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예의바른 국민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3. 15:46
 

예의바른 국민 /한 호철

  오늘은 현충일이다.  겨레와 민족을 위하여 애쓰다 먼저가신 님, 그리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신 분들을 기리기 위하여 정해 놓은 날이다.  우리 역사 속에는 슬픈 날이 더 많았고 그 분들이 겪은 고통과 희생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이라 생각하여, 이 날은 음주 가무를 삼가라고까지 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 모두가 이미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다.  그리고 그때 어른들이 몸으로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요즈음 현충일은 자꾸만 내용이 퇴색되어 가는 것 같다.  전에는 태극기를 달자고 반강제성으로 홍보를 하였고,  그렇게 해서라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그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자고 하는 그런 뜻이었다.

  지금은 특정 휴일하나가 가지는 의미로 퇴색되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태극기 조기를 다는 가정이 줄어들었고, 관공서에서도 조기를 달지 않고 평기를 다는 곳이 많이 발견된다.  그 이유는 현충일이 휴일이기 때문이다.  휴일은 다른 근무자들은 휴식을 취하고, 당직 근무자나 숙직 근무자만 존재하는 곳도 많으므로, 그 시각에 위치한 근무자가 별 관심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게 된다. 혹시나 조기를 게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공무원이 그 날 근무를 섰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왜냐면 반기를 달지 않은 관공서의 장이나 관계자에게 인터뷰를 하면, 자신들은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고 자신만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곤 한다.  자신 주변의 내용을 파악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변명을 먼저 해 놓고 보자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 관서의 장 말씀이 옳다면, 그 날 당직자는 현충일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누구의 말이 옳으냐를 따지기 전에, 현충일에 대한 휴무일 관계를 재고해 봐야 할 정도이다.  또한 현충일에 대한 개념 정립과, 전 국민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제3대 지방 선거 운동 기간이다. 상대방과 나를 비교하여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좋은 정책을 개발하여 내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보다 나은 상대방이지만, 나보다 못한 점만을 조사하여 공표하므로써 내 아래로 끌어내리는 전략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내가 남보다 앞서는 전략이 좋은 전략이다.

  우리도 이제는 우리의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좋은 점은 들어내서 여러 사람이 알도록 하여야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에 나오는 영웅들은 외국인이 더 많다.  세상을 한국과 한국외 국가로 분류해보면 당연히 다른 나라의 사람 수나 영웅수가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영웅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면 인위적으로라도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 각 국의 국민들이 우리의 영웅을 자기들의 교과서에 싣고 영웅시 할 것이다.

 그러려면 원칙도 잘 지키고, 나아가 남의 장점을 들어내는 정도의 국민수준이 되어야 한다.  지금 내가 불편한데, 왜 그 불편을 해소해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니다.  다만, 불편한 사항을 표현하고 그런 사항들을 검토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여러 가지 일 중에 우선 순위가 있으며, 사람마다 생각하는 그 우선 순위는 다를 수 있다.  내가 생각한 우선 순위가 맞고, 당신이 생각한 우선순위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표현도 옳지 않다.

  소수의 의견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다.  다만 다수의 의견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한 번에 여러 사람의 불편을 덜어주므로 좀 더 효율적일 뿐이다.  그러나 모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더라도 현재 상태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그냥 여러 사람들이 바라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여러 사람이 현충일에 반기를 달지 않았다고 해서, 평기를 다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반기를 다는 사람을 보고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손가락질을 당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꿋꿋이 행하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감사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고 나서 담배꽁초를 차창 밖 도로에 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호주머니에 담배꽁초를 넣는 사람을 보면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면 맞는 표현은 아니다.

 우리도 지킬 건 지킬 줄 아는 문화시민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동방의 예의 있는 국가 국민들이다.  그런데 왜 내부적으로는 스스로 예의 없는 국민이기를 원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혹시나 세상살이가 각박해져서 그러는 건 아닐까?  우리 모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도록 노력해 보자.  싫지만 일부러라도 그런 마음을 가져 보고 행동해 보자.  그러면,  다만 얼마간 이라도 그런 생활이 유지되지 않을까?    2002.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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