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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동일체의 특혜 맛을 보았니?

꿈꾸는 세상살이 2020. 10. 6. 13:14

검사동일체의 특혜 맛을 보았니?

 

검사동일체는 검사끼리는 한 몸이라는 말이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부부가 한 몸이라는 것뿐이었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검사끼리도 한 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부가 이혼하면 남이 된다던데 검사도 이탈하면 남이 될까?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알아보니 검사 수장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정의란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전국의 검사들이 검찰권을 행사할 때에 검찰총장을 점정으로 상하 복종 관계에서 하나의 유기적 조직체로서 활동한다는 내용이다. 검찰 사무의 신속성, 통일성, 공정성을 위한 것이라고 전한다. 그런데 관점이 다르거나 수사 포인트가 잘못되었더라도 미루거나 항명하면 안 된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그런데 문제는 검사 혼자만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수사기록을 보면 방대하여 놀랄 정도다. 물론 유능한 인물이라서 단시간에 그런 일을 해냈겠지만, 오타 없이 완벽하게 기록해 놓았을까? 아니다. 군인이 아닌 조력자에게도 상명하복을 강요하며 지시가 아닌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항명하는 검사가 있는지 거역하는 조력자가 없는지 그것도 알 수 없다. 남는 것은 본인의 양심뿐!

어느 날, 수사기관이 들이닥쳤다. 이른바 압수수색이었다. 처음 보는 신분증을 비춰 주는가 싶더니 모두 동작 그만!’ 하면서 컴퓨터와 서류를 싣고 갔다. 수첩은 물론 작은 메모지도 남기지 않았다. 공용 자동차와 개인 자동차도 들쑤셔놓았다.

나는 예상한 일이었다. 동종 경쟁업체에서는 이미 다녀갔다는 소문을 듣고, 덤덤히 받아들인 결과였다. 종이 한 장도 컴퓨터 파일 하나도 수정하지 않았고, 숨긴 것도 없었다. 수사관도 알고 있듯 가정은 노터치였다.

나는 모든 일을 깃털로써 했다. 오너에 충성하는 임무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한 점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했다. 고발이나 고소도 없었으나 수사가 이루어졌다니! 이른바 기획 수사였다.

내 생각으로는 수고에 대한 보답을 기대하면서 한 줄, 건 수를 채웠을 것이다. 사사건건 이현령비현령. 호소력은 없어지고 의도만 남는다. 오너는 기업의 생존이라고 누구는 고령이라고 월급 조력자는 주도한 실무자라고? 과장 주제에! 9회 말이니 급하면 꿩 대신 닭을 대타로 쓰겠지!

97621일 저녁. 구속영장이 발급되던 날, ‘이 사람에게는 수갑 채우지 마!’라는 말이 들렸다. 눈이 깜깜해졌는지 지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호송차에 오르는 순간까지 1분 남짓한 특혜? 아니다. 호송자는 순순히 따랐다. 동일체 따라 억지 피해자를 만들었으니 미안하다며 셀프 양심선언이요 셀프 면죄부다. 전무후무한 항명인가? 순명인가? 그러나 나에게 돌아오는 보답은 없었다. 나는 범털이 아니고 범부에 속하지도 못했다. 지나는 개털 편에 서고 말았다. 이것이 속은 함구 항명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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