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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경기 3판의 결과를 아시나요?

꿈꾸는 세상살이 2017. 11. 19. 18:57

동료지애(同僚之愛)

 

사람이 독경을 외우는 것을 보고 어깨 너머의 동냥으로 왼 여우는 도로아미타불이다. 다시 말하면 여우의 영리함은 사람의 도리를 따라 겨루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악한 여우도 굶어 죽기 일쑤다.

 

그러면 순박하고 연약한 토끼는 어떤가.

 

껑충껑충 뛰는 토끼와 엉금엉금 기는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였다. 물론 자신이 있었던 토끼가 심심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제안한 경기다. 그러자 누가 생각해도 거북이가 지겠다는 것을 아는 사이고, 거북이도 재미삼아 흔쾌히 수락하였다.

토끼는 경주용 자동차처럼 폭발적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한걸음 뛰다가 뒤를 돌아보니 거북이는 아직도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북이와 토끼의 사이는 멀지 않지만 거북이를 고려하면 아득한 거리였다. 토끼는 한 잠 자고 가도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거북이는 토끼를 생각에 두지 않고 나 자신만을 생각하여 부지런히 뛰어갔다. 원래 달리기 시합이었지만 거북이에게는 달리기나 걷기나 마찬가지였던 경기다. 토끼가 잠을 자고 쉬는 사이에 거북이가 부지런히 걸어 앞질렀다.

거북이가 토끼 앞을 지날 때에도 열심히 뛰어갔지만 토끼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정정당당한 경기 규정으로 시합하였으므로, 거북이가 일부러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지나친 것도 위반은 아니다. 토끼가 늘어지게 잠을 잔 후 깨어보니 저만치 거북이가 달려가고 있었다. 토끼는 이 정도 거리라면 금세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였다. 그리고 토끼가 전력 질주하였지만 결국은 거북이가 결승점을 먼저 통과하여 승리하였다.

 

그러면 거북이가 달리기 도전을 받은 것은 무슨 배짱이었을까. 한걸음씩 차근차근

걸어가다 보면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오판이었을까, 토끼가 중간쯤에 쉬다가 잠을

자고 간다면 내가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을까. 아니면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항상 거북이가 근면 성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었을까.

사람이 거북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반대로 토끼는 게으른 동물

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단순한 사람에게 교훈을 가르친다는 의도다.

 

- 숨은 이야기

 

자녀들아 거북이와 토끼의 달리기 경주를 통하여 무엇을 배웠느냐. 거북이와 토끼

를 주의하고 계속하여 관찰하였는가?

 

그럼 다음 얘기를 들어보자.

 

다음날, 토끼가 다시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러자 거북이는

그런 달리기를 할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일정이 많고 대단히 바빠서 너와 같은 토끼하고 달리기를 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것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추월한 사실이 신문에 나오니 여러모로 바쁘고 유명인사가 되었다

고 으시대는 것이다.

토끼가 거북이와 비교하면 월등히 달릴 수밖에 없는 유명인사이므로, 반드시 설욕

전을 치르자는 심산으로 삼고초려를 통해 제안하였다.

 

거북이는 토끼가 껑충껑충 뛰어가다가 다리를 다쳐 병원에 간다면 이번에도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마지못해 승낙하였다.

 

토끼는 설욕전이므로 초반부터 힘껏 달리기 시작하였다. 거북이는 이제는 아주 어

려운 경기니 정신 차려서 부지런히 달려야겠다고 다짐하였다. 토끼는 지난번 시합

에 대한 토끼 체면을 세우는 전략으로 단숨에 결승점을 통과하였다.

돌아보면서 거북이를 살펴보니 아직 달려 나가지도 못하고 앞 팔과 뒷다리를 푸는

준비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토끼가 생각하면 자타가 공인하는 불쌍한 거북이가 안

쓰러워졌다.

 

달리기 시합에 임하는 토끼와 거북이라는 동물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자신의 계획을 수행하는 작전이 아니라 단순히 엉뚱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 것인가?

