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웃어야 세상이 예쁘다
문지영
좋은땅/ 2019.10.07./ 111쪽
시집이다. 여기에 올린 시는 75편이다. 내가 세어보았지만 가다가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말미에 어머니라는 싯구를 보고 전문을 적어본다.
<어머니>
그곳은 진실만이 세상을 데우는 곳인가요
내가 있는 이곳의 일기가 때론 너무 춥고 낯설어
그 시절 기억마다 피어 있는 작고 탐스러운 꽃들이
외로운 마음에 피워 올린 위로는 아닌지
당신이 소중한 기억들이
하얗고 소중한 기억들이
지금은 한없이 멀고 아득함으로 흐려지네요
어머니 그곳은 고민이 세치처럼 자라날 틈도 없이
아름다운 새소리만이 자욱하게
주변을 감싸 안는 곳인가요
한 알의 밀알조차 번뇌가 지나가야 수확함을 알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함의 자리를 남겨 두었던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이 이제 어디에도 잡히지 않아
세상은 그저 모진 심판자의 얼굴이 되어
나를 내려다볼 뿐입니다
어머니
부디 그곳에선 모든 고뇌와 세상의 굽어짐도
돌보지 말고
나의 그리움이 불러도 절대로 돌아보지 말고
영원토록 평안을 누리소서
처음에는 사랑을 알기 시작하면서 느낀 시인줄만 알았다. 물러나면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생활에 대한 회의와 슬픔을 적은 시인줄 알았다. 끝까지 읽다 보니 어머니에 대한 회고였다고 알게 되었다. 저자가 생각한 슬픔괴 회한이 누구든지 닥쳐오는 홍역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큰 슬픔이었을까. 아마도 저자는 아직 젊은 여인이었음이 확실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사람에게는 너무 슬픔에 휩싸이지 말고 희망을 품으라고 써낸 시였다. 일반 시와는 다른 언어였다. 타인은 그저 즐겁고 명랑한 척하면서 해외 유명 싯구를 자꾸 번복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저자는 같은 내용이지만 반드시 다른 뉘앙스를 적어냈다. 그래서 ‘네가 웃어야 세상이 예쁘다’는 단어는 너는 나의 희망이며 너는 내 가슴에 박힌 DNA라는 말이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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