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긴축 운영의 필요성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3. 15:53
 

긴축 운영의 필요성 / 한 호철


  독일에는 아우토반이라는 고속도로가 있다.  이 도로는 무료 통행이고 그 길이가 무려 총 연장 1만 5,000Km나 된다.  우리의 서울 부산 간이 약 428Km인 것을 감안하면 길고도 먼 거리이다.  이 도로는 무료이기도 하지만, 워낙 거리도 길고 운전 속도 또한 자유이니 그 통행량이 상상이 안 간다.  독일 정부는 2003년 이 도로의 보수비용으로 75억 유로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통행료가 없으니 보수비용을 독일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도로의 이용자들은 상당수가 외국인들이다.

  독일은 유럽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남쪽 국가의 국민들이 휴가와 업무상 이 도로를 관광 삼아 통과하기도 한다.  지정 차로 마다 최저 제한속도가 있으며, 일부 시가지를 지날 때는 소음과 공해문제로 최고 속도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는데, 그간 무료 통행으로 인하여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도 크다.  많은 산업 자재들이 통과하였고, 업무상 가는 길도 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운영적자로 인하여 2002년 3월에는 16ton이상의 대형 트럭에 대하여 통행료를 부과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곧 모든 차량 유료화가 시행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트럭의 통행료 부과를 위해 인공위성으로 자동차의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중이며, 2003년 중반에 활용할 것이라 하니 역시 선진국다운 운영 체계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의 원동력이 되는 도로는 모든 나라에서 그의 관리를 중요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한국도로공사라는 공기업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통행료 수입보다 도로 부수 비용과 자체 관리비가 많아 운영이 적자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2002년도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것을 보면, 통행료 인상 등으로 국민들에게는 매정하더니 내부 직원관련 운영에서는 너그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부터 1996년까지 14년 동안에 직원 666명에게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고 연리 2%의 이자를 받았다.  전부터 은행 직원들이 자기가 다니는 은행에서 무이자로 돈을 빌려다가, 타인들에게 돈놀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으나 사실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정감사 기간 중에 도로공사가 작성하여,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중의 내용이니 확실한 근거를 가진 사실인 것 같다.  거기다가 1989년부터 2001년까지 도로공사 전체직원의 32%인 1,231명에게, 총 원금 312억 2천만 원의 무이자 주택임차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더구나 이 내용은 1998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 및 기획예산처의 주택자금 이자율을 축소 조정 또는 폐지하라는 지적을 받고도 시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공기업의 명예퇴직자가 위로금으로 억대의 보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들도 사실일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 사기업에서는 명퇴자가 1달 또는 많아야 6개월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좀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공기업들의 이러한 경영은 여기 저기서 나타난다.  지방의 어느 공영의료원에서 단순 노무에 비교되는 9급 기술직이 연봉 3천만 원을 받는 등, 주인 없는 기업의 운영에 관한 단면을 쉽게 보여주고 있다. 일반 사기업이 출자하여 설립되었고, 운영이 잘 못되어 자본금이 잠식당한 어느 공기업에서, 주 5일제 근무를 2002년 4월 25일부터 전격적으로 시행한 예도 있다. 그러나 그 공기업에 자본을 출자한 사기업에서도 아직 주 5일제 근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주소다.

 자신이 직접 생산하여 부가가치를 올리고, 그 부가가치로 성과를 측정하여 수입을 삼는, 일반 경제원리의 기업들에게서는 그러한 운영을 찾아보기 힘들다.  혹시나 일반 사기업에서도 그런 일이 있다면 일이 잘못되어 부도가 발생하고,  부실기업이 되어 채권 관리단이 경영하는 이른바 주인 없는 법정 관리 기업에서 가끔 발견되기도 했다. 

나의 편리함만을 찾기로 하면 반드시 역기능을 동반한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국민의 노복이 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복은 주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한 발 양보해서, 노복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지팡이가 되어, 국민을 위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2002. 0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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