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독후감, 독서

분청사기 파편들에 대한 단상

꿈꾸는 세상살이 2018. 4. 14. 15:13




분청사기 파편들에 대한 단상

 

이은봉/ 책 만드는 집/ 2017.12.15./ 120

 

이은봉 : 1953년 충남 공주 생,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평론으로 등단하였으며 1984년 시로 등단하였다. 여러 시집이 있으며, 201년에는 시조로 작가에 참여하였다. 한국작가협회의 사무총장, 유심작품상, 가톨릭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송수권문학상, 시와 시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로 근무하고 있다.

 

이은봉의 시는 읽기 내가 쉽다. 물론 작품 평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요즘 시집을 찾아 읽고 있는 중에서는 아주 평이하다는 얘기다. 그러면 이 책이 시조집이라니 쉬운 것이고, 저자의 시집은 여전히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릴 적 교과서에 나오는 시조를 읽다보면 음률이 읽혀지고 라디오에 자주 등장하던 시조를 생각하면 단어도 모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껏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 현대 시조는 그전의 시조와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다운 단어가 등장한다. 게다가 문장도 쉽고, 아는 단어들이 줄지어 있다.

 

짧고 쉬운 시조를 보자.

 

빨간 말

 

잘 참다가 내 입에서

튕겨져 나온 빨간 말.

 

말에도 색깔 있지,

노란 말, 파란 말.

 

불처럼 쏟아져 나온

빨간 말을 어쩌지.’

 

다음 쉬운 단어를 사용한 시조로 의미심장한 주제를 보자.

 

슬픈 역사

 

도대체 왜 그랬을까 짐작하기 어려웠네.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퍼즐이 맞춰지네.

 

어느덧 알게 되었네, 음흉한 저 음모를!

 

부정선거 낡은 정부 어떻게든 지켜내려, 삼백 명이 넘는 사람 바닷속에 쳐넣은

 

이 나라 나쁜 사람들, 뻔뻔한 권력자들!

 

역사가 아직까지 싸움을 원한다면, 지치고 힘들어도 싸워야지 어쩌겠나.

 

싸우며 사는 것처럼 슬픈 일이 있겠냐만.’

 

희끗희끗하며 더부룩한 머리를 하고, 수수하며 갖추지 않은 형색.

이른바 저자 이은봉의 생김생김일 것이다. 그러니 위에 지적한 것처럼 세월호의 진도 팽목항에서 좌초하다가 침몰 당했는데 생떼 어린 학생들이 일거에 수장 당했다니! 그것도 그것을 쳐다보면서 멀뚱멀뚱 딴 짓을 하는 사람 그것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것이 진정 아까운 단어다.

 

저자 이은봉의 시조를 보면 고려와 조선 초의 시조를 이미 벌써 외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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