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기와 5인 5색
올림픽은 스포츠 사상 중 최고의 경기이다. 전 세계의 각국 명예를 안고 겨룬다.
올림픽의 원조는 올림피아이다. 기원전 776년부터 서기 393년까지 약 1,200년 동안 진행되었다가,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하면서 중단하고 말았다. 4년 마다 그리고 293회까지 열렸다니 얼마나 대단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1,500년이 지나다 보니 올림피아가 얼마나 중요한가 느껴졌다. 1892년 프랑스 쿠베르탱이 부활을 주장하면서 유럽 각국을 방문하고 설득한 결과 1896년 제1회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정신을 계승하고자 예전처럼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열렸다.
올림픽의 슬로건은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튼튼히’였다. 그러나 1회 대회에서는 13개국이 참가하는 초라한 행사였으나, 다시 재창설과 비슷한 분위기라서 시작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믿는다.
상징하는 깃발은 오륜기이다. 파란색과 노란색, 검은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된 동그라미가 5개로 엮여있다. 고리로 이어져서 뗄 수 없는 구조이다. 5개의 대륙과 5개의 대륙 인류를 의미하면서 한바탕 축제에 참여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금은 참여보다는 승리에 중점을 두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이겨야 국력이고 이겨야 우월성의 자랑이라는 것으로 비쳐진다.
올림픽은 아니더라도 오륜기는 누구든지 생각하고 만질 수도 있다. 올림픽에 나갔다는 것 하나로도 영광이란다. 올림픽과 오륜기도 각자 사상과 생각이 다를 것이다. 사람이 사는 동안 항상 부딪히면서 논의하고 협상을 하기도 한다. 반대도 있을 것이며 찬성도 있기 마련이다.
내가 회사에 근무할 때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다. 한 번은 5명이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이동한 적도 있었다. 전라북도 고창을 목적지로 정하고 내가 운전을 하면서 안내까지 담당하였다. 물론 당시는 가장 직급이 낮았으며, 인근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해야 했었다. 서울에서 사장과 부사장, 창원에서 상무, 그리고 익산에서 상무와 이사까지 매머드로 구성된 행사였다.
그런 참에 차장인 내가 참여한다는 것도 영광이었다. 말하자면 올림픽에 참여하는 양. 내가 이곳저곳 안내하다가 단체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나는 옆에 지나가는 객을 불러서 사진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도 5명이 기대했을 사진은 보내드리지 못했다. 나는 필름을 넣어 사진을 찍는 카메라 즉 필카로 찍은 사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도중에 발견된 점이 있었다. 올림픽 출전자 5명이 각자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보는 순간 어름 버킷리스트를 뒤집어 쓴 것처럼 얼음으로 마비되고 말았다.
회사를 운영하는 중역들이 사진 한 장 찍는 짧은 시간도 참지 못하고, 개인 생각에만 몰두하였다는 짐작이다. 내가 사진을 못 챙겼다고 쏟아지는 핀잔을 감수하더라도 그래도 공개하지는 않았다.
1996년 5인 5색. 이래서 회사 운영이 잘 될까? 현상비와 인화비가 없어서? 고의로 숨겼을까? 사진을 원하는 5명의 의사를 따르지 못했지만, 회장의 심중을 헤아려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아니, 당시 알았더라면 바로 해고로 이어져야 맞다고 생각도 해본다. 속 좁은 내 생각으로는 회사를 위해, 회장의 마음을 위해 명철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그 흔한 사진 한 장 보내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서운했을 것이다. 경영자와 종업원, 그리고 최고 책임자가 각자 다른 그릇 차이에서 빚어낸 상처였을 수도 있다. 그 뒤로 사진 속 주인공이 한 명씩 시나브로 회사를 떠났으니 안심이 놓였고, 늦었지만 단독 공개한다. 한동안 유행했던 날조 허위 특종처럼 뜨고 싶어서? 늦어도 최초 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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