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모 디엔에이(DNA)
사람은 누구나 각자 다른 지문(指紋)을 가지고 있다. 오른손의 엄지와 장지, 중지, 약지, 소지가 있다.
엄지는 크다는 뜻이 있어서 거지(巨指) 혹은 대지(大指), 엄지손가락이라서 무지(拇指)와 벽지(擘指) 라고도 한다. 검지는 둘째손가락을 말하며 식지(食指), 인지(人指), 염지(鹽指), 두지(頭指)라고도 한다. 중지는 셋째손가락인데 가운데에 있어서 중지(中指), 길어서 장지(長指), 장수를 의미하는 장지(將指)라고도 한다. 약지는 넷째손가락을 말하는데 무명지(無名指), 약을 찍어 맛보는 약손가락이라고 하며, 소지는 다섯째손가락을 의미하는데 가장 작은 새끼손가락, 한자로 소지(小指), 수소지(手小指), 막내라서 계지(季指)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손가락 안에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데 얼마나 오묘할까?
사람을 도와주면서 죽을 때까지 일을 하다 끝나는 동물도 있다. 기구한 소는 손발에 지문은 없다. 그 대신 코빼기에 문양을 지니고 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소 중에서 똑같은 문양을 가진 소는 없다. 세어볼 수 있는 소 중에 중복된 문양이 없다는 말이다. 소도 귀하고 중한 동물임이 분명하다.
그런대 내 어머니는 어찌하여 지문이 없었을까? 아니 처음에는 있었다는데 왜 도중에 없어졌을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지문이 없어지는 돌연변이 디엔에이가 생겼을까? 주민등록이 생길 때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었다. 그런대 그런대 내 주민등록증을 갱신할 때 앞으로 뒤로 좌로 우로를 돌려보아도 지문이 나타나지 않았다. 뒤집어도 나타나지 않고 엎어놓고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무문모(無紋母) 디엔에이가 나에게 옮겨온 것이 확실해졌다.
골똘히 생각했는데 해가 지나자 비로소 그 연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손가락을 닳도록 문지르다 생긴 인공 조작별이가 아니라, 속일 수 없는 성품이 고스란히 빼박은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으며,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수긍할 수 없는 개성이 옮겨온 것이었다. 마치 손가락 지문이 없는 소처럼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디엔에이다. 오로지 자식을 위하여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거든 굴하지 않고, 지금 해야 할 일을 찾다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몫을 해내는 디엔에이다. 안주하지 않고 창조하는 디엔에이, 실패하면 또 재창조하는 디엔에이...
무문모는 지금도 내 손으로 피를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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