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한 운전 대한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7도라서 1년 중 가장 춥다는 통설이 맞았던 날이었다. 그런 대한도 1년 365일 중에 하루뿐이라는 절후에 속한다. 우리 달력으로 양력으로 표기된 절후가 왜 음력으로는 돌아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삼척동자도 금방 알아보는 달력에서 지천명 운운하는 엘리트도 절대로 찾아낼 없는 것이 불가사의 중 하나인가 보다.
매서운 날씨에 버벅대는 인생이 애처로웠던지 오후는 살만한 기온으로 훌쭉 올랐으니 고마운 절후로 기록하고 싶은 날이었다.
설 전이라서 바쁜 마음에 이른 점심을 먹고 나섰다. 줄 세뱃돈을 새맛돈으로 둔갑시켜준다는 은행에 들렀다. 편도 2차로 대로에서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로 구분되었는데, 볼일을 마치고 주변을 살펴보니 마침 진입할 것처럼 눈치를 흘리면서도 무조건 내가 빨리 나가라는 듯 기다리는 차가 보였다. 아니! 깜빡이도 켜지 않았고, 더하여 비상등도 켜지 않고, 전용출구로 들어오겠다는 진짜 민폐차량이 분명하다. 교차로를 지나 줄이어 오는 차량은 좁아진 도로에서 엉켰다.
나의 운전습관이 진가를 발휘하였다. 버티기 작전이었다. 상대방 차주도 마찬가지였겠지! 한참을 기다렸다. 희귀한 차량 체면에 국산차가 답답했던지, 내가 초보운전이라는 것을 눈치챘던지 ‘빵빵이’를 불렀다. 물 건너 온 차 주제(主題)에 ‘낫 놓고 기억’도 모르는 차량이 나무란다니! 나는 못들은 척 또 버텼다.
아뿔싸! 그러는 사이 은행 업무를 마치고 나가는 차가 생겨났다. 내가 계속 버티면 또 다른 민폐 유발차가 탄생할 순간이었다. 돌아보니 역시 물 건너 온 차량이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나라에서... 난감! 또 난감! 즉시 문을 열고 다가섰다. 저 차가 괘씸하여 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러니 미안하지만 조금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당신 눈에도 내가 잘못한 것인지 저 차가 잘못한 것인지 분명히 알 것이라고 항변하였다.
‘기다리라고요?’ ‘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예, 그러지요!’
둘의 행동을 노려보았던지 이제사 ‘빵빵이’ 대신 우회전 신호를 보냈다. 늦은 센스! 그러니 흐름을 파악하면서 원활(圓滑)한 운전을 할 수 있겠느냐! 참으로 답답한 차량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동의해준 차량이 한창 불매운동에 속한 차량이라니... 그래서 따라주었던지 그저 기본을 준수하는 선량이었던지는 따질 필요도 없었다.
우선 내가 판정승이라고 믿으면서 출구를 떠났다. 소렌토는 여유가 있다만서도 동조한 닛산에게 시간이 허용한다면 푸조를 케이오로 이기고 싶었었는데... 이 나라는 분명 대한(大韓, 大寒)이 맞다. 올해도 역시나 운전에게는 싸늘〔大寒〕한 하루였다.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물림 (0) | 2020.02.10 |
---|---|
무문모 디엔에이(DNA) (0) | 2020.02.10 |
지금이 바로 제 철 (0) | 2020.01.20 |
지금도 공부 중 (0) | 2020.01.20 |
솔비를 쓸어라 (0) | 2020.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