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바로 제 철
흔히 말하길 ‘알았다. 그러니 즉시 물려라!’ 하는 대목이 있다. 생겨난 도루묵의 유래는 간단명료하다.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궁을 떠나 험한 피난길에 나섰고, 현지에서 먹었던 생선이 맛있는 것은 물론 귀한 것이라며 ‘은어(銀魚)’라는 별명을 하사하였다. 난이 끝난 후 환궁하여 옛 추억을 떠올리다가 다시 먹어보니 도로 실망하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냥 지어낸 허구인 속설이요 야사(野史)에 지나지 않다. 근거가 존재하는 역사라든지 앞뒤가 맞는 기록도 없다는 말이다.
다만 한 구절이 나오는 책은 있다. 『도문대작』에 고려시대 어느 왕이 자주 먹다가 ‘그만 다시 물리라’하여 환목어(還木魚)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런데 지금 왜 조선 선조가 나왔을까? 그냥 선조를 팔아먹은 아전인수일 뿐이다. 선조팔이! 할 말이 궁하면 또 선조를 들먹이고...
대표 사례가 삼천궁녀와 의자왕이요 봉하의 아방궁이다. 해명하고 끝나면 다른 명목을 날조해내는 것이다. 정말 진실로, 국민들이 다 인정하는 도루묵을 들먹이며 ‘그때 선조가 먹은 은어는 몇 마리나 되었느냐’고 도루묵팔이로 재등장한다.
역사상 임금 5명이 궁을 떠나 피난으로 갔다는데, 중국은 10년 혹 50년을 넘기지 못하는 단명 나라가 많다. 우리나라는 500년이 기본이다 보니 외세를 피하다가 진짜 피난을 떠났다는 것이 정설인 듯하다. 대한민국도 500년은 가고 싶다. 지금이 바로 제 철이 되었으니, 한 몫 챙기는 목적으로 작은 것을 부풀리는 것은 당연이요 없다면 우선 거짓을 만들고 부풀려보자는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지금이 바로 제 철’이라는 말을 듣고 보면 선거철이 되었다는 것을 입증할 차례다.
봄 볕 들에는 며느리를 보내고 가을 볕 논에는 딸을 보내라는 준칙이 있고, 가을 전어는 도망나간 며느리를 다시 돌려온다는 말도 있다. 그냥 우스개 비유다. 아주 비싸고 가장 귀하라서 아니라 ‘썩었어도 준치’라는 말은 절대불멸의 정답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머니 병구완하다가 한 겨울에 딸기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에 겨울에도 구할 있는 과일로 등장하였고, 열대성 파인애플과 바나나 등이 드디어 한국의 땅에서도 산다. 하늘님이 보우하사 긴 병 효자에 감흥하여 제 철이라는 단어와 그냥 철이라는 단어가 어울렁 살아가게 하신 셈이다.
그러나 자연은 아직 변하지 않은 삶을 바라고 있다. 이것도 순응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묻고 갈 것도 남았다. 반항과 거역도 개성이지만, 원칙에는 이타적 순리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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