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세상만사 애경사

꿈꾸는 세상살이 2020. 10. 6. 10:05

세상만사 애경사

 

세상에 사람이 많고 많다. 그러니 그 사람이 사는 동안 겪어야할 상황도 많고 많다.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바로 삶이라고 여긴다. 오늘 부고를 접하니 군 동기 중에 애사를 당한 사람이 있다. 군 동기가 한 명이었을까? 벌써 상을 당해 부고를 고지한 상태에서 겹 조상이 벌어진 상태였다.

동기 약 300명 중에서 수도권에서 모여 살기 때문에, 지역에 사는 나는 예외다. 아니면 별외다. 나는 애사를 알리지 않았고 동기들의 애사를 알고도 모른척했다. 알고도 모른척하다니 정말 파렴치일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말이 세상만사요 애경사라는 말이다.

내가 급여를 받을 적에는 회사에서 일했다. 공식 중견기업이어서 애경사를 무조건 챙겼다. 업무 직책이 관련되었고, 설립 초기에 입사하였고, 장기 근속자라서 사원들의 개인적 사정을 알다보니 앞장서 챙겼다.

말하자면 내가 낸 부조금이나 축의금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보라는 정도라고 여긴다. 물론 내 애경사에서 부조금이나 축의금도 그 정도로 받았을 것이다. 이것이 인지상정이요 품앗이라고 생각된다.

어떻게 하다 보니 현업에서 떠나 외톨이 생활을 하기도 했다. 전혀 다른 곳은 아니라 한 울타리 안에서 일하게 되어 내 마음이 편하고 다행이었다. 그래도 오랜 지인을 만나면 부탁 하나가 있었다. 직원들의 애경사는 반드시 나에게 알려달라는 말이었다. 경사는 혹시 그렇다 치더라도 특히 애사는 절대로 빼놓지 말라고 다짐하면서

어느 날, 얼굴 본지가 오래된 사원을 만났다. 멀리서 보아도 걷는 힘이 없어보였고, 기력이 떨어져 시무룩한 표정이 역력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젊은이가 왜 이리 힘이 없냐?’라고 물었다. 그는 피곤하다면서 얼버무렸다. 나는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젊은이가 힘을 내라. 당당하고 패기 있는 사원이라고 보여주라고 응원하였다.

지나자 오랜 지인에게 물었더니 조모상을 당했단다. 그럼 나에게 알려줬어야지 왜 안 알렸냐고 따졌다. 지인은 다음부터는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1년 쯤 뒤, 그 사원을 만났다. 내 보기에는 정말 힘이 없었다. ‘왜 그렇게 힘이 없냐?’ 물었더니, ‘출장이 많고 정말 피곤해서 그럽니다대답하였다. ‘그래도 네가 힘을 내야 돼, 누가 힘을 보태주겠느냐?’ 강조하였다. 헤어지자 다른 지인에게 그 사원은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을 주었다. 돌아온 말은 그 사원이 부친상을 당했단다.

아무리 참아도 화가 났다. 내가 신신당부했건만 그런 식언을 그 사람에게 또 연거푸 하였다니 정말 안타깝고 애처롭다. 애경사의 도리도 모르는 처사였다. 내가 몰상식한 무지랭이였던가? 나는 그렇다 치고, 내가 신신 당부한 오랜 지인은 깜빡 잊었다며 지금도 떳떳한 행세를 하다니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쉬운 숙제부터 풀기  (0) 2020.10.06
셀프 파계  (0) 2020.10.06
대통령과 식사하는 꿈  (0) 2020.10.06
급하냐 중하냐 대수냐?  (0) 2020.10.06
건강와 멋을 갖춘 밥상  (0) 20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