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보운전
나는 오래 타던 차량에 ‘초보운전’이라는 스티커를 한동안 붙이고 다니기도 하였다. 지근거리에서 매일 얼굴을 보는 사람 중에서도 ‘초보요?’ 라거나 ‘정말! 초보운전이에요?’하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분명 초보는 아닐 것이라고 부언하면서도 의문감이 남았을 것이다.
나는 내 소유의 차량은 단 두 번째에 지나지 않다. 그러면 진짜 초보운전일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간단한 주먹구구셈으로 된 세월이 아니었다. 면허증을 취득한 후 업무용 공용 차량으로 익혔고, 본격적으로 전속 차량을 배정받아 업무는 물론 출퇴근까지 활용하는 특혜성 구조에 편승하기도 하였었다. 조건도 쉽게 2만평부지 공장에 혼자라니 당연!
내가 오래 타고 다녔던 차에 마침내 공식문서로 이별을 통보하였다.
소유 첫차는 빨간 르망이었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색깔이었는데 나도 왜 공감했었는지 기억은 없다. 아내와 다짐한 구입 조건은 ‘최소한 10년’이라는 단서였다. 국가에서 10년 타기운동을 주창할 즈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국책보다 나 개인의 생각으로 ‘당연 10년’을 줄창해왔다.
1차 목표를 달성한 후 두 번째는 산타페였다. 그것도 한일월드컵을 후원하는 외견은 금빛 그리고 내견은 골드라는 등급이었다. 사실 골드에 매료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4륜 구동이 1순위였고, 어떻게든 찾아가는 칼라가이드가 2순위였다. 더하여 CD음악을 들으면 0순위, 아날로그 칼라뉴스까지 볼 수 있다는 -1순위, 내리지 않고도 별을 셀 수 있는 선루프가 -2순위, 영화를 즐기는 DVD가 -3순위였다.
그러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당시 시쳇말로 천연기념물에 애착이 들었고 더 같이하고 싶었다. 더 오래 탈 만하니 양심상 애국자가 되고 싶었던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꼬치꼬치 물어오면 ‘나는 20년을 채우지 못한 초보다’라고 답변하였다. 02년 02월 22일생 차와 19년 10월 10월 폐차 속의 공백! 조금만 버티면 초보를 면할 수 있었는데... 생각하면 지금도 콧등이 시큰해진다.
요즘에 ‘초보운전’이라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차를 만나면 난센스 퀴즈를 당한 기분이 든다. 어떻게 대답할까! 너무 길어서? 20년 목표로 정한 실수인가? 15년, 10년, 아님 5년 최소 2년이라도 내미는 배짱이 그립다.
생이별할 때는 빛바랜 스티커라 걸핏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채우지 못하고도 초보를 면하는 속성코스였을까? 아님 새치기 세월? 월반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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