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크기 / 한 호철
선물이란 주는 사람이 기쁘고 받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혹시 둘의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주는 사람입장에서 선물 마련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받는 사람 역시 다음에 갚아야 될 선물을 고르는데 신경을 쓴다면, 이미 선물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올 여름 기업체 휴가 때 전 종업원들에게 관광지 호텔 숙박권을 나누어 준 회사가 있다. 900여명의 직원수도 그렇거니와 유명 관광온천의 호텔 숙박권이니 금액적으로도 상당한 액수였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회사의 생각은 이 정도는 투자라고 생각했다.
이 만큼 회사가 먼저 베풀었으니 휴가 끝나고 오면 그 보다더 열심히 일해야 된다는 투자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사원들이 가족끼리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동기를 마련했고, 그로 인하여 휴가 계획의 장소, 비용, 기간 등 여러 면에서 고심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투자를 한 것이다. 회사는 가족들이 부담해야 될 숙박비를 제공했지만, 모든 사원과 그 가족까지도 회사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따라서 사원은 가족들에게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기회도 되었을 게다. 이러한 내용들이 어우러질 때, 휴가의 후유증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빠른 시간에 정상의 자리를 찾고,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하게 되며, 높은 생산성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설사 앞의 회사가 전술의 최종 목표를 기대하고 베푼 내용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는 사람이 고맙게 생각하면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선물은 이처럼 주어서 좋고 받아도 좋은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선물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내가 받은 선물 중에는 시가 100원 정도의 초콜릿 한 개도 있었다. 그것도 회사 중역이 유럽출장을 갔다오면서 사온 거라고 했다.
장난으로 그런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그것을 선물하고 싶어서 한 봉지 샀고, 각기 한 개씩 분배해 주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이런 선물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었다.
크든 작든 진정한 마음으로 주면 그것이 바로 선물일 것이다.
200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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