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술 따르는 사회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3. 15:30
 

 술 따르는 사회 /한호철


 우리 신체의 장기 중 가장 둔한 곳이 간이라고 한다. 이 간은 무게가 1.2㎏~1.6㎏정도로 장기 중 가장 크며, 인체의 화학 공장이라고 할 만큼 많은 각종 대사작용을 담당한다. 혈액의 저장과 방출이 많아 제2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 간은, 특히 몸 속에 들어온 독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큰 일을 하는 장기답게  절반 가량이 손상되어도 일단 기능을 수행하는데는 별무리가 없다. 다만 처리량이 집중되면 과부하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되어,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 우리는 1년 중 마시는 술의 절반을 연말 연시에 집중적으로 마신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성인남자 14.7%는 거의 매일 집밖에서 술을 마신다는 내용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간의 술 해독 정규용량을 초과하게 되므로 다른 병이 생길 수 있다. 간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술의 량은 160㎎정도로 위스키 2/3병 또는 소주 4홉, 혹은 맥주 4,000㏄라고 하는데, 이것은 최대 처리 가능량이다. 매일 이렇게 마시면 간이 술 해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간이 술 속에 담가져 있는 형상이 된다. 왜냐면 술이 해독되는데는 48시간까지 소요된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소주1홉 또는 맥주 1,000㏄정도를 매일 마시면 간의 병을 유발하게 될 확률이 크다. 우리의 간도 일을 하고 나면,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술은 1주일에 2번만 마시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그때의 상황과 개인의 능력에 따라 마셔야 하지만, 자신도 생각하고 상대방도 생각하는 술좌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술 권하는 사회는 내 돈주고 술 사서 다른 사람에게 먹이고, 그것도 과하여 실수하는 그러한 술 문화이다.  이것을 마시고 싶으면 같이 마시자고 하는 술 문화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게 하면 술 매상이 안 오르니까 안 된다고 하려는지, 아니면 그렇게도 안 하면 나는 돈 쓸데가 없다고 하지나 않으려는지 걱정이 된다.  어느 사람은 술 따르는 사람이 필요해서, 일당을 주고 술 따르는 사람을 고용했다고 하는데, 어딘지 술 따르는 문화가 잘못된 것 같다.  기왕 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잘 이용할 줄 알아야겠다.  술의 사용이 초기의 목적인 마취제 대용이나, 또는 고통 망각제 역할에서 어쩌다 변하여, 상대방 비위 맞추기, 술이 사람을 먹는 단계의 술 권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요즈음 흔히 말하는 개인주의는, 나의 개인주의가 존재하는 만큼 상대방의 개인주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오히려 나의 개인주의는 60억 분의 1에 해당 할 뿐이고, 그 나머지 모두는 상대방의 개인주의이므로 그들의 자유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술 권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행동은 같을지라도 최소한 그 내용은 바뀌어야 한다. 술은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즐기는 것이 더 좋다.   2002. 1. 21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쁜 세상  (0) 2006.06.03
사랑의 의미  (0) 2006.06.03
약주의 한계  (0) 2006.06.03
친절 받기  (0) 2006.06.03
기초 튼튼, 국가 튼튼  (0) 200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