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직급 인플레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4:21
 

직급인플레 / 한 호철


  최근에 벤처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기업의 수가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면 그 기업체에는 사장이 있게 마련이고, 창업시 같이 출자한 사람들은 법적인 이사의 직함을 갖게 되는 등 직급이 상당히 높아지는 면이 있다. 어떤 회사는 직원이 5명인데 부장은 1명이고 나머지 4명은 임원인 경우까지 있었다. 필요에 의해서 직함을 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직급의 단계가 높아져가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반 제조업 등 기업에서는 승진이 어려워 진급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취업이 어렵다는 것은 요즘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들이 취업 후에도 계속 근무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승진을 위하여서는 취업 시와 비슷한 좁은 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하여 새벽반이나 심야학원에 등록하고 고시원으로 퇴근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직장인들은 현재 근무하는 곳에서 실제로 맞게될 정년을 가늠해 볼 때, 내규에 정해진 것보다도 약 10년이나 빠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취업에 힘들이고, 근무에 시달리며, 승진에 지치게 되면서 기업이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된다. 직장생활 중 가장 힘든 점은 연봉 등 근무조건 불만족, 동료와 상사와의 불화, 업무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성과를 강요하는 회사분위기 순으로 표현했다. 현재 자신의 직종이 서비스업이거나 특수분야 사무직인 경우는 업무 적인 면에서 만족도를 나타냈으나, 기타 부문은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업무중 받는 부담감, 업무만족도, 직급의 상승 불가 등은 직장인의 이탈요인이 되며, 45세 전후에서 투잡스족이 되거나 전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는 한 요인이라 본다. 이들은 정년을 45세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9.3%, 50세라고 응답한 사람이 22.6% 이었는데, 대체로 이 시기에 조기퇴직을 하거나 자신이 포기하여 그만 두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 된다. 또 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1,701명 중 88.3%는 현재의 직장에 불만족하며, 43.6%의 사람들이 1년 이내에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고, 3년 이내에 그만 둔다는 사람도 32.2%나 되었다. 일반 제조업 중에서도 전통업종은, 근무조건은 차치하고 직급 면에서도 소외당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 이유는 주변의 신설창업에 따른 직급들이 수직 상승하는 것을 보면, 어딘지 작아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직급이 높은데도 경력이 짧고, 경험이 적어 업무처리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 직급인플레를 느끼게 된다. 보수적인 전통제조업의 실무과장이나 부장 등은 대체로 10년 이상의 현장실무를 체험한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능률을 높이기에 거의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어느 모임에 가게 되면 단지 직급의 차이로 인하여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아예 거래가 어렵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직급 인플레는 더욱 필요한 것처럼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 결과 경험 많은 고참 부장들은 인플레 직급의 임원들을 대하면 신뢰를 갖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업무와 연관된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직급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1차 기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동창회에서도 어떤 때는 인플레 직급이라도 필요한 세상이니 말이다.

  이제 우리 산업의 성장이 안정되고, 사회의 인식도가 산업 사회를 이해하게 되면 직급으로 일하는 직급 인플레는 없어도 될 것이다.  일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로 따져서 일이 되고 안 되고 가 결정되어야지,  사장이 나서면 되고 사원이 나서면 안 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일을 결정할 때 사원이라 하더라도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며,  사장도 일 처리에 있어서는 사원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상호 신뢰를 쌓고,  그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능력을 갖추면 앞에서 이야기한 정년이 낮아져도, 다른 어느 곳에서나 능력발휘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창업을 하더라도 쉽게 적응하여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2003. 0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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