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장독대 물독대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3. 15:55
 

장독대 물독대 /한 호철


최근 수년간 세계곳곳에서는 기상 이변이 속출하여 많은 재산과 인명을 앗아갔다.  그 원인은 라니뇨와 엘리뇨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엘리뇨와 라니뇨는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므로써 생기는 부산물이라고 단정지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해야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 급격한 인구 증가와 문명의 발달 그 자체는 자연을 파괴하면서 얻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존할 수는 없거니와, 친환경적이라든지 부분 개발 등의 단어는 상반되게도 고도문명의 지연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특정지역을 선정하여 자연개발을 반대하면 그곳에서는 문명의 침입을 거부하는 것이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쓰레기 매립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누군가가 필요에 의해서 댐 건설을 주창했거나, 쓰레기 매립장 설치를 내세웠기에 반대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앞에서 설치를 주장한 사람들도 별 다른 조사와 타당성 없이 그냥 생각나는 데로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열심히 검토하였지만 현지의 특성과 주변의 영향을 알지 못하고, 탁상 행정만으로 계획된 것이라면 당연히 반대하여야 할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자원 총량은 13억 9,000만 Km3이며, 이 자원은 위치를 이동하여 에너지의 형태가 달라 질뿐 그 양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이 중에서 담수는 4,000만 km3 뿐이며, 거기서 빙산이나 빙하를 제외하면 지표수와 지하수를 합쳐 2,000만 km3에 불과하다. 수자원 공사에서 추산한 우리나라의 가용 수자원 총량 1,276억m3 중, 증발하거나 바다에 유입되는 양을 빼면 하천에서 사용하는 양은 166억m3, 댐에서 127억m3, 지하수에서 40억m3 등 총 333억m3 정도라고 한다. 댐이 건설되어 수몰지역이 생기게되고, 이주민이 대를 물려 살아온 고향을 떠나게 된다면 아주 큰 실망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일부 지역민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추진하는 쪽이 좋을 것이다.

댐 하류에는 수자원이 고갈되어 하천이 마르고 자연생태계가 파괴된다고도 하지만, 그것도 댐 가용수량이 확보되고 나면 항상 일정량의 물이 본래대로 흐르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중간 시기의 생태계 변화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들을 포함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성상 1년 강수량의 70%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린다.

올해 2002년도에는 8월 초에 집중호우가 전국을 휩쓸었다.  그것도 어떤 곳은 계속된 비로 열흘만에 500mm이상이나 쏟아져, 주요 하천이 모두 홍수경보까지 발령하는 정도였었다.  그중 일부 제방은 붕괴되고 특별히 저지대가 아닌, 인근 평야지대 주민들까지도 집이 물 속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2010년의 물 부족국가인데도 이렇게 물이 많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올해처럼 이렇게 많은 비가 왔을 때 이 빗물을 모아 놓을 수만 있다면, 물 부족국가 연도가 2010년에서 2020년 이후로 지연 될 듯도 하다.

올 봄에는 계속된 봄 가뭄으로 저수지의 물이 부족하더니, 여름에는 단 10일 만에 적게는 1년 강수량의 1/3부터 많게는 절반 가량의 비가 왔다. 이렇게 집중호우가 왔는데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것보다 홍수피해가 적었던 것은, 상류의 댐들이 봄 가뭄에 견디지 못하고 바닥을 들어내 놓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럼 댐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이 있는가. 이주민의 마음고생과 댐 하류의 물고기가 제 고향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 습지 생태계의 변화, 안개로 인한 기후 변화 등 몇 가지 피해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댐이 주는 이익은 그보다 크다.

우선 수자원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가 있고, 댐의 충분한 물로 내수면 어업도 가능하고, 관광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건조한 평야지대에서 습지성 지대로 바뀌게되는 변화도 있지만, 사막화를 막고 식물이 자라게 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등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다.  특히 한해와 수해의 피해를 조절할 수 있고, 고갈되어 가는 지하수로의 유입도 훨씬 많아 질 것이다. 굳이 지하수가 아니더라도 빗물을 정화하여 생활용수로 사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옛 왕조에서도 치산 치수라 하여 물 관리를 정치의 주 임무 중 하나로 여겼다. 연산군도 궁궐의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사용하도록 하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하였다. 따라서 민간에서는 장독대 따로, 물독대 따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였다. 지금 각 가정에서 300리터 용기로,  빗물을 1년에 20번 받아 사용하면 년 간 1억 톤의 물 관리가 된다고 한다. 자기 집 마당에 우물을 파 쓰다가, 이제는 국내 지하수를 사 먹으면서 2010년부터는 국외 지하수를 수입해 사 먹는다고 생각해 보자.  기름도 수입하고, 먹거리도 수입하고, 기피업종에 근무할 사람도 수입하고, 이제는 물까지 수입하여야 한다면 도대체 공기는 언제 수입할 것인가 두려워진다.

우리같이 좁은 국토에서, 지금같이 많은 인구로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으니 일찍 포기하고 개발 위주로 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음식점이나,  놀이시설, 호텔, 여관 등 소비성이 아닌 건설적인 개발을 전제로 하여, 당장은 어떠하고 장래는 어떠한지를 비교 분석해보고 실천하자는 이야기다.  어느 여론조사에서 보면 국민의 80%는 우리나라의 댐 건설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매년 물난리를 겪는 수재민의 가슴 아픔과 그들의 경제적 손실, 사회간접 자본 파괴로 인한 손실,  그것을 복구하기 위하여 투입되는 공공인력과 장비, 자원 등을 생각하면 지금도 늦지 않은 결단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착한 우리 국민들의 정성어린 수재민 돕기 성금에 매번 호소한다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닌 것은 뻔한 일이다. 비록 그것으로 인하여 국민의 단결을 도모하는 동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다.   2002. 0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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