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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출

꿈꾸는 세상살이 2006. 4. 2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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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출 

 

 

C군 외출준비 좀 해라.

예? 누구요?

너, C 말이야.

예,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디를 다녀와야 됩니까?

응, 괜찮아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

그러죠.

C대리는 외출증을 작성하여 B과장에게 결재를 받으려 하는데 부장이 거든다.

장소는 대전, 용도는 업체 서베이라고 적게나.

예,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디를 갔다 와야되죠?

응, 나도 같이 가니까 따라만 오면 돼, 사실은 타 회사 장비를 보러 가는 것이니까 비밀로 해야 되네. 그리고 외출증대신 배차 신청을 하게.

예, 알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A부장은 은밀한 외출을 했다.

그런데 말이야, 지금 우리가 왜 이렇게 가야하는지 알고 있나.

그거야 모르죠.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있는 판에.

그렇기는 하지만 뻔한 것 아닌가? 상대방을 잘 파악해서 그들의 잘못된 점을 우리한테는 유리하도록 개선하면 되지 않겠나?

그거야 당연하지만 그런 원론적인 얘기를 꼭 해야되나요?

그럼, 그런 일이라도 말을 해서 알고 있다는 걸 표현해야 되네.

그건 너무한데요? 세상에 뻔한 일을 가지고 아부하는 것도 아니고, 유치원생도 아는 일을 꼭 얘기해야 된다니 너무나 우스운 일이군요.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해야 될 때는 꼭 말해야 되는 것이야. 그래서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필요하거든.

욱! 욱!

아니 어디 아픈가?

아닙니다. 속이 메스껍다는 걸 일부러 알려 드릴려고 해본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것까지 말해야 되겠는가.

때에 따라서는 안 해도 될 말까지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때와 장소를 가려서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아무거나 말하라는 뜻은 아 니었네.

그런데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이 어느 것인지를 알 수가 없잖아요. 말을 해봐서 그 사람의 반응을 보아야 아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바로 자네는 한 수 아래 일세.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특히 상사분이 좋아할지 나빠할지를 직감으로 알아채야지. 그래서 기분 좋아질 말을 고르고 만들어서라도 해야 되는 것이야. 반면에 기분 나빠질 말은 되도록 혼자서 해결하고 보고하지 말아야 할 것이야. 자네는 오늘 인생살이 특강을 받는 것이니 참으로 행운아일세. 멀리 갈 것 없이 나를 보게. 나를 표본으로 삼고 잘 배우게나. 나는 제때 제때 진급을 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A부장님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던데요.

괜찮아, 세상 살다보면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도 없고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 니까 그런데 다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이야.

아하! 그렇군요. 오늘도 한 수 배웠습니다.

그래? 고맙군. 그러면 오늘 하루도 즐겁게 지내보자구.

예! 출발합니다.

그래. 나는 목적지까지 자고 갈테니까 도착하면 깨워 주길 바라네.

걱정 마시고 편히 주무세요.

대전까지는 45km로 약 45분이면 도착한다. 그러나 시외 도로는 한산하기 때문에 보통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마음놓고 과속을 할 수도 없다. 무인 속도 측정기가 여러군데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주 다니는 길인지라 어느 곳에서는 빨리 가도 되고 어느 곳에서는 빨리 가면 안 되는 곳인지를 대충 알고 있어서 마음에는 부담이 적다. 때로는 콧노래를 불러 가며 때로는 풍악을 울려가며 달리는 모습은 너그럽고, 자연과 예술을 아는 인품마저 풍긴다.

이렇게 한 참을 가다가 이제 막 대전권에 접어든 순간 긴급한 신호음이 들린다.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

우리 민요가 힘차게 들려오고 A부장은 전화를 받더니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부장님 무슨 일입니까?

글쎄 지금 대전보다 더 급하게 처리해야 될 일이 생겼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얘기를 하자면 내용이 길어지고... 어떻게 한다? 나는 지금 다시 돌아가야 될 형편이고, 대전 일도 오늘 보아야 할 형편이니 복잡하구만.

그러면 부장님은 돌아가시면 되잖아요. 이쪽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정말 그래주겠나? 그러면 나야 고맙지. 그런데 업체 서베이를 자네 혼자 하도록 하기도 곤란하고 좀 난처하군.

걱정마세요. 제가 어린애입니까. 저도 잘 처리 할 수 있습니다. 윗분들께는 같이 갔다왔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러면 되겠군. 하지만 자네 혼자서도 능히 처리할 수 있으니까 맞기는 것이니 나때문에 혼자 가라는 것으로 생각은 말게나.

아무렴 여부가 있습니까.

그럼 나를 다시 원위치 시켜 줄 수 있겠나.

예. 좀 늦더라도 그렇게 하지요. 어차피 업자들은 저녁시간이 되어야 돌아오니까 지금 가면 약간 기다려야 될 시간이거든요.

그럼 우리 기분 좋게 생각하고 행동하세. 마음상하면 몸도 상하기 십상이니까.

이렇게 해서 A씨는 그들이 가던 길을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A의 집 골목 입구에서 둘이 헤어져 각각 다른 일을 보기로 했다.

이렇게 헤어진 둘은 이제 행동이 각각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A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짐을 하나 벗은 느낌이었고, 자주 가는 탕에 들었다. 그리고는 뜨뜻한 물에 푹 적시고 눈을 반쯤 지긋이 감아 수양을 하는 선의 자세를 취했다.

C는 전혀 상의도 없이 혼자생각으로 업자들이 귀가할 저녁시간대에 맞추어 가기로 하고, 그동안 마음의 정리를 하려고 하였다. 그 방법은 짧은 시간이나마 평온한 상태에서 온몸의 긴장을 풀고 땀을 빼내는 것이었다.

평상시 예의바른 C는 조심조심 옆 사람에게 물이 튀지 않도록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한 번하고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주위에는 눈을 반쯤 감고 명상에 잠긴 사람도 있었고, 눈을 크게 뜨고 수증기양을 측정해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랬다. 정면의 사람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고, 자주 본 듯한 얼굴이었다. 그것은 15분전까지도 같이 차를 탔던 사람이었으니 당연할밖에.

그렇다고 놀라 나갈 수도 없었다. 앞의 손님도 C를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생각하는지, C는 혼자서 궁금했다. 아마 A도 같은 심정이리라. 이런 때는 누가 아이들이라도 데리고 와서 떠들고 물장구치면 시선을 그 쪽으로 돌리고 자리를 피할 수도 있을텐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점잖은 사람들만 모여 있는지 뜨뜻한 물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중에 C는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보았다.

“국민여러분 뜨거운 목욕탕에서 명상하는 것 보다, 차가운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명상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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