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피도 흐른다

꿈꾸는 세상살이 2020. 10. 6. 13:07

피도 흐른다

 

흐르는 것은 액체와 기체에 해당하며, 고체는 딱딱하지 않은 경우에만 마치 물엿이나 꿀처럼 반고체이면 흐른다.

21대 총선을 맞아 후보자 본인의 피가 흐르는 일이 발생하였다. 어떤 폭행이나 상처를 입어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니었고, 본인이 손가락을 깨물어서 피를 냈다. 그 피로 하얀 천에 글씨를 쓰려는 목적이었으니 혈서가 맞다.

그러나 영상을 보면 혈서가 빨간 피가 아니라 분홍빛을 넘어 옅은 빛이 선명했다. 그 사이에 후보자의 도우미가 다가갔고 계속하여 혈서를 썼다. 분명 의학용 소독제인 액체요오드 색이 확실하니 이어지는 가짜 쇼에 속을 사람도 없다. 다만 성원하며 동조하는 거짓말을 퍼트리는 피가 흐르는 사람은 빼고 말이다. 쓴 다음에 실토하고 끝냈다.

알고 보니 일본 침략자에 대한 투쟁을 단지(斷指)로 공언한 안중근 의사에 대한 할 말이 없었고, 반대로 박정희는 혈서편지로 맹세하며 침략자를 추종한 사실이 떠올라 분개(憤慨)하였다. 2020415일 총선 이 시대에도 안중근의 피가 흐르고 박정희의 피도 흐르고 있다. 대체로 8개월 전 그러니 작년 광복절부터는 극심한 두 부류로 갈리고 총선까지 이어왔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잘못을 덮으려고 우리나라가 공산주의에 찬성하였다며 덤터기씌우고 경제 단교를 선언한 일본이었다. 국교 외교에 기본예의도 없이 우리에게 쓴맛 좀 보라는 길들이기로 나선 일본이었다. 안중근 피는 애국이며 노재팬 노아베를 주창하였고, 박정희 피는 그래도일본 우리 일본이라는 말을 포함하여 일본에 사죄하라는 구호를 남발하였다. 자칭 지도자라니 참으로 어불성설이었다. 결국 안중근 피가 일본에 또한 21대 총선에서도 심판 일치 판정승하였다.

오래전 어느 날,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일도 생겼다. 혼잡한 전철에서 작은 다툼이었다. 나도 우겨서라도 일본에 지지 않고 싶었다. 그러나 문화가 달라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고, 거기다 내릴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만 바빠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튀어나온 말이 있었다. ‘이런 000이 그렇지!’내리자 몸도 시원하고 속도 시원해졌다.

마중 나온 사람에게 얼마나 가느냐 얼마나 걸리느냐는 둥 말을 걸었다. 그러나 전철 일을 지켜보았던 그가 우리말로 재일교포 3세입니다라고 대답했고 나는 웃으며 얼버무렸다. 정말 3? 아님 위장용 3?

3세라면 태평양 전쟁 말에 징용당한 한국인 후예가 맞다. 본인이 자칭 실토한 당신도 안중근 의사의 피가 흐르겠지! 시대가 지나서 조금은 동조되어서 그러겠지만, 옅어도 안중근 의사의 피는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