는 경정)와 약산 김원봉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참고로 등장하는 인물 조선인 악질 형사 미와는 경보부였다.
물론 거사는 이들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연이 있으면 항상 조연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주연은 조연의 도움을 받아 계획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고생만 하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스러져간 청춘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저 이 책에서도 이름 한 번 적어두고 간 사람이 부지기수 이건만, 사실은 현장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희생된 사람들이 어디 하나둘이겠는가. 모두가 이런 조력자가 없이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거사들이었다.
그래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그 역할이 크고 작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임무가 막중하건 하지 않건 모두가 훌륭한 선열이었던 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그들은 각자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했기에 지금의 광복이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의 피눈물이 없이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기쁨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항상 끼어 있는 사람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밀고자다. 때로는 부와 명예를 위해 독립운동자를 밀고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별로 죄의식도 없이 그냥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심어진 밀정도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바는 여러 과정과 크고 작은 과업이 달성되었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여 세웠던 거사가 실패로 돌아간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것도 내부 고발자 혹은 일제 경찰의 탁월한 수사망에 의해 걸린 것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 혹은 섣부른 계획의 변동 등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일들이 거사를 그르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하여 수많은 인사들이 고초를 겪다가 죽었으며, 그간 쏟아 부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거기에 소요된 경비 역시 동포들의 피눈물 나는 대가로 얻어낸 것이었지만 한 순간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보면서 거사일수록 철저한 계획대로 실행할 것이며, 섣불리 접선자를 바꾸는 등 안이한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말하자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은 거사에 동참시키지 않는 다는 말이다. 더구나 식민지의 국민처럼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황옥처럼 일본의 경찰 간부이면서도 내심으로는 조선인의 독립을 위해 도움을 주었던 사람도 있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 경찰이 되었고, 그런 일을 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일 때에 조선인을 돕고 독립운동자를 돕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된다.
우연찮게 도서관에 들러 새로 들어온 신간 서가에서 뽑아든 책이 독립운동에 관한 책이어서 진지하게 읽었다. 마침 같이 빌려온『일제 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이라는 책과 함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 국가관을 다지는데 더욱 좋았다.
이 내용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영화 '밀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원래 사실대로 그려진 영화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 이 책과 내용이 흡사하다. 그것은 그래도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조사하여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리라.
지난 추석때 아이들과 함께 본 영화로써 내용은 매우 흥미롭고, 사실적인 감도 뛰어났다. 그리고 애국심마저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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