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덕 네 탓 / 한 호철
2002. 7. 11(목) 이 날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서리가 탄생한 날이다. 63세의 평북 용천 태생으로, 전국 사립대학 총장협의회장과 이화여대총장 등을 역임했던 여성총리다. 결혼한 대학원생들을 위해 학교 내에 탁아소를 설치했을 정도로 개혁적이었다. 아직 국회의 무기명투표에 의한 인준이 남아 있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총리서리로서도 환영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좀 과하게 표현하여 21세기는 여성이 국운을 좌우하는 시대라고 말하기도 했고, 2002년 말의 대통령선거에서 완벽한 중립내각으로서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여야 정당에서 비교적 멀리 있던 여성을 기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아무튼 내용은 반길 만 한 것이고 결과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학력이나 구기종목 등 기술과 체력, 어느 것 하나 손색이 없는데도 여성이 정치권이나 기타 사회성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그냥 오래된 관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에도 몇몇 여성 장관을 기용했었는데 비교적 단명했다. 몇 달을 지낸 분도 있지만 짧게는 며칠을 지낸 분도 있다. 그 주 이유는 공복인 장관으로서의 도덕성이 문제가 되었었다. 부동산투기, 사사로운 이익 등 그리 큰 문제도 아닌 것 같은데 냉정한 심판이 있었다.
장 상 총리서리는 총리에 임명되기 전까지는 여야 모든 정치인들로부터 대접받는 인물이었다.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는 관계로 매번 정당의 추천을 받아, 모셔 가는 대열에 있었다. 지금의 야당인 어느 당에서도 여성 최고위원으로 영입을 희망했으나, 본인이 고사하여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사람이기에 여성 총리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자기 당으로 입당하여 어느 한 부문을 맡는 여성지도자로 존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여성지도자 또는 옛날의 1인 지하, 만인 지상 전체 국민의 지도자 자리에서는 것은 안 되는 것이 정치 현실인가 보다. 여당에서는 장 상 총리서리가 야당으로부터 트집을 잡히고 있는 것이 야당 자신의 내용과 같다고 하는데, 야당에서는 그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어느 누구도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으니 정치 변방의 국민들은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어느 야당에서는 장 상 총리서리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두고 보자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러면 아직 청문회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인준에 동의하느니 못하느니 하는 것은 청문회를 해볼 필요도 없는 것이고, 누구 말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신성한 정치를 말할 때 정치판이라고 하며, 혀가 짧아서 말을 줄여서 하는 사람들은 개판이라고 하는가 보다.
올해 7월 12일 발표한 서울시 공무원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는 436명이고, 그중 여성이 238명으로 54.6%를 차지했다. 이렇게 여성의 힘이 세어지는 세상에서 너는 여자니까 우리 부류의 한 부문을 맡는 것은 괜찮고, 동등위치 병렬 형태는 보기가 싫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은 나도 싫다.
만약 그런 뜻이 아니라면, 내가 오라고 할 때 오지 않았으니 괜히 심술부리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욱 소시민적인 사고라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대범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반장 선거 때나 체육시간 운동 경기 중 승부에서 지면 승복할 줄 알라고 배웠다. 내가 요청했는데 내편이 되지 않았으며, 욕심은 나는데 반대편에 갔다면 나의 덕이 부족한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반대파가 좋아하는 사람을 내가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진짜 계산적으로 순수히 이용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이제 우리도 남의 허물을 덮어 주지는 못하더라도, 들어내어 선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는 소설 당신들의 천국이 실현되는 나라가 되고 만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행한 정치행태가, 결국은 정치인 자신들의 자리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평을 받아서는 안 된다.
스스로 판단하여 진정한 국민들의 바램을 내다보고 그것을 향하여 노력하는 전문인들이 그립다. 2002. 0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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