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다운 사람 / 한 호철
요즘 상도 열풍이 일고 있다. 전에도 월화 드라마에서 허 준이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이 허 준은 10여 년 전에 동의보감으로 방영된 내용을 보완하고 각색한 것이었다. 그 때도 허 준은 의술의 대명사이고 인술의 표본이었다. 작가는 극 중 여건을 그런 분위기로 몰아 갔었다. 지금의 드라마 상도에서도 임 상옥을 의리 있고, 예의 바르고, 사람의 도리를 중히 여기는 상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원작자 최 인호씨는 임 상옥의 역사적 자료는 원고지 5매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것을 토대로 구성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다분히 방송작가의 의도가 주관적으로 반영되었다고 생각된다. 처음과 끝, 그리고 과정의 주요 부분이 역사에 맞으면서도, 극중 인물을 영웅이거나 악인 그리고 표상으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이번 드라마 상도이고 그 주인공 임 상옥일 것이다. 주인공 임 상옥의 행동을 보고 나쁘게 평하는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극 중 상적 정 치수마저도 임 상옥이를 나쁘게는 말하지 못하고, 다만 그가 벌어들일 기회를 맞은 돈을 자신이 선수쳐서 벌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라고 했다. 이것은 현 시대에 임 상옥이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표현일 것이다. 이런 때 어떤 말을 하여야 적절한지를 모르고 있을 뿐인데, 내 대신 임 상옥이가 다 처리해주니 그저 속이 시원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임 상옥이 약자인데도 많은 사람이 따르고 그를 동정해 주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서는 것일 게다.
나의 사정이 구차하더라도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내가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역군이 되어야겠다. 장사의 도리를 지키는 장사꾼과, 사람의 도리를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상은 참 말하기 쉬운 것 같다. 스승의 도를 아는 선생님, 정치를 제대로 하는 정치인, 국민을 위하는 공무원, 억울한 사람을 돕는 법 집행, 민중을 지키는 지팡이.... 어느 것 하나도 그 본분에 어긋나서는 안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 연속극 상도가 끝나면 이러한 대리 만족의 내용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2.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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