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물 부족 국가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3. 15:54
 

물 부족 국가 / 한 호철


  지진이 발생하여 땅이 갈라지고 웅덩이가 생길 때,  그곳에 어느 물체를 채우면 진동이나 균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그곳을 평소처럼 활동할 수는 없을까 상상을 해본다.  그 지진의 균열 부위에 순간적으로 물체를 넣어 완충작용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물체로 인하여 완충작용이 가능하게 될지도 아직 누가 연구 발표한 적도 없다.  그런데 그렇게 빨리 많은 양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역시 유동성이 큰 액체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본 동경의 인근 지방자치단체는 지하에 큰 물탱크를 만들어 놓고, 평상시에 그 절반은 빗물을 받아 두었다가 허드렛물로 사용한다. 또 나머지 비어 있는 반절은 홍수가 발생하면 물을 받아서 홍수조절 기능을 한다고 한다.  그 탱크의 용량은 1천 톤 규모이므로 홍수 조절능력은 500톤 규모이다.  물론 1개의 지하저장고가 그러하므로 몇 개를 만들면 그 기능은 훨씬 향상될 것이다.  2002 월드컵을 위한 우리나라의 축구 전용경기장을 건립하면서, 빗물을 모아 지하 저장고에 보관하였다가, 간단한 정수과정을 거쳐 정원의 물 주기나 화장실의 중수도로 사용하도록 설계하기도 했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빗물을 이용하는 단계에 접어 든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 1421년 세종 23년에는 세계 최초의 측우기가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서 발명되었고, 전국적으로 비의 양을 조사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이렇게 물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의 관리를 했던 우리 조상들이다.  민간에서도 물독대를 설치하고, 입춘 전후의 빗물을 입춘수라하여 남자의 기력증진에,  가을 이슬을 모아 추로수라 부르며 이 물로는 백가지 병을 예방하는 엿을 고아 먹기도 했었다. 

이렇게 물 관리를 잘하던 우리나라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가 되고 말았다.  쿠웨이트 등 석유가 많은 나라를 위시하여 20여 국가는 물 기근국가,  리비아 등 사막지대와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은 물 부족국가,  그리고 119개국은 물 풍요국가로 예측 구분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물이 필요하면 지하 심정을 파서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공업용수도 그렇고 물을 많이 쓰는 농업용수도 대 관정을 파고, 가정에서도 상수도 대신 고 심정을 파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 문제없이 잘 쓰고 있다.  현재까지는 지하수를 쓰기 위하여 고 심정을 파는 것을 고도의 기술로 착각하여, 자랑스럽게 파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폐공 관리는 아직 서투르다.  이런 결과로 지하수가 날로 오염되어가고 있으며,  건물이 기울거나 지반이 가라앉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북부평야 곡창지대에서도 매년 지하수면이 1.5m씩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지하수면이 낮아져서 생긴 지하공간에 물을 다시 채워 넣을 수는 없을까. 굳이 말하자면 앞의 예처럼 강물이나 빗물을 모아 지하에 저장했다가 사용하면 쉽게 해결 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 정화된 지하수와 빗물을 바로 모은 오염된 물을 섞어 놓으면 지하수 전체가 쉽게 오염될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러면 지하수에 의한 인류의 대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독일이나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도심의 지하에 빗물 저장탱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고, 일시적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모아 놓는 그릇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지하 저장 탱크를 만드는 데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인류는 물을 제대로 다스리기 위하여 예산을 투입해야하는 단계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식량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 1,000톤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 부족 국가는, 물을 수입해서 먹어야 되는 순간이 오면 시골의 물을 모아서 도시의 식수로 사용하고, 물대신 식량을 수입해서 먹으면 비용이 적게드는 결론이 내려질지도 모른다.

우리 집에는 절수용 변기와 싱크대의 절수기는 기본이고, 세탁은 물에 불린 후 세탁기를 돌리는 것과, 50개의 화분에 물을 주는 수도꼭지의 절수 장치 외에 또 다른 7개의 물통이 있다.  그중 2개는 별 의미가 없어도 5개는 각기 다른 용도가 있다.  예를 들면 손을 씻은 물을 이러한 통에 모았다가 변기에 넣어 사용한다.  그런데 이때 손 씻는 것도, 세면기보다 작은 용기에 물을 받아 사용하면 약 1/4 정도로도 충분하다.  만약 약간 더 많은 물을 사용해야 할 때면 조금 더 큰 용기를 사용하는데, 그렇게 해도 세면기보다는 훨씬 적은 1/2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머지 통은 설거지용 싱크대에서 나온 물을 모으는데 사용한다.  세제 거품이 있는 것은 곤란하지만, 헹구는 경우는 싱크대에 통을 놓고 그 물을 모두 모았다가 재활용한다. 그러면 실제로 물은 사용량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매일 이렇게 하면서도 가끔은 망설일 때가 있다.  이렇게 해서 모아지는 재활용 물의 량은 적게 잡아   1일 약60리터가 된다.  그리고 물 절약 노하우로 계산되는 아껴진 물의 양은 약 40리터가 된다.  그러면 대략 하루에 100리터의 물을 절약하는 셈인데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원에 해당한다.  이것은 신경 쓰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너무 적은 효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그만큼 상수도 값을 올리자는 건 아니다.  정부가 계산한 자료에 의하면, 상수도료 인상으로 2006년에 년 간 2억 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물 바로 사용하기 등의 방법으로 총 절수목표 7억 9천만 톤의 25.3%를 차지한다.  또 우리처럼 각 가정에서 절약하는 것으로도 2.5억 톤 즉 31.6%를 달성하리라 생각되고 있다.  이 7억9천만 톤은 우리 상수도 사용량의 15%에 해당하며 섬진강 다목적 댐 2개에 해당하는 양보다도 많은 수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모든 가정이 절약하는 것을 쉽게 기대할 수가 없다.  소비의 미덕도 있지만 소비의 우월심도 있으며, 절약이라는 것이 원래 실천하기 어려움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수도를 설치하기도 하고, 앞의 예처럼 빗물을 모았다가 정수과정을 거쳐 상수도로 활용하는 등, 좀 더 절대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식량 생산이나 원예용에 자연 정화된 고심정의 지하수를 사용하지 말고 저장된 물을 사용하며,  필요시 지하수는 상수도용 수원지역할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시의 지하철 공사 시에 지하수맥을 파고 들어가므로 써, 1일 12만 톤의 지하수가 용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물을 그냥 펌프로 퍼서 하수구로 흘려 보내고 있다.  별도의 정수처리 장치도 필요 없는 양질의 지하수가 년 간 4,380만 톤이나 그냥 버려지는 것이다.  기타 광역시에서도 적지 않은 양의 지하수가 버려지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국민들에게 지키기도 쉽지 않은 절약하는 습관을 강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하수나 빗물 등을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도 크며, 당장 닥친 물 부족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기대하면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고 물 절약에 동참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우리가 물 소비를 줄이고 물을 오염시키지 않아야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러한 내용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주변의 여건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으므로, 정부는 체계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내고 그것을 실행하며 국민들에게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  지구상의 물은 한정되어 있다고 하는 학설도 있는데, 만약 우리나라에서 물이 부족하다면 분명 다른 나라에는 많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러면 이 물도 역시 석유처럼 국가 분쟁의 요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200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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