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를 모신 그랜저 렌트카
오래전에 근무했던 시절, 외국인 바이어가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OEM목적 장비메이커 2명을 각별히 준비하라는 특별지시가 내렸다. 일반적인 방문은 회사에 보유중인 차량으로 충분하였으나 이번에는 큰 고객이라는 주문이니 각 죽인 그랜저를 미리 예약하라는 별명도 덧붙였다.
나는 공항 인근에 있는 대형 렌트카 업체를 지목하여 방문하였다. 내 차는 소형차였고, 대형차는 처음 타보는 것이라서 겉기분도 좋았다. 차의 성능은 이상 없고, 연료도 충분하고, 외관도 별다른 흠집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을 들었다.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에서 지방 공항까지 대략 1시간이 걸리니까 절대로 늦지 않도록 미리 출발하였다. 고객보다 마중하는 내가 먼저 도착하는 것이 배려이며 상도상 에티켓의 기본임이 분명하다. 멀리서 걸어오는 픽업할 인물을 감지하자 시동을 걸었고 만반의 대세를 갖추고 기다렸다.
바이어는 각자 캐리어를 끌었고 김포에서 대동한 사장은 빈손이었다. 큰 짐을 가지고 있다면 물론 트렁크를 열어야겠지 하고 버튼을 찾아보았다. 허둥지둥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헤매도 못 찾았다. ‘그때 물어볼 것을...’ 하면서 당황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사장은 낮은 소리도 ‘트렁크를 열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못 들은척하면서 허공을 쳐다보았다. 바이어도 체념하면서 짐을 좌석으로 들고 탔다. 내가 영어를 모른다고 믿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제사 면피를 꾀하자고 에어컨을 켰다. 국가상 연료를 절약하자고 미리 켜놓지 않자는 심산이었다. 비행기에서는 시원하였고 걸어오는 중에는 더웠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것이라도 시원할 것이니 쌍방 체면은 세운 셈이다. 흘깃 룸미러를 보니 표정은 덤덤하였다.
그러면 가보자! 매끈한 도로를 질주하였다. 무게는 나가지만 그래도 대형차라서 충분하겠지! 연료도 충분, 부족하면 액셀로 당감 충분! 최소한의 안내는 내 몫이니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달렸다. 부드럽게 커브를 돌자 경찰이 세웠다. 지나가는 차를 부르는 경우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80km 도로에서 허용하는 범위라고 자신만만하였지만 세운 경우에는 도리가 없다.
나는 도어를 내려 경찰과 짧은 대화를 하였다. 이어 오르자마자 다시 출발하여 그 위기를 모면하였다. 한참 지나자 ‘어떻게 되었나?’ 사장이 물었다. ‘들었지요? 국가를 위해 수고하십니다. 좋은 거래를 위하여 안전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잖아요. ‘안을 기웃하던데, 그건 나도 들었어.’ 사장이 덧붙였다.
내 변명은 ‘중요 바이어가 있는데 허용범위이니 알아서 해주세요.’한 부탁이었다. 딱지 대신 절약이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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