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교회와 절의 조합

꿈꾸는 세상살이 2020. 2. 15. 11:54

교회와 절의 조합

 

속리산을 향했다. 오가는 데 4시간, 여기저기 기웃 3시간, 포도청에 매달리고 식곤증을 달래다보면 1시간, 아이쇼핑 대신 눈요기라도 하자고 1시간을 투자해야 되니 바쁘다. 마음은 벌써 부처님 손바닥을 타고 법주사에 도착하였다. 구불구불 지루한 시간을 달래주는지 졸리는 인생을 깨우는지... 산 속 풍경이 민낯을 휘감았으며 시원한 청렴감이 폐부를 흔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식후경, 하늘은 뭉게구름이었다. 나도 빨리 둘러보자는 걸음으로 동행하였다. 아뿔싸! 이미 속리산 이정표를 벗고 법주사 팻말을 업고 가는데 비라니! 매표소 앞에 서보니 아니다. 즉시 돌아가라!’ 들리는 영감이 있었다. 갈까 올까? 올까 갈까? ‘말도 안 되는 우왕좌왕? 13성해라!’는 소리가 울렸다. 새털구름이 조개구름을 넘어 먹구름으로 변하더니 말 안 들어? 폭우 맛 좀 봐라!’ 우렛소리가 들렸고 장대비가 쏟아졌다.

맛집을 찾아 2시간 정도는 투자한다니 아깝다! 그러나 묘수가 없어 후회하고 말았다. 매점마다 우산은 매진, 비옷도 매진, 종이박스도 매진, 지역 무료신문도 매진, 한 자 처마도 매진뿐. 즉석 무료사워를 만끽한 후 돌아오는 길도 멀었다.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고 뒤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다. 비를 부어주니 유리창을 내리고 닦을 수도 없었다. 아차! 하는 순간 갈림길을 지나쳤다.

어떡하나! 역주행? 멀어도 우회? 무인가이드를 믿고 헤맸던 속리산행 뒷담화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비상등을 켜고 후진을 감행하고 있었다. 천우일조. 줄줄이 선 차량들이 무한한 배려를 베풀었다. 마치 빗속 사열처럼...

정말 부처님이 나를 보호하사 그랬구나... 매번 너는 입장료를 내고 절은 패스잖아?... 멀리서 법주사까지 왔으니 그나마 체면치레... 매표소에서 돌아서니 부처님이 서운했을 거야... 일요일 절을 찾다니 하나님이 책망했을 것이다... 오늘도 교회에 갔다 왔어 몰라?... 절이 좋아서가 아니라 벼락 맞은 정이품송을 만나러 왔어...

맞아! 오늘 건네준 책 박스가 나를 도왔구나. 두 박스 가득 채웠으니 모르긴 몰라도 30Kg은 넘고 남아. 너무 무겁다며 지인을 대동하여 다시 돌아온다고, 찜해놓고 가면서도 못 미더워 돌아보던 노파. 힘겨워 보이지만 낯빛은 밝았었다.

 

누구든지 항상 만족할 수는 없다. 가끔은 흡족 하는 것도 힘들다. 어떤 날은 비가 오고 어떤 날은 눈도 온다. 바로 인생살이다. 너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이것이 바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이요 병가지상사(兵家之喪事). ‘나도 나이 들면 노파가 되겠지!’ 노파가 되기 싫다면... 그 전에 죽는 선택권을 강매하는 즉 밑지는 외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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