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내 생각대로만 되는 일은 아니다

꿈꾸는 세상살이 2020. 10. 6. 14:07

내 생각대로만 되는 일은 아니다

 

누구든지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하면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다.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매진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서울에 가는 일이 있는데 비가 많이 내린다. 일기예보를 보아 준비를 하였는데, 우연히 태풍도 겹쳤다. 이 길을 가야 할까 멈춰야 할까 고민이 된다. 승용차를 타고 가도 되는지, 열차를 타고 가면 되는지, 고속버스를 타면 되는지 그것이 문제로 떠오른다.

그러나 승용차를 타고 가기로 정했고, 지도를 보면서 도로 상황, 돌발 사고에 대한 예상 문제와 대비책도 마련하고 강행하였다. 가는 도중에 갑자기 비가 그쳤고 태풍도 진로를 바꿔서 돌아간단다. 내가 유비무환을 준비하였으나 그 보람도 없이 그저 무작정 직진해도 좋을 만하다.

이때 앞에 도로가 끊겨 통행이 절대로 불가하다는 통보가 떴다. 다시 돌아가면 끝인데, 그것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파장이 크다. 약속된 시간에 늦게 도착한다면 신뢰가 깨질 것이고, 약속을 어겼다는 소문이 나서 더 큰 손해가 닥칠 것이다.

그런데, 도로가 끊겼으나 임시 우회도로를 마련하여 응급을 조치하였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

미리 여유를 가지고 출발한 사람은 많은 업무가 없어서 그런 것이고, 빠듯한 사람은 항상 여유가 없는 사람이다. 일부는 나 외 다른 사람 즉 종업원과 타인까지도 챙겨야 하고 챙긴 뒤까지 책임지면서 마무리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미리 예측하고 출발한다면 상대편에 있는 어느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일은 어떻게든 해도 좋지만, 이타적인 일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내가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으나, 아직 계약 기간도 남았는데 거래처 갑에서 갑자기 거래 중단을 보내왔다. 항상 거래공정 거래공정 운운한 거래처가 거래공정법을 위반한 사항이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없이 끝냈다. 이것은 개인과 개인의 문제다.

그런데 종교 차원에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신에 대한 계획과 실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로 여긴다. 나는 부족하고 미약하지만 기독교인이다. 교회에서 어느 책을 내겠다고 나섰다. 나는 미물이라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 책에 대한 모든 책임을 맡으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것도 흩어진 원고를 모으면서 완성된 책을 인수하여 크리스마스에 배포하도록 24일 이라는 기한을 정해 주었다.

그때가 거래처 청산을 앞둔 3일 전이었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 일이 끝나면 바로 몰입하라는 신의 계획이었다고 본다.

그 이유에 대한 해석은 있다. 어느 날 꿈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땅을 보니 내가 죽어 있었다. 깜짝 놀라서 매달렸다. 할 일이 남아서 지금 죽을 수는 없다고 항의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할 일이 엄청 많다. 초등학생에게 물어도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대답할 것이다. 놀기도 바쁘고, 늦잠 잘 일도 많고, 여행 갈 일도 많고, 사 먹을 일도 많고어른이라서 할 일이 없을까?

한참 울다가 굽어보니 죽은 내가 없어졌다. ‘알았다, 그럼 살려주겠다는 계시라고 생각된다. 그러고 나서 꿈을 깼다. 종교적으로 해석으로 따지는 개인의 문제다.

 

또 유사한 예도 있다. 7월 하순 장거리 출타 중에, 교회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미물이라서 즉시 만나기는 싫어서 머뭇거렸고, 할 일이 남아있어서 응답을 미루고 미뤘다. 사이에 벌어진 일은 개인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 놓여 있었다. 보낸 원고가 부족하다면서 긴급으로 늘리라는 독촉 서신이 온 후였다.

작자 입장에서는 다급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내용적으로도 분량적으로도 만족하지는 않지만 응급으로 마무리했다. 그러자 8월 첫 주,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만나고 보니 정말 급하고 중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회 희년을 맞이하여 기념으로 책을 내자는 말이었다. 급한 일을 매듭짓자 즉시 나타나는 숨은 교회인가 보다. 이것도 종교적 차원에서는 계획된 일이 진행된다는 해석이다. 물론 확대해석을 보면 개인에게는 영광이요 축복이다. 기독교 종교인 전문가 저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으로서는 엄청 크게 받은 특혜에 속한다.

옛말로 모든 사람은 작고 하찮은 일을 당해도 어느 귀신이든 도와주어야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든 혼자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정말 귀신을 믿으면 슬그머니 도와줄까? 지금까지 어떤 귀신이 나를 도와주었을까? 어차피 귀신을 믿을 것 같으면 아예 힘이 큰 귀신을 믿어야 좋지 않을까? 모든 귀신을 나무라거나 내치는 능력을 가진 분을 믿으면 되지 않을까! 정답(正答)이다.

개판에서 으르렁거리는 완력이 힘은 아니다. 교계 내에서 울렁거리는 뇌성(雷聲)도 흔들리는 티끌에 지나지 못하다. 역시 종교의 힘은 크다. 해답(解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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