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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낙하 연습

꿈꾸는 세상살이 2020. 10. 6. 14:09

꿈에 그리던 낙하 연습

 

대한민국의 긴급 군사력은 공중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꿈에 그려보던 낙하 윙마크였다.

초임 장교가 달고 싶어 하는 마크는 연습기에서 뛰어내리는 낙하 훈련이다. 그것도 최소한 4번의 훈련을 마친 다음에야 부여하는 칭호와 함께 수료증에 해당된다. 정규 교육기관에서도 4번의 낙하 훈련을 하려면 상당히 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어려운 훈련 중에서도 최고 어려운 마지막 코스였다. 쐬중위를 거쳐 대위가 되고도 어느 정도는 윙마크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녔었다.

나는 짧은 훈련 시간 때문에 실제 낙하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나의 운명인가 나의 실수인가, 속단할 수 없으나 윙마크를 부러워했었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 가보니, 작은 규모여서 종업원 수도 적었다. 그런 중에 회사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입사한 장교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였다. 눈에 차지도 않는 중위를 두고 누가 뭐라고 칭찬하였을까? 누가 우러러보았을까? 어불성설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낙하산이 내렸다. 아니 갑자기 떴다. 빙빙 돌다가 적당한 지형을 발견하면 내리는 윙이다. 모든 일이라는 것은 사람의 일이요 사람의 마음이 통해야 순간 전광속화(電光速火)처럼 감행하는 낙하산 전법이 있다.

내가 느낀 낙하산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누구도 감히 지적하고 거부할 수도 없는 인물이었다. 종업원이 되었다는 것에도 감사하고 주어진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진심 장교의 책무를 실행하는 나는, 낙하산을 경원하지도 않았고 터부시하지도 않았다.

낙하산을 타고 내린 주인공은 인맥과 학맥, 지맥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바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탈출하는 대타로 삼은 낙하맨이었다. 어느 것도 걸릴 것 없는 완벽한, 지구를 구하는 독수리 5인방처럼 조조엄지이 탁월한 인물이 내렸다. 왔다 바로 가는 사람은 불을 끄고 임무를 완성했으니 사라지는 주인공이다. 그래서 거부하는 낙하산이 아니다. 누구든지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낙하산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보는 각도는 다를 수 있다. 만약 낙하산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비쳐질까? 보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보내진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완벽한 사람은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는 타인의 삶은 완벽이라는 것은 없다. 그런 것을 실시하기도 하고 실행당하기도 한다. 우여곡절을 따지지 말고 그저 인정하면 만족을 누릴 것이다.

같이 해본 윙은 잠시 후 지나갔다. 내 삶도 잠시 후 지나갈 것이다. 내가 꿈에 그려보았던 윙마크는 대신 이루어준 무지개였다. 허망을 부르는 신기루가 아니라 희망을 주는 심리효과였다. 처음에는 부러운 낙하산에 대리만족을 경험해보았으나, 직접경험하는 순간 연습을 해볼 기회는 없었다.

꿈을 간직하다가 이루지 못하고 빨리 꿈을 깨고 보니 허전했다. 기회가 없으니 허탈감도 들었다. 누구든지 공감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어찌 공감을 얻을까? 언제 이해해줄까? 영원한 신의 생각은 차치하고, 가깝고 짧은 인생의 보상은 없는가? 무지개를 쫓아가지 말라는 말을 들어야 할까 듣지 말아야 할까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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