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보는 시각 / 한 호철
조선시대의 말기에 스웨덴의 아손 그렙스트라는 기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여기저기를 보고 갔다. 그 후 그가 쓴 책 ‘코레아, 코레아’에서는 ‘조선의 어느 인부가 5분 동안 무릎꿇고 앉아 열심히 톱질을 하더니, 힘이 다했는지 15분 동안 쉬었다’라고 했다. 힘든 일을 하고 즐거워할 사람은 사실은 없을 것이다. 성품적으로 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일이 힘들고 고되다고 해도,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볼 일이다. 최근에 생겨난 우리나라의 공공근로 사업 중, 일부는 그러한 면에서 베짱이나 게으른 다람쥐와 같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은 산에서 벌목을 하고, 산의 임도를 내며 오히려 열악한 환경에서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체험하였지만, 일부 오뉴월 뙤약볕 도심 속 그늘에서는 웃지 못할 풍경도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자원재활용의 큰 뜻 속에 작은 실천이 있으니, 종이 우유팩 모으기요, 또한 이것을 잘 펴서 재생용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종이 우유팩이 하루 동안에 모아지면 과연 몇 개나 모아질까? 많아야 100개 200개인데 그것을 비닐 봉투에 담아와서 대여섯 명의 인력이 담소하며, 그 종이 팩을 펴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장하면 3개 펴고 일어나서 허리도 펴고, 5개 펴고 일어나서 다리도 펴고 하니, 옆에서 보는 사람은 스웨덴 기자가 아니라도 속이 터질 법도 했다. 그러면 그것을 또 주워 담아서 다른 인부가 지정된 저장소로 옮긴다. 이것이 일과이고, 시간이 남으면 빈 병도 고르고 종이상자도 고른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남지 않도록 아주 적절히 맞추어 활용한다. 이렇게 시간이 가니 다람쥐가 겨우살이 양식을 모아 놓지 못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위의 사람들이 체력이 약한 노약자이고, 거기다가 무보수의 자원 봉사자들이었기를 바란다.
직업 중 3D라는 단어가 생기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면, 좁은 소견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으로 가지말고 조금 더 중진국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인구가 증가 시기이다. 그런데도 일부 업종에서 인력 부족이 나타났고, 심지어 농업마저도 외국에서 연수생을 들여와야 한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우리는 5분 일하고 15분 쉬는 일에 너무나 관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앞에서 공공근로를 했던 사람에게 고정적인 일자리가 생겼다고 해도, 5분 일하고 15분 쉬는 일반 사기업은 없다. 공공근로를 했던 사람들이 회사에 처음 입사한 후, 기존 사원들과 같이 2시간 일하고 10분 쉬는 기업의 근무시간을 접했을 때,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면 벽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경제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며, 체력이나 체질 등 능력이 부족하여 견디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고, 또 그 상태로 조금 지나 환경에 적응하면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에 대한 심적, 육체적 거부반응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새마을 운동을 할 때에는, 자신의 토지나 돈을 내어놓고도 모자라서 육체적으로 힘들게 노력봉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손쉽게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돌아보아야 할 사람들이 아주 많다. 무의탁 노인, 영아시설, 보육원 등, 인가 비인가를 막론하고 손 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 최고의 문명 혜택을 부여하는 병원에서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의외로 많다. 공공근로라는 것이 보도 블록 위의 풀을 메는데 하루 일 량을 할당한다든지, 보도 블록을 이 기회에 신형으로 바꾼다며 파헤치고, 굴착기에 붙어있는 흙을 삽으로 떼어 내는 전문인력을 배치한다든지 하는 등 쉬운 일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또 하천 정비 사업이나 등산로 정비, 현장 일손 돕기 등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사기업에서 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가끔씩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의 허물을 잘 보지 못했을 때에는, 남이 지적한 허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따져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쓰다고 뱉어내거나, 나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정으로 쳐내면 모두 동그란 돌이 되며, 이 돌을 가지고는 바람을 막아주는 담을 쌓기에 부적합 한 것이다. 2002. 0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