토끼는 달리기에 관한 한 자기 자만심이 차고 넘쳐 중간에 자고 쉰다는 것처럼 가장하여 시간을 맞춰서 이길 계획을 세웠을까.

 

두 번째 경기에서 토끼가 이겼으니 달리기는 원래 토끼가 이기는 것이 판명된 셈이

. 처음에 거북이가 이긴 것은 거북이의 능력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 토끼가 경기

중에 잠을 잔 실수로 진 것으로 믿는다.

 

- 숨은 뒷이야기의 비밀

 

그러나 거북이는 한 번 더 겨뤄보자고 선전포고를 하였다.

아니 어떻게 달릴 것인지 모르지만 과감히 무모한 도전을 한단 말인가. 토끼는 거

북이의 달리기 실력을 비교하여 시합을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안다. 서로

겨룬다는 것 자체가 창피한 수준이다. 따진다면 사리판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거북이가 졸라대더니 토끼가 쉽게 도전을 받아들였다. 시작 신호가 울리자마자 토끼는 한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거북이는 언제나 처럼 지금도 기어가고 있다. 토끼가 돌아와서 거북이를 보고 놀려댔다.

그러니 언제 달려갈 것이냐고 물으면서 거북이 주변을 빙빙 돌았다. 거북이는 달리

기를 한다고 했으니 달려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대꾸를 하였다.

그러자 토끼는 화가 나서 줄달음을 치고나갔다. 그리고 결승점에 닿는 순간 토끼가

이겼다는 승리를 만끽하면서 거북이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거북이가 모래 속을 파고드는 장기를 발휘하는 것

인지, 물속에서는 빠르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육지에서 어디로 갔단 말인가. 토끼가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러고 보니 거북이는 이미 결승점을 통과

하는 상태였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왔느냐고 내가 거북이에게 물어보니 비밀이라며 속삭여주었다.

출발할 시점에서 토끼가 거북이 주위를 돌면서 놀려댔을 때, 힘껏 뛰어올라 토끼

등에 올랐다고 하였다.

그래서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점프하여 1등으로 통과하려고 노력하였으나, 너무

느린 탓에 한참 후에 떨어졌다. 그러자 토끼는 때마침 동시에 통과할 때 거북이와

부딪쳐 넘어졌다가 일어섰고, 거북이를 찾아보았다. 부딪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혼자 발이 꼬여서 넘어진 것으로 착각하며, 뒤에서 오는 거북이를 찾아본 것이다.

 

거북이와 토끼의 달리기 경주가 보기에 진지하다. 토끼의 설욕전과 거북이의 재 설욕전이라니 세계 토픽감이 아니 토픽신기록이다.

 

이 글에서 배울 것을 찾았는지 궁금하다.

거북이는 토끼 등에 올라 업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니 반칙이라면 반칙이다. 그러나

토끼가 거북이 주변을 빙빙 돌면서 어정쩡한 사이에 점프하여 올라탔으니 순전히 거북이 힘으로 올라탄 능력이다. 토끼는 결승점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왔다고

말했으나, 사실은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가서 같이 뛰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거북이에게 친절을 발휘하여 업히라고 한다면 자존심이 망가질 것이고,

칙이라고 신고하면 경기는 무효임이 명확하므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

다고 경기가 끝난 뒤에 거북이에게 고백할 수도 없어서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

 

신의와 관용

 

하찮은 동물들의 경기를 통하여 배운 점은 무엇인가, 아니면 동물을 통하여 사람의

역할을 대역하는 재치는 알아들었는가. 동화 우화를 창작하는 작가가 전해주고 싶

은 말은 무엇일까?

 

가상 현실에서는 토끼가 거북이에게 케이오를 당한 패배다. 대대손손 토끼 망신을

한 순간에 증명하는 기록이다. 토끼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얼마나 분통하고 어처구

니 없는 것 아니겠는가.

위에서 나온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의미 있는 동화로써, 세상에서 처음으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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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행복을 짓는 사랑』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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