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타나 되나
요즘도 자주 듣는 질문 중의 하나다. 무슨!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데 또 물어본다니... 나는 참으로 곤란한 질문에 따라 답변도 궁해진다. 그러나 바로 대답하는 사람도 많다. 아마 대세(大勢)인지 모르지만 동세대(同世代)라서 불문가지 통했을 것이다.
나는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아직 초보라서...’ 그것이 불문가지 현 주소다. 그러나 물어왔으니 명확한 대답은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몇 타나 되나요?’ 굳이 듣고 싶다면 정말 한마디 대답은 해야지 맞다싶다. 그래서 대화가 앞으로도 가끔 만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간결하게 ‘응! 130’ 나가면, 장황하게 ‘그래요? 벌써 그런다니... 웬 말입니까?’ 응수가 쳐들어온다. 듣고 보니 정말 나는 초보가 분명하다. 1년 전에도 그렇고 2년 전에도 그렇고... 늘지도 못했으며 늘린다는 의지도 없었다.
지금 나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듯 거창하게는 다그치지 않고 그것도 유려하게 되받아쳐왔다. ‘그럼 내년에는 어떤 목표라도 세워야지요!’ 올해 연초를 감안하면 유예기간이라는 1년 특혜를 주니 그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년 목표라니~ 따블이면 되지?’ 자신이 있다는 심산으로 평음에 격음을 더한 경음을 내고 말았다. ‘엥? 따블이라니요?’ ‘당근 두 배지’ ‘아니 하프도 아니고 쿼터도 아니고 따블?’
아뿔싸! 주제가 골프임을 늦게 눈치 채고 말았다. 나는 한타 즉 컴퓨터 얘기인줄 알고 있었는데... 내가 말하는 상대방은 한손으로 300타가 기본이라던데... 연약하고 부드러운 손길을 가진 세대는 300타 기본이라고 들었었지만 골프도 기본이 300타로 통하는지 묻지 않은 내 탓으로 귀결되었다.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세대임이 분명해졌다. 말하지 않아도 얼굴만 보아도 알고, 얼굴색만 보아도 알고, 머리색만 보아도 알고, 머리 스타일만 보아도 알고, 입은 옷 색만 보아도 알고, 입은 옷 디자인만 보아도 알고, 빈티지인지 정갈한지만 보아도 알고, 화려한지 수수한지만 보아도 알고, 목소리에 묻어나는 감정만 들어도 알고, 목소리에 나타나는 어투만 들어도 알고, 대화 중에 몇 번 등장하는 단어를 들어도 알고...
내 또래는 낀세대깜이 인증되고 말았다. 베이비붐세대는 공감이 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부연설명이 필요한 세대임으로 남는 한시적(限時的) 길〔人生〕이다. 늙어서 다시 애가 된다던데, 태어난 베이비가 거꾸로 어린 베이비로 돌아가는 서글픈 세대가 순리에 거역하는 또 다른 붐을 일으키는 것이 분명하다. 이른바 ‘역베이비붐’ 신조어 메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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