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의 조건 / 한 호철
최근에 중국이 WTO에 가입하였고, 또한 2008년에는 하계 올림픽을 베이징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의 개고기 먹는 문화를 가지고 타 선진국에서 비방을 하고 나섰다. 그러자 중국 정부에서는 그 비방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식용 개 사육 농장을 견학시키고, 이 개들과 당신들이 기르는 애완견 개가 같은지 얘기 해보라고 했더니 그 뒤로는 그런 얘기가 없어졌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유치 신청을 하려고 하니까, 다시 개고기를 물고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한일 월드컵경기가 가시화되면서 더욱 비하하는 사례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심한 곳은 프랑스인데 중국에서 뺨 맞은 것까지 우리에게 분풀이하려는 듯이, 애완견과 식용 개를 구분하는 것은 흑백 인종차별을 하는 것과 같아서 서로 다르게 보면 안 된다는 논리다. 그 말도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한 쪽에서는 애완용 돼지를 기르고 한 쪽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해진다. 그러자 어떤 사람은 프랑스에서는 자기들이 기르는 가축은 절대로 잡아먹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88올림픽 때에도 보신탕 문화가 거론된 적이 있다. 그때는 아직 우리의 힘이 부족한 관계로, 우선 주변국에게 호의적 반응을 보이기 위한 조치를 했었다. 음식 문화를 갑자기 바꿀 수도 없지만 들어 내놓고는 먹지 말도록 지시했었던 것이었다. 이는 사대주의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독일에서는, 한국의 보신탕 문화가 5000년이나 이어져온 것인데 월드컵 시기에 맞춰 1년 사이에 특정 문화를 바꾸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나서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음식문화는 얼마든지 있다. 중국의 원숭이 골 음식이나, 곰 발바닥요리, 제비집 요리, 달팽이 요리 등 특이한 음식도 많다. 더 잔인한 것은 프랑스에 있다. 살아있는 거위의 입 속에 가느다란 호스를 넣고 공기를 넣어 거위의 간이 10배나 크게 부풀려 지면, 그때 거위의 간을 꺼내서 요리를 하는 이른바 '프와그라'이다. 이 모든 것을 자신들의 잣대로 잰다면 어떻게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인종차별이고 국가차별이 아니면 무엇인가. 우리가 음식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우선 개고기를 프랑스 사람들에게 먹여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맛이나, 향, 그의 흡수력에서 좋은 것들을 직접 체험해보도록 하는 방법 말이다. 또는 아예 무시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나라마저도 거들고 나서는데 우리가 우리 문화를 비굴하게 숨기려 하거나 비위를 맞추려 든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옳은 줄 착각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땅덩이, 인구수, 경제력, 군사력, 축구력 등의 국력으로 그 나라보다 앞서면 결코 그런 무시하는 발언은 하지 못할 것이다. 1866년 고종3년 병인양요 사건 때 강화도에 침공한 프랑스 신식 군대는 국보급 문화유산 외규장각을 강탈해 갔다. 그리고는 1993년 정상 회담에서 돌려 줄 수는 없으나 영구 임대 형식으로 가져가라고 해놓고도 벌써 8년 간이나 깜깜 무소식이다. 그러면 이렇게 깜깜한 프랑스에 우리가 촛불이라도 켜서 환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들보는 모르고 남의 티끌은 잘 보는 것은 안하무인의 태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좋은 나라인줄 알았었는데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 프랑스 인이 많은가 보다. 200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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