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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꿈꾸는 세상살이 2006. 4. 28. 22:35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도서출판 물푸레.  아빈저 연구소 지음.  이 태복 옮김.)


지난 해 연말에 선정한 책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을 읽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독후감도 쓰도록 했다. 이것은 연간계획에 들어있던 독서경영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연말연시의 바쁜 틈에서도 책을 읽었고, 나름대로 독후감도 적어 제출하였다. 거기다가 이미 정해진 순서에 따라 나는 이 독후감들을 모아서 읽어 보았고, 부족하지만 평을 하면서 독서지도를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양심이 시키는 일을 하지 못하면 자기기만에 빠지고, 그러면 자기중심적으로 합리화시키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기 배반이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자기기만에 빠진 것을 상자 안에 갇힌 사람이라고 하고, 상자 안에서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며 나를 위한 변명이 자꾸만 더 가중되어 결국은 상호 이익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원의 의사가 시체해부학을 가르치면서 산부인과를 진료하고 있었다. 자신이 담당하는 병동의 경우에 출산만을 담당하는 병동보다 훨씬 높은 10%의 산모사망률에 대하여 실내 환경이나 간호사 또는 조산도우미들의 영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의사 자신이 출장을 간 사이에는 사망률이 다른 병동수준인 2%대로 현저히 낮아진 것을 알게 되었다. 변화된 것은 의사만 출장을 간 것이며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산모들의 병은 자신이 연구하는 시체해부과정에서 감염되었다는 결론을 내린 의사는, 죽음의 원인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간호사의 부주의나, 산파들의 이동과 환자 보호자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고 그들만을 더욱 교육시키고 관리하였던 것이다. 이제 원인을 제대로 알게 된 이 병동의 경우는 산모사망률이 1%까지 낮아지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의사는 위의 사건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이때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남을 원망하거나 비평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상자 밖에 서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일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먼저 상자 밖으로 나가면 상대도 상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 상호 불신이 없어지고 상대를 이해하게 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리더들은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므로, 이들이 먼저 상자 밖에 나서면 그 효과는 훨씬 크고 빠르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대 궁극적인 목적인 상자 밖에 서는 것은, 상대를 나와 같은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만약 상대를 무시하거나 홀대해서는 상자 밖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여러 각도로 생각을 해 보았다. 만가지 일상사 속에서 나로 인한 원인으로 발생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을 생각하였다. 큰일이나 작은 일, 중요한 일이나 중요하지 않은 일 등 모든 면에서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내가 상자 밖에 서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행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니 나만 손해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먼저 상자 밖으로 나갔다고 하더라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여야하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내가 먼저 상자 밖에 나서게 된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변호하여야 하고, 그들은 나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모든 책임은 나에게 모아지고 나는 확실한 화살받이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평소에 나보다 더 못한 행동을 하던 사람들이 먼저 상자 밖으로 나선 후, 나는 거기에 맞춰서 한참 뒤에 나서도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진정 속마음 깊은 곳에는 이런 생각이 있지만 애써 참으며, 그래도 내가 먼저 상자 밖으로 나가야 된다는 것을 세뇌시키는 혼란에 빠지기도 했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은 아무리 내가 잘했다 치더라도 잘 한 것은 덮어두고, 혹시 모를 잘못된 부분을 찾아서 반성해보자는 진정 이런 것이었다. 그런대 책을 잘 읽었다고 하는 사람이 이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먼저 상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나는 다시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안 읽은 사람들은 이미 상자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일까?

어쩌면 아직 책을 안 읽은 사람은 그래도 나은 것 같다. 몰라서 못 느꼈고 몰라서 반성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안 읽고를 떠나서 자신이 상자 안에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분간 행복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통하여 조직과 타인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자신은 언제나 나 자신 혼자만을 위하여 행동하면 되니까 말이다. 세상이 마치 나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것이다. 그리고 한 동안 그 속에 취해 있을 것이다. 그 기간이 길면 긴만큼  다른 사람들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이들은 그렇게 타인의 노력을 받은 후 언젠가는 서서히 상자 밖에 서게 될 것이다. 만약 그날이 늦게 온다면 혹시 그 사이에 조직이 와해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공멸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조금만 더 참지 왜 그걸 못 참고 갑자기 엉뚱한 짓을 해가지고 일을 망가뜨리느냐고 말이다. 그래도 결과는 같다. 그 때는 상대방을 탓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공멸한 뒤의 일이다.


여기에서 조직이 공멸하지 않고 구성원 전체가 빨리 상자 밖에 서기 위해서는 리더들이 먼저 상자 밖에 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리더의 영향력으로 빠른 속도로 파급되기 때문이다. 리더는 부하직원을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인정해주고, 때에 따라서는 나대신 일을 처리해 준 나의 분신이라는 생각으로 존중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부하직원이 잘 못한 일은 내가 명확한 지시를 하지 못한 탓이며, 아니면 중간에 점검하지 않고 방치한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잘못된 일의 원인이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에 유행했던 ‘내 탓 네 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에는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이 말을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더욱 가깝게 와 닿는다.

독서지도를 한다는 것도 두렵고, 특히 이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평한다는  것이 어딘지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길고 많은 부분의 평을 해가면서 가까워지려고  노력도 기울여 보았다. 이런 것도 어쩌면 상자 밖에 서는 것의 일부분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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