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숨겨온 불효자의 독백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녀는 불효자라는 말도 있다. 오래된 유교의 개념에서 시작된 내용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정확히 20년, 나는 불효자의 대열을 벗어나지 못한 채 남았다.
‘오늘은 D-123’ 이라는 단어를 접하니 전염병 코로나19 때문에 2020 도쿄올림픽이 이루어질 것인지 미룰 것인지 혹은 취소될지가 세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에 대해서는 무관심, 막무가내, 기만, 거짓말, 무시, 혐한의 주연 일본, 오늘도 세계인의 경기력을 빌미로 잇속셈을 숨겼다. 잠잠한 나를 헤집는 123이라는 숫자, 망령을 업고 해묵은 회군(回軍)이라니... 막심한 불효자의 후회로 사무친다.
45년 전에 이실직고했어야 맞는지, 항변하며 따지는 것이 정답인지도 판단하지 못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성적표를 보시고 ‘이게 뭐냐?’ 하셨다. 나보다 먼저 보셨으니 자식에 대한 실망감이 묻어난 것으로 해석되었다. 나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확인해보니 ‘123등’ 이라는 글자가 콩깍지를 씌웠다. 뒤집어보아도 123등, 거꾸로 보아도 123등, 콩까지를 씻어 보아도 123등이 틀림없었다. 눈앞에 어물어물하다가 현기증이 일었다.
믿지 못하다면서 재확인하였지만 아무런 반응도 내지 못했다. 그때 ‘죄송해요!’ 한마디 했더라면 만사 해결이었을 텐데... 대화가 없으니 ‘이렇게 할 거면 그만둬라!’ 역정을 내셨다. 자식을 위하여 모든 것을 주시고 보살피는 부모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고, 남고 넘치는 당연지사다. 그런데 내 한마디 일성(一聲) ‘일만 했으니 언제 공부했대요?’ 피가 거꾸로 솟는 반항(反抗)이었으나, 도끼를 들고 덤비다가 대못을 박는 역성(逆成)을 저질렀다.
한순간 냉전이 엄습했다. 잠시 후 일상을 되찾았고, 학교에서 돌아온 뒤 ‘일하라’는 말은 없었다. 물론 그 전부터 그 후까지 변함없이 동일, 그리고 묵묵히 일을 도와드렸다. 그리고 다음 시험에서는 예전을 회복하였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지난 성적표와 이번 성적표를 비교 분석해보니 별다른 곳이 없었다. 국어, 수학, 영어, 물리, 생물, 화학 등등 진폭도 없이 골랐다. 지난 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다시 따져보아도 불가사의다. 100명 이상 오르락내리락했다는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신빙성이 꼬꾸라진 종잇조각을 덮는데 작은 숫자 하나가 들어왔다. 생소한 단어 ‘3.0/4.5’
급한 마음에 과목별 점수를 계산하고 평점을 내보니 역시 달라졌다. 담임선생이 수학 담당인데 초미니 숫자를 더하고 나누는 계산도 못하다니... 따지려다가 이미 회복되었으니 ‘무슨 상관이겠냐!’ 고 참았다. 나만 감수하면 담임과 동료들이 얼마쯤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인데... 후회는 오로지 아버지께 ‘명예회복감’을 드리지 못한 점이다.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